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자율등급제와 다음 과제

OTT 자율등급제와 다음 과제

Jeremy
Jeremy

(9월7일 콘텐츠진흥원 웹진에 기고한 입니다. )

지난 8월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고 ‘OTT 자율등급제’ 도입이 포함된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안을 가결했다.

자율등급제 가결

지금까지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 사업자는 방송국에서 방영된 콘텐츠를 제외한 ‘OTT 전용 콘텐츠’에 대해 영상물 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 등급 판정받아야 했고, 상영 등급은 연령대별로 시청 권한을 부여해 왔다.

특히, 최근 5년간 비디오물 등급 분류 현황을 보면, 비디오물 등급 신청 건수는 2017년 8,189년에서 2021년 16,167편으로 2배가 증가했고, 2020년 6일 정도 소요되는 등급 분류 일정이 2022년에는 10일로 늘어났다. 사실 그동안의 이런 행정 단계의 불편함은 콘텐츠를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OTT 사업의 차질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자율등급제’가 도입되면서 콘텐츠 등급을 행정기관이 결정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업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공급 일정의 조율이 쉬워지고 불필요한 시간 소요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정제 방식은 논의가 필요

다만 합의를 마친 자율등급제의 총론 외에 등급을 부여하는 자율적 방법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남아있다. 자율적인 등급을 부여하는 사업자를 신고만 하면 허가하는 방식을 희망한 업계와 달리,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안은 등급을 부여하는 사업자를 정부가 지정하는 ‘지정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3년 뒤에 신고제로 전환된다는 단서가 달려 있지만, 또 다른 방법의 규제라는 인식 때문에 업계는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분명한 건 ‘콘텐츠 제공 속도’를 빠르게 당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자율등급제’의 도입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토종 OTT 살려!

가장 먼저, 정책의 ‘수혜자’에 대한 이야기다. 자율등급제로 가장 혜택을 얻을 사업자는 누구일까? 국내 OTT보다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 진영일 가능성이 크다.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70% 이상은 이미 방송국에서 방영된 작품으로 이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등급 분류가 필요 없다.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로 불리는 독점 유통 콘텐츠의 숫자가 많은 넷플릭스, 디즈니+등이 더 큰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글로벌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유통할 때 국가마다 다른 등급 체계를 기술적 알고리즘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텐츠에 담긴 폭력성, 언어 노출 수준, 성적 표현 수준 등에 국가별로 각기 다른 등급 분류를 적용하는 것이다. 자율 등급 심사가 되면 한국에서도 이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글로벌 공룡 OTT가 콘텐츠 제공 속도의 게임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고, 토종 OTT는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 고도화를 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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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등급제 부여 자체도 기술로 해결하는 글로벌OTT의 대응력에 비해 다소 뒤쳐져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정제' 도입은 오히려 토종OTT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혼란은 시청자의 몫

다음은 콘텐츠 등급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넷플릭스에 방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이미 TV를 통해 송출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방송 연령 등급을 표기했다. 반면, <오징어게임>은 방송 없이 곧장 넷플릭스에서 방영됐기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기준에 따라 등급 기호를 표시했다. 시청자가 결국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사실은 같은데, 작품마다 각기 다른 기관에서 심의 판정을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방송과 영화가 동일한 등급이어도 표현의 수위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2020년 4월에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부여한 18세 등급으로 표기됐다. 이 드라마는 고등학생들의 원조교제, 성매매 알선 등을 소재로 하는데 대화의 절반 이상이 욕설이다.

반면 최근 JTBC에서 방영한 19세 등급 드라마인 <인사이더>는 성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방송 심의 기준에 따라 욕설이 포함된 대화가 불가능하다.

안타까운 점은 결국 이러한 혼란이 시청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TV를 거실에 놓고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를 번갈아서 관람할 경우, 같은 등급임에도 표현의 수위를 예측하기 어렵다. 중고등학생 자녀가 의도치 않게 높은 수위의 콘텐츠에 노출될 위험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 세심하게, 세밀하게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국가는 콘텐츠 등급을 어떻게 다룰까? 미국은 넷플릭스 등 OTT를 TV 기준으로 등급화한다. 디즈니플러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은 한국에서 15세 등급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심슨 가족은 시리즈마다 TV PG(부모가 자녀의 시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등급), TV 14등으로 각기 다르다.

심지어 특정 시리즈에는 성인들만 시청할 수 있는 TV MA 등급(영화의 R등급 수준으로 성인만 시청 가능)을 받은 회차가 있어 디즈니는 이 작품의 일부 장면을 잘라내고 편성하기도 했다.

또, 최근 싱가포르는 ‘주문형 비디오 실행 강령’을 만들고 OTT와 VOD를 동일 범주에 포함했다. 특히 동성애가 포함된 콘텐츠의 등급을 NC 16 이상(16세 이하는 시청 불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과거 지침을 변경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현재 넷플릭스에 영화등급 자율 부여를 권고하고 있는 영국도 방송 콘텐츠를 관장하는 규제 기관인 오프콤(Ofcom)을 통해 넷플릭스, 디즈니+ 등에 방송의 콘텐츠 규제 지침인 ‘Broadcasting Code’를 기존 방송국들과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 OTT는 TV매체라는 인식

전반적인 타국의 흐름은 OTT를 일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TV 매체로 규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은 넷플릭스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75%가 TV를 통해 접속하고 있다는 결과가 있었다. 즉, OTT에 대한 매체 규정이 ‘이용자’의 접속 환경 등을 고려한 이용자 중심으로 진행됨을 알 수 있다.

아울러 OTT 콘텐츠들의 유해성(폭력성, 성적 표현, 불쾌한 언어 등)에 대한 등급이 과거에 만들어진 등급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콘텐츠 자체가 갖는 영향력이 높아졌으며, 해당 콘텐츠가 시청자들에게 미칠 정서적, 문화적 영향력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다.

물론, 해외와 동일한 내용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을 추진할 때 그들이 고려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좀 더 세밀하고, 세심한 관찰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율등급제’는 콘텐츠 생산자의 자발적 책임에 기초하여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한 제도다. OTT 업계의 불편을 개선하고 고품질 콘텐츠의 원활한 생산에 박차를 가할 제도적인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이용자’가 고려되어야 하며, 그들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콘텐츠 유해성으로부터 시청자를 보호하는 문제 등 이용자를 최우선으로 둔 정책적 과제들을 지속해서 도출하고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콘텐츠 생산자와 이용자 모두가 마음 편하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즐길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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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등급제가 틀을 잡았으니 이제 이용자 중심의 '등급' 을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입니다.

등급제 규제의 근본적 문제는 'OTT의 매체 규정'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식 규제는 OTT와 기존 방송을 통합 틀로 보는 견해, 미국은 OTT를 TV로 보는 입장이 명확합니다. 반면 한국은 이를 '부가 통신 역무'로 규정하여 방송과 분리해놓았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많은것도 현실입니다. 이 논의가 방송과 영화등급의 이중적 잣대로 OTT를 규정하는 등급제의 혼선을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 것입니다.

등급제는 자율 방식이 글로벌 트렌드 임은 명확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국가들이 각 국가의 문화 인식에 따라 OTT 유해성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고민해보면 '이용자'를 중심에 둔 내용적 논의가 필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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