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전설이 된 '밥 아이거'

CEO의 전설이 된 '밥 아이거'

Jeremy
Jeremy

15년을 CEO로 재직한 아이거의 퇴장

지난 주 12월 20일 경 디즈니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던 ‘밥 아이거’가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CEO 자리에서 물러난지 1년 반 만이다. 그의 나이 70세.

ABC 방송국의 밑바닥 조연출로 부터 시작하여 전세계에서 가장 큰 미디어 제국 1인자 자리에 오른 그는 15년을 CEO 직을 수행했다. 15년 동안 CEO로 그가 받는 연봉만 합쳐도 수천억에 이를 정도이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대기업 CEO 재직은 평균 3.6년, 미국은 5년이다. 15년 재직의 비밀은 무엇이고 그의 리더쉽에서 배울점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월트 디즈니의 전략을 강화한 CEO

필자는 저서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OTT 전쟁’에서 디즈니의 기업 역사를 많은 분량을 할애해서 분석했고 독자분들도 매우 재미있다는 반응을 전해주었다.

미디어 기업은 콘텐츠가 자산의 전부이고 이를 생산해내는 인력과 제작 시스템이 ‘콘텐츠 공장’의 핵심 역량이다. 품질 좋은 콘텐츠가 많이 제작되고 이를 수익화 하는 방법이 다양해 지면서 디즈니는 성장해왔다. 아래 1957년 창업자 월트디즈니가 정리한 디즈니의 지속 성장 전략은지금까지 디즈니를 지탱하고 있다.

The Disney Recipe
A corporate strategy that keeps on giving.

특히 밥 아이거는 전략의 중심인 콘텐츠의 지형을 넓히고 1957년과 달리 콘텐츠 경험의 순서를 영화에서 OTT 스트리밍으로 바꾸어놓았다. 특히 테마파크가 잠시 멈춘 팬데믹 상황에서도 P 의 생명력과 프랜차이즈의 위력을 살려놓았다.


인터넷 활용 실패가 밥 아이거를 불러내

콘텐츠가 자산의 전부인 미디어 기업은 자신들의 콘텐츠 권리를 보호하려는 보수적 유통 관리와 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자는 진보적 비전이 늘 충돌한다. 기술을 포용하면 성장했고 멀리하면 위기를 맞이했다. 공교롭게도 기술을 멀리하던 시점에 디즈니의 콘텐츠 역시 쇠태했다.

디즈니의 위기 극복 역사 (발표 자료 중 발췌)

그리고 기술의 전환기와 디즈니의 위기 시점에 새로운 CEO들이 등장했다. 1984년부터 2005년까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회장이자 CEO를 역임한 베테랑 헐리우드 임원인 마이클 아이즈너( Michael Eisner )는 1984년 당시 신기술이었던 VHS를 멀리했던 디즈니의 유통 전략을 혁신했다.

마이클 아이즈너가 등장한 1984년 1.20 달러의 디즈니 주가는 2005년 당시 33달러 까지 상승했다. 디즈니의 본질 가치인 애니메이션을 다시 부활 시켰고 ABC를 인수하여 방송 영역 까지 미디어 영토를 확장했다.

abc 인수 당시의 마이클 아이즈너

하지만 마이클 아이즈너는 2000년 초 스티브잡스와 갈등을 일으키며 퇴진했다. 스티브잡스의 아이팟 등 인터넷 기반 미디어 유통이 디즈니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판단했다. 거의 20년을 재직한 헐리우드 거장 마이클 아이즈너 역시 보수화 되었고 그의 바탕을 이어받은 인물이 ‘밥 아이거’ 였다.

밥 아이거가 CEO 직을 맡고 가장 먼저 스티브 잡스와 화해를 이끌어 냈다. 이는 인터넷을 미디어 사업의 중심 테마로 활용하겠다는 전략 변화를 의미했다. 2005년 아이튠즈에 TV콘텐츠를 제공한 최초의 스튜디오가 되었다.

2005년 아이팟비디오 PT 현장에서 만난 스티브잡스-밥 아이거

빅3 IP의  독자적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을 인수했다는 사실 보다 이들을 디즈니 화 시키지 않고 그들의 생태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확장시켰다는 점이 오히려 밥 아이거가 가장 잘 한 일로 평가 받는다. 독립적으로 IP 자산 가치를 확대 시키면서 디즈니의 브랜드 정체성 밑에 융합시켰다.

밥 아이거의 M&A History (주가 하락 시 마다 합병이 이어지는 기업사)

그 당시 ‘공주’ ‘만화’ ‘동물’ 등의 캐릭터에 의존해 오던 디즈니가 버즈라이트이어, 아이언맨, 루크 워크 등이 디즈니에 묶여 남성 타겟을 포함한 전 가족 대상의 디즈니로 변신해갔다. 아이거는 당시 미라맥스 매각, 비디오 퍼블리싱 사업 철수 등을 통해 가족 친화적 기업 변신을 향해 자원을 집중했다.

자기 파괴 사업 디즈니플러스 추진 결정


밥 아이거 재직 중에 가장 큰 의사결정은 Direct-To-Consumer 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마이클 아이즈너가 인터넷을 거부했던 것과 달리 재직 10년이 다 되어 가던 2017년 밥 아이거는 스스로 스트리머가 되기를 선언했다. 이는 곧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파괴였고 단기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희생하는 결정이기도 했다.

그가 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남긴 말을 보자.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는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질서를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고통을 초래하여 수익성이 감소하더라도 적시에 전환하면 장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2019년 디즈니플러스의 출시는 그가 지적한 “적시 전환’ 에 명쾌하게 들어맞는 전략 이었다. 2020년 팬데믹에 디즈니플러스가 없었다면 디즈니의 기업 가치는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통적 기업의 파괴적 혁신의 얼마나 어려운가?

최근 사임 직전 Variety와의 인터뷰는 매우 흥미롭다. 그는 1923년 디즈니 창립 이후 거의 100여년 동안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기업은 2개, 디즈니와 코카콜라를 꼽는다. 그리고 그는 전통적인 기업이 혁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한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습관, 구조, 과정이 매우 파괴적이지 않으면 불가능 일 이라는 점을 회고한다. 이 인터뷰를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Bob Iger Makes His Disney Exit as a Titan of Transformation
As we stroll on Disney’s historic Burbank lot toward the plaza where he is about to be photographed in front of a statue of Walt Disney and Mickey Mouse holding hands, I ask Iger if he is feeling m…

물론 밥 아이거가 재임 기간 동안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2014년 유투브의 MCN 회사인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를 6억 7,6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수만명의 제작자를 300명으로 축소시키는 등 디즈니의 유투브 사업화 전략을 ‘실패’라고 평가 받고 있다.

밥 아이거의 리더쉽에서 배울 점

좋은 리더란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이라고 정의해볼 수 있다. 밥 아이거는 이런 기준을 잘 이행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가 2020년에 저술한 자서전 “디즈니만이 하는것 (The ride of A Lifetime)“ 을 보면 미국의 기업 시스템 중 이사회 경영에 대해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밥 아이거가 중차대한 의사결정을 하면서 어떻게 이사회를 설득하고 합의했는지를 보면 그가 지난 정치력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인수 기업들의 장점을 내재화 시킬 때 그의 용병술이 빛났다. 이것은 임파워먼트 (empowerment) 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그가 보인 리더쉽의 장점 이라고 필자는 이해했다.

그의 책을 바탕으로 그가 이야기하는 10가의 리더쉽 덕목을 보자. 이 10가지 리더쉽 기준 중에 필자가 꼽은 최고의 항목은 ‘낙관 주의 (Optimism)’ 이다.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는 리더는 곧 자신과 직원들의 능력을 믿는 것이라는 정의! 독자 여러분들은 어떤 항목을 고민하실지 궁금하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10 principles for great leadership, according to Disney’s Bob Iger
After 45 years in the media industry — with 15 as the CEO of The Walt Disney Company — Bob Iger has learned a thing or two about what it takes to rise to the top and stay there. In his memoir, “The Ride of a Lifetime,” Iger outlines a set of principles that he believes are essential to being a good …

마지막으로 남긴 말 : 창의력을 불타오르게 할것!

전임 CEO인 마이클 아이즈너가 논란과 구설 끝에 퇴임을 했다면 밥 아이거는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다. 하지만 디즈니의 CEO가 평화로운 시기에 교체된 적은 한번도 없다. 그의 뒤를 이은 CEO 밥 차펙은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디즈니의 엔진을 살려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 때문에 최근 까지도 밥 아이거가 CEO로 현업에 다시 등장해야 한다는 팬들의 의견도 빗발쳤다고 한다. (이런 복받은 CEO!)   * 후임 이사회 의장은 수전 아널드가 선출되었다.

밥 아이거가 마지막으로 조직에 남긴 말은 “창의력을 지속적으로 불 타오르게 할 것” 이었다. 그의 바램은 ‘혁신’ 이다.

밥 아이거의 퇴장을 한국의 미디어 산업에 비추어 고민해본다면 “파괴적 혁신” 에 대한 되새김이 필요한것 아닐까? 단기의 이익을 버리지 않는 혁신은 결코 파괴적일 수 없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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