[디즈니+] 한국 잔칫날, 글로벌은 초상집인 이유
실적이 ‘깡패’ 라는 말이 있다. 지난주 디즈니의 실적 발표 후 주가는 -8% 급락 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구독자 실적 부진 때문이다. 지난 분기 대기 210만명이 증가한 1억 1,810만을 기록했지만 2년전 디즈니플러스 출시 이후 가장 느린 성장율을 기록한 탓이다. 특히 넷플릭스가 동 분기 대비 400만 이상 증가를 기록했기 때문에 경쟁 대비 실적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구독자의 느려진 성장속도
플랫폼 사업의 특성 때문에 가입자의 느린 성장은 손실 규모를 키운다. D2C(Dicrect to Consumer) 사업의 다양한 비용 (콘텐츠 제작, 마케팅, 인프라 등) 에 따른 손실 규모도 6억달러로 전년도 4억달러 손실을 넘어섰다. 디즈니플러스의 고객당 평균 수익도 4.62달러에서 4.16달러로 하락했다.
팬데믹 상황의 변화로 인해 테마파크 부분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디즈니 총 수익의 10% 미만에 불과한 디즈니플러스의 성장성이 주가의 하락을 주도했다. 이 만큼 D2C 사업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가입자의 문제 (디즈니의 주장)
글로벌 OTT 경쟁의 구독자 수는 빅 플레이어들의 각축장인 미국 시장 보다 글로벌 구독자 확보가 관건이다. 디즈니는 실적 부진 이유에 대해 라틴아메리카의 런칭 지연에 따른 구독자 확보 부진과 인도 지역의 코로나 확대로 인한 인기 스포츠 (크리켓 리그) 중단 사태에 따른 구독자 이탈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디즈니플러스는 2024년 까지 2억 6천만명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애널리스트등 여러 분석가들은 일제히 2024년 구독자에 대해 2억명~2억 4천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냉정한 현실이다.
사실 디즈니플러스는 팬데믹 기간 동안 예상 보다 빠르게 1억명 가입자를 1년 이상 앞당겨 달성했다. 가입자 확보 속도가 둔화 된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OTT 시장의 뜨거운 경쟁 과열 상황을 고려한다면 속도 지연은 적신호 임에는 분명하다.
속도 저하 이유는 따로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엔진 속도가 느려진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OTT 경쟁은 두개의 축으로 작동된다. 오리지널과 글로벌 확대
디즈니의 오리지널은 막강한 디즈니 왕국의 IP를 기반으로 한다. 만달로리안, 완다비전에서 로키에 이르기 까지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신규 구독자를 불러모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가정의 거주 시간이 증가하면서 디즈니의 오리지널 전략은 먹혔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보유한 오리지널 장르의 다양성과 제작 편수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다. 오징어게임의 사례에서 보듯, 로컬 오리지널이 글로벌로 확대되어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는 의외성은 아직 디즈니 전략에서 찾기 힘들다.
디즈니는 더 많은 오리지널을 디즈니 IP 밖에서 만들어야 한다. 디즈니플러스에 투입된 콘텐츠 제작 비용은 80억~90억 달러 수준인데 넷플릭스의 170억 달러에 근접하기에 역부족이다.
디즈니의 목표가 디즈니플러스를 모든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보는 OTT로 키우는 것이라면 영화나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가족이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 등이 많다는 점에서 성공한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OTT의 근본적 장점인 ‘다양성’ 측면에서는 성인층의 취향을 흡수하기 어렵다.
OTT 의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넷플릭스에 3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만큼 이용자들의 다양한 취향에 기반한 시청량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가격은 넷플릭스의 70% 수준인데 시청 시간이 30%에 못 미친다면 당연히 해지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콘텐츠 사일로의 문제
특히 미국 시장은 디즈니플러스와 훌루로 OTT가 이원화 되어 성인 대상 콘텐츠가 분산되어 STAR 브랜드로 통합된 글로벌 디즈니플러스에 비해 성인층의 흡수를 방해한다.
ABC 등 기존 디즈니의 리니어 채널의 콘텐츠 자산도 키워야 기존 레거시 미디어도 지속 시킬 수 있다는 조급증 으로 인해 디즈니의 콘텐츠들이 각각의 플랫폼으로 분산되어 있다. 예를들면 훌루의 최고 인기 오리지널인 ‘Handmaid’s tail’ 을 디즈니플러스에 볼 수 없다. 모든 미디어 자산을 키우려는 디즈니의 콘텐츠 관리 전략은 결국 ‘콘텐츠 사일로’ 를 만들고 있다.
일관성 없는 프리미어억세스
아울러 일관되지 못한 극장과 OTT 동시 개봉 전략인 ‘프리미어 억세스(Premier access)’ 는 구독자들의 움직임에 혼선을 주고 있다. 블랙위도우는 프리미어 억세스로 유료판매하고 상치와 텐링즈의 전설, 이터널즈는 극장에 우선 공개하였다. 향후 프리미어 억세스 보다 극장 공개 후 45일 이후 디즈니플러스에 노출하는 순차 전략이 정립된 것 처럼 보이는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디즈니의 이런 콘텐츠 노출 방식은 극장에 가야할지 디즈니플러스 공개 시점을 기다려야 할지 이용자들이 생각을 하면서 OTT 가입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조금씩 가격을 올리는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HBO MAX 가 2021년 1년동안은 워너브라더스 영화 전체를 동시 공개 하겠다는 쉬운 마케팅과 비교하면 이용자 친숙도 측면에서 얻는것보다 잃는게 많다.
2주년 프로모션 "디즈니플러스 데이" 해프닝
디즈니는 11월 12일 디즈니플러스의 런칭 2주년을 맞이하여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Disney Plus Day”를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만 1.99불로 구독료를 일시 인하하고 하반기에 공개될 신작 마블 시리즈 ‘쉬헐크, 미즈마블, 문나이트’등의 예고영상을 독점 공개 하는 등 디즈니 잔치판을 열었다. (글로벌은 제외 한것은 디즈니의 욕심)
하지만 미리 정보가 노출되어 효과도 반감된다가, 신작 예고편 독점 영상을 유투브가 아닌 디즈니플러스 유료 구독자 대상으로 오픈하여 빈축을 샀다. 결국 유투브에 구독자들이 예고편 영상을 퍼 날라 예고편으로 1.99불 가입자를 모으려는 상술에 찬물을 끼얹었다.
디즈니플러스가 글로벌로 확대되면서 로컬 콘텐츠 확대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 진출 시점에 발표한 ‘아시아 쇼케이스’를 보면 디즈니의 콘텐츠 범위에서 탈피한 로컬 콘텐츠들이 점차 확대될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디즈니 우산의 브랜드 중압감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제2의 오징어게임이 디즈니에서 제작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음 분기는 턴어라운드 예상 , but..
다음 분기에는 디즈니플러스의 마블 오리지널들이 쏟아진다. 이제 막 진출한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서의 신규 구독자 증가는 다음 분기 실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분기에 예상되는 좋은 성적이 디즈니의 문제를 해결주지는 못한다. 플랫폼 별로 쪼개진 콘텐츠 사일로, OTT와 레거시 미디어의 전략 배분, 탈 디즈니 오리지널 제작의 한계 등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또 다시 기업 가치는 하락한다. 콘텐츠를 잘 만든다고 해서 플랫폼을 잘 키우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