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우리처럼 데이터 공개해!] 를 요구한 이유
스트리머들은 구독자들로 부터 엄청난 양의 세부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넷플릭스만 데이터 공개
시청자들의 시청 횟수는 기본이고 어떤 순서로 시청하는지, 끝까지 보거나 중간에서 시청을 중지한 콘텐츠는 어떤 것들인지, 좋아요를 누르는 시점과 지인에게 추천하는 콘텐츠는 어떤 것들인지, 데이터의 양과 질은 미디어 사업에 필요한 ‘보물’ 입니다.
디즈니, WBD등 레거시 미디어 기업들이 ‘직접 소비자에게 접근 (Direct to Consumer) 하는 전략의 가장 장점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OTT들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업계 중 최초로 2023년 12월 부터 시청률 데이터를 공개 하기 시작했습니다. 6개월 단위로 글로벌 전체의 시청 시간들을 콘텐츠 목록 과 함께 공개하죠.
테드 사란도스 "데이터 투명성" 요구
최근 지난 2024년 상반기 데이터 공개 후, 뉴욕에서 열린 Fast Company Innovation Festival 행사에서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 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의도는 분명합니다.
다른 OTT들이 데이터를 공개하면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더 돋보이게 될 것이고 자신들이 우수한 플랫폼 이라는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개월 마다 발표되는 ‘Engagement Report’는 제3자가 검증하지 않은 자체 보고데이터입니다. 시청시간을 비교한 이 데이터들은 결국 ‘시청자들을 더 인기 있는 타이틀로 유도하려는 노력에 불과하다고 지적받을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에서 알 수 있는 것
‘Engagement Report’ 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을 무엇일까요?
우선 넷플릭스에서 소비한 시간에 대한 글로벌한 콘텐츠 목록을 알 수 있습니다. 비영어 콘텐츠의 타이틀이 시청률의 30%를 차지하거나, 영어 타이틀 시청률의 45%는 자막과 더빙에 의존한다는 등의 추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선스 콘텐츠의 시청 시간 점유율도 측정할 수 있습니다. 55%의 시청이 오리지널에서 발생하고 45%는 구작 라이브러리인 라이선스 쇼에서 일어납니다.
데이터에서 알 수 없는 것
‘Engagement Report’ 에서 제공하지 않는 데이터는 무엇일까요?
우선 넷플릭스의 공개 데이터는 시청 시간에 촛점을 맞추기 때문에 ‘시청자 규모’를 알 수 없습니다. 콘텐츠를 시청한 가구 또는 구독자의 수는 다른 데이터 영역이죠.
그리고 국가별 시청 데이터를 분리해서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 데이터는 경쟁사들이 알면 ‘위험한(?)’ 데이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겠죠.
콘텐츠 시청 중 이탈율, 에피소드 중단 시점 등의 상세한 정보들도 미공개입니다.
넷플릭스가 오랫동안 숨겨놓았던 데이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넷플릭스가 데이터를 공개하는 이유
광고 스트리밍 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사업자로 시청 데이터를 과감하게 공개하여 광고 판매를 지원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작은 파이에 불과합니다. 광고 시장은 닐슨과 같은 제3자가 인증하거나 사업자 모두에게 통용되는 데이터 기준에 따른 독립적인 데이터 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시청 시간 중심의 이 데이터는 글로벌 소비 지표로 각 국가별 특이성과 글로벌한 콘텐츠 공감 요소들이 무엇인지 평가하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는 콘텐츠 제작의 방향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청 데이터를 공개할수록 브랜드가 강화되고 가입자 유치에도 도움이 됩니다.
경쟁 OTT들의 데이터 비공개
그렇다면 디즈니, WBD , 컴캐스트 등 다른 경쟁사들도 넷플릭스를 따라 데이터 공개를 시작할 수 있을까요? 필자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다른 OTT들은 투명한 데이터 공개로 성과가 좋지 않는 콘텐츠를 드러내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콘텐츠들이 많이 시청되는지 공개하면 콘텐츠 제작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른 스트리머들은 콘텐츠 선택에 대한 제작자들의 압력 등에 취약하여 데이터를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마지막으로 레거시미디어들은 스트리밍과 레거시TV 영역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공개되면 스트리밍과 레거시TV의 비교는 불가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적극적으로 스트리밍 데이터 공개를 원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데이터 투명성
OTT 산업의 성숙 수준으로 본다면 데이터의 공개 수준은 다소 미약합니다. SVOD 모델에 광고 사업이 부가된 이후 데이터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넷플릭스가 1등 사업자의 위치에서 자신들만의 기준을 만들어 데이터 공개를 결정하면서 다른 사업자들이 주춤 하는 사이 ‘공개의 혜택’을 모두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 OTT 산업의 수준
미국의 데이터 투명성을 ‘100’ 으로 보면 한국의 OTT 산업의 수준은 ‘50’ 미만입니다. 철저히 가려진 콘텐츠 이용 데이터 들은 오히려 국내 사업자 간의 경쟁만 부추길 뿐입니다.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마치 기업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한국의 기업 문화 등 바뀌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데이터 투명성이 산업을 선진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아직은 공허하게 들립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