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업을 훔친 <레드노티스>
넷플릭스는 스스로 자신들의 시청 시간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결국 ‘자기 자랑’ 에 활용하고 싶어서 였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최고실적 : 3억2,800만 시간
넷플릭스에 따르면 최근에 오픈한 상업적 대작 영화 “레드 노티스(Red Notice)’ 가 역대 넷플릭스 영화 중 최고의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레드노티스는 3억 2,800만 시간으로 2019년에 개봉한 ‘버드박스(Bird Box)의 2억 8,200만 시간을 압도했다. 이 수치를 이용자수로 환산해보면 2억 1천만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코미디, 액션 케이퍼 무비를 본 것으로 평가 된다. 그것도 4주만에 기록된 2위 영화 보다 15~18일 만에 기록한 수치이다.
한국에서는 그리 큰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하다. 한국 영화들에 이어 5위로 밀려났다. 로튼토마토 등 에서 보면 평가 점수도 그리 높지 않다.
레드노티스의 총 제작비의 많은 부분이 Dwayne Johnson, Ryan Renolds 및 Gal Gadot 등의 출연료에 쓰였다. 이들은 각각 2천만불을 받아갔고 총 제작비는 2억불에 달한다. 넷플릭스 영화 중 역대 최고 제작비이다. 평균 블록버스터급 극장용 영화의 제작비 1억5천만불에 육박한다.
대단히 평범하고 시시한 스토리의 케이퍼 무비인 이 영화에 2억불을 투자하고 그에 대한 결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1억명 구독자가 넘는 넷플릭스 가입자를 불러 모았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영화의 품질을 혁신
스트리밍 회사의 TV 영화는 극장 개봉 작품에 비해 낮은 품질로 인식되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투자를 늘리고 톱스타와 명감독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주어 로마, 아이리시맨, 마 레이니 그녀가블루스 등 작품성에서 성공을 거두어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헐리우드 식의 텐트폴 블록버스터 급 영화의 시도 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바로 이 작품, 레드 노티스는 그 신호탄이다.
2015년 영어를 주 언어로 하는 2편의 영화를 공개한 뒤 2018년에는 10개 언어로 된 70개 이상의 장편 영화를 출시하는 등 오리지널 영화의 양과 질을 꾸준이 높여가고 있다. 오리지널 영화의 인디영화, 공포영화, 컬트영화 등 틈새관객을 위한 장르의 조합에서 점차 프리미어 전략으로 주류 관객을 겨냥한 블록버스터로 확대하고 있다.
위 데이터를 보자. 영화 산업 데이터 사이트인 Numbers에 따르면 연간 티켓 판매에서 코미디,로맨틱코미디등의 장르 점유율이 2013년 이후 50% 이상 급감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코미디나 드라마 시청 욕구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런 장르를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시청한다. 특히 팬데믹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분명해졌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10편의 영화는 모두 디즈니 등 마블 과 유사한 코믹북의 리메이크 작품들이다. 넷플릭스가 ‘레드노티스’로 본격적인 텐트폴 영화에 진입하였다.
현재 루소 형제의 신작 스파이 스릴러 The Gray Man이 넷플릭스 투자 작품으로 준비 중인데 2억 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극장에 버금가는 스트리밍 영화의 가치
넷플릭스는 “‘안티윈도우(Anti-Window)” 전략으로 영화를 유통한다. 영화를 극장에 개봉 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상영하거나 또는 극장을 ‘패싱’하고 넷플릭스에서만 상영하는 유통을 스트리밍 회사 중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팬데믹이 장기화 되면서 디즈니는 45일 극장 독점 기간을 두고 있고 워너브라더스는 2021년에만 극장과 HBO MAX 동시 개봉을 고수할 예정이다. 오직 넷플릭스 만 극장 윈도우를 부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테크기업에서 출발한 OTT의 본질이기도 하다.
데이터로 예측 하기를 좋아하는 미국 언론들에서 재미있는 분석을 인용해보자.
넷플릭스의 가입자들이 레드노티스를 3억 2,800만 시간 시청했고 대략 가구수로 나누어 보면 1억 4~5천 가구 시청으로 추정한다. 이 구독자들이 만일 10달러의 박스오피스 비용을 지불했다면 총 수입은 13억 9,000만 달러가 되는데 이는 역대 12번째로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를 평가이다.
만일 디즈니의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러닝 타임인 182분을 박스 오피스 숫자인 3억 4,920만명의 총 이용시간으로 합산하면 10억 4,700만 시간이 나온다. 레드노티스의 현재 총 시청 시간은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1/3 수준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별도 돈을 내고 이 영화를 보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비교는 사실 논리적이지는 않다. 다만 이런 분석은 결국 영화 산업에 대한 OTT의 견인력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극장은? OTT와 극장은 공존
이런 주장은 다시 “그렇다면 극장은?” 이란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팬데믹이 바이러스의 변화를 통해 장기화 될수록 스트리밍 의존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극장이 주는 경험 가치는 분명 다르기 때문에 극단화된 주장은 큰 의미는 없다. 그리고 재미있는 데이터도 있다.
아래 분석을 보면, 스트리밍 영상의 시청 횟수가 많은 많은 고객들 일수록 극장을 더 많이 간다! 고기를 먹어본 사람이 고기맛을 안다는 것과 같다.
레드노티스의 놀라운 수치는 2억명이 넘는 가입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OTT 플랫폼이 방송에 이어 영화 산업도 조정해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주말에 시시하지만 주연 배우 3명이 그럭저럭 매력적인 하지만 별로 고급스럽지 않는 상업 영화 ‘레드노티스’를 시청해보자.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