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탐욕
지난 11월 중순 넷플릭스는 한국의 서비스 구독료를 인상한 바 있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12.5%, 프리미엄 요금제는 17.2% 인상했다.
한국은 가격 인상
넷플릭스 관계자는 5년 10개월 만에 가격을 처음 올린다는 점과 오징어게임 등 뛰어난 한국 콘텐츠를 꾸준히 투자하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했다. 오겜 이후 전격적으로 결정된 가격 인상에 대해 언론과 소비자 단체 등는 그리 비판적이지 않다. 기존 가입자에게는 아직 인상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만도 즉각적이지 않았다. OTT는 IPTV, 지상파와 달리 규제 산업이 아니기떄문에 가격 인상은 온전히 사업자 결정에 맡길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싫으면 떠나던가..’ 식의 인상이다. 그만큼 한국에서 넷플릭스에 대한 고착성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인도 가격 삭감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에서는 인도의 구독료를 전격 인하했다. 전체 구독 등급의 가격을 모두 삭감했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23%, 프리미엄 요금제는 18% 낮추었다. 베이직 요금제는 무료 60% 저렴해졌다. 한국에는 없는 모바일 요금제도 25% 낮추어 월 2,300원을 과금한다. 넷플릭스 글로벌 확장 이후 가격 삭감은 처음이다.
넷플릭스는 가격을 인하하면서도 인도 지역에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동시에 발표했다. 실제 2019년 부터 2020년 까지 인도에 4억2천만 달러를 지출할 정도로 인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이율배반적인 기업 태도이다. 콘텐츠 투자를 늘리기 위해 가격을 인상 한다고 하면서, 가격을 삭감해도 콘텐츠 투자를 대폭 증가시킨다는 이런 앞뒤가 안맞는 이유가 있을까?
인도지역의 전략 실패를 인정 하는 꼴
멋있게 포장하여 가격 인하를 단행했지만 결국 넷플릭스가 인도 지역에서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2018년 CEO 리드헤이스팅스는 “다음 1억 구독자는 인도에서 올 것” 이라고 자신감을 내 보였다.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회사 MPA의 예측에 의하면 현재 인도 지역의 넷플릭스 구독자는 500만명에 불과하다. 2021년 11월 기준으로 디즈니플러스핫스타 구독자가 4,600만명,아마존프라임비디오가 1,900만을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굴육이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가 인도에서 실패한 이유를 찾아보자. 넷플릭스가 글로벌로 확장 할때 3가지 전략을 취했다.
-전세계 상품 구조는 동일, 가격은 미국을 중심으로 일부의 변동폭 설정
-약한 고리 깨기 : 통신회사 등 2위 사업자 제휴 통해 현지 제휴 확대
-현지 콘텐츠 강화 및 오리지널 확대
아래 대륙별 넷플릭스의 평균 가격을 정리한 표를 보자. 북미 지역을 기준으로 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순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2014년 이후 북미 지역이 4번, 유럽, 아시아 등은 1~2회 수준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
그런데 아래 각국의 유료방송 가격을 기준으로 넷플릭스 가격 비중을 분석한 표를 보면 인도의 가격이 252%로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이 표에 표기되어 있지 않는데 35% 정도로 예측해 볼 수 있다)
특히 인도 지역은 2019년 모바일 상품을 출시했다. 인도는 프리미엄 상품 구조가 통하지 않고 저가형 모바일 상품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모바일 상품은 케냐, 베트남 등에서도 출시되었다)
인도 로컬 플레이어에 뒤진 넷플릭스
그 다음 실패 이유는 타국에 비해 로컬 OTT가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2015년 2월에 출시된 인도의 스트리밍 HOTSTAR는 Star Network TV채널의 방송 콘텐츠 대부분을 무료로 제공했고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리그인 크리켓 경기를 서비스했다. 인도 로컬 콘텐츠의 대부분을 HOTSTAR가 확보했다. HOTSTAR 가 당시 프리미엄쇼에 월 3불 수준이었는데 넷플릭스는 7불을 과금했다. 이 HOTSATR에 디즈니가 번들링되어 디즈니플러스가 출시되었다. 넷플릭스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디즈니플러스에 뒤진 국가가 인도지역이다. 통신회사들과 모바일 상품 제휴가 있었지만 로컬 콘텐츠 확보에 뒤진 넷플릭스의 고전은 지속되었다.
결국 인도지역의 가격 인하는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패배를 만회하려는 시도이다. 13억 인구에 모바일 및 인터넷 사용이 5억명이 넘는 거대 시장의 패권을 놓치면 글로벌 총 구독자수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인도는 넷플릭스 등 OTT들에게 매우 터프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11월 말 인도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소셜미디어, 디지털 뉴스 매체를 규제하는 규칙을 발표했다. 불법, 잘못된 정보 및 폭력적 콘텐츠에 대한 게시 중단 요청 시 15일 이내에 완전한 시정을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노골적인 성적인 콘텐츠의 경우 24시간 이내 해당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넷플릭스 등이 타겟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승리’ 하기 위해 가격 인하 카드는 굴욕이자 탐욕이 모두 드러난 기업전략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인상은 앞으로도 지속
넷플릭스는 2007년 이후 12년 동안 스트리밍 산업을 독점 했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OTT 상품 체계의 기준이 되었다. 넷플릭스는 상품별로 콘텐츠의 수는 동일하고 개인과 가족의 동시 이용 그리고 화질에 따라 가격을 차등해왔다. 특히 다중 계정과 동시 이용 숫자는 상품을 오랜 기간 유지토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TV로 시청하고 4K 신제품 구매가 증가할 수록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은 증가한다. 동시접속 1회선에 저화질만 보장되는 베이직 구독자는 점차 감소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구독료 인상에서 베이직은 제외되었다.
OTT 상품 가격을 책정할 때 중요한 재료인 콘텐츠의 양과 질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넷플릭스의 국가별 가격에 콘텐츠의 크기가 미치는 영향은 그리 일관성이 없다. 613 타이틀만 보유한 모로코의 가격은 7.99불인데 반해 2천8백편을 보유한 터키는 2.78불이다.
이렇듯 넷플릭스의 각국의 가격 체계는 일관성이 없다. 다만, 스탠다드, 프리미엄 등 TV 단말 위주의 상품이 주력이고 이제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 모바일과 베이직 저가 상품 구독자들이 점차 증가할것다. 저가 구독자가 증가할수록 넷플릭스의 이익은 하락한다.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시장 지배력이 높은 지역에서 구독료는 지속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만 2014년 이후 4번 정도의 인상이 있었다.
미국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4%는 가격을 인상해도 해지하지 않겠다고 반응한다. 넷플릭스의 해지율은 월 2.4%로 다른 OTT들보다 2배 낮다. 한국에는 조사결과가 없지만 충성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결국 잘 팔리는 국가가 못 팔리는 국가의 이익을 지원해주는 넷플릭스 자본 게임에 기여자가 되었다.
오겜등 한국의 제작사가 만든 오리지널들이 넷플릭스의 글로벌 구독자 확대 및 안정화에 기여한 것 그러나 국내 제작사에게 돌아간 추가 인센티브는 부족한다는 점등을 고려한다면 가격 인상이 그리 달갑지 않다. 불과 몇 주 뒤에 인도의 가격을 대폭 삭감하는 이 이중적 자세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넷플릭스의 이면에 숨은 탐욕은 비판받을만 하다.
jeremy797@gmail.com
TIP : 아래표는 국가별 콘텐츠 사이즈와 가격을 비교해볼 수 있는 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