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비(Barbie) 가 그 주인공입니다.
10억 달러 돌파
최근 데이터를 보면 박스오피스에서 10억 달러를 돌파하여 영화 역사상 이 기록을 넘어선 8번째 영화가 되었습니다.
박스오피스 역사상 53편의 영화만이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습니다. 특히 여성이 감독한 영화 중 최대 실적을 보였던 원더우먼이 기록한 8억 불 수준을 뛰어 넘었습니다.
올해 13억불을 벌어들인 ‘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를 쫓고 있고, 아바타 : 워터 오브 워터 (23억불), 스파이더맨 : 노웨이 홈 (19억 불), 탑건 : 매버릭 (14억불) 등 코로나 이후 흥행에 성공한 영화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의 흥행은 실패했습니다. 100만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영화 ‘바비’는 여러 관점에서 분석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IP’ 측면입니다.
1959년 탄생한 바비
‘바비’는 장난감 제조 회사인 Mattel의 소유입니다. ‘슈퍼마리오’ 등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영화와 OTT 시리즈등에 IP로 활용되는 사례는 많지만 스토리가 빈약한 인형 캐릭터가 영상으로 재조명된 것은 드문 일입니다.
바비의 탄생은 19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비의 탄생 이전에 인형들은 ‘아기’의 형태가 주류였고 아이들은 부모가 되어 아기 인형을 양육하는 놀이로 활용했습니다.
바비는 아이들이 미래의 자신을 상상하며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역할로 인기를 얻어왔습니다. (실제 이런 인형의 변화를 상징하는 장면이 영화에 등장합니다. 아래 티저 영상을 보시죠.)
시대에 따른 바비의 변화
바비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성과 포용성을 보여왔고, 인형의 종류 (체형, 피부색 등)도 170가지가 넘고 200가지가 넘는 직업을 표현하여 주로 소녀들의 미래 잠재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래 표에서 보듯이 마텔은 2013년 부터 2018년 까지 연간 순매출이 64억 달러에서 45억 달러로 감소하는 등 바비의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바비는 마텔의 매출 중 15억 달러를 차지합니다.)
마텔 유니버스 추진
2021년 그레타 거윅 감독을 기용하여 바비 영화의 추진을 결정하면서 새로운 출구를 찾게 됩니다. 마텔은 마블의 성공을 모방하며 ‘마텔 유니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첫번째 영화로 ‘바비’를 정합니다.
마텔은 워너브라더스와 바비와 켄 등 마텔의 장난감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15편의 영화를 개발하기로 합의합니다.
마블, DC 그리고 웹툰에서 출발하는 IP의 확장과 바비는 어떤 차이가 있는것일까요?
브랜드 자체가 IP
영화나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브랜드’가 등장합니다. 제임스본드는 오메가 시계를 착용하고 Aston Martin 스포츠카를 운전합니다. 최근 나이키의 에어조던 스니커즈의 탄생 스토리를 다룬 밴 애플렉의 ‘에어’ 가 나이키 팬들을 스크린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브랜드가 마케팅 용도로 영화나 TV 시리즈를 활용하는 사례는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콘텐츠입니다. 특히 브랜드의 탄생 비화와 브랜드 철학에 담겨있는 인간의 드라마를 풀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바비는 브랜드 뒤에 숨어있는 인간 드라마가 아니라 소비자 브랜드 그 자체를 IP 로 변신시킨 사례입니다. 브랜드가 담고 있는 이미지에 허구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특히 바비는 1959년 이후 특히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여성 세대들이라면 거쳐가야 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작동하는 브랜드입니다. 생애 주기에서 보자면 불과 3-4년 남짓한 시기를 지배했지만 추억속에 숨겨져 있는 ‘문화 코드’ 같은 존재인 것이죠. 영화 ‘바비’의 타겟은 누구입니까? 과거를 회상하는 모든 가족 세대!
브랜드 자체가 IP(Brand as IP)가 된 변화가 지금 시점에 열광을 이끌어 낸 것일까요?
슈퍼히어로 IP 의 퇴조와 수익 중심 OTT 경쟁
어벤저스 엔드 게임 이후 슈퍼히어로 IP의 인기가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 OTT 로 미디어 산업이 급격히 전환되고 있지만 모두가 수익에 집중하는 시점!
스튜디오들은 친숙한 캐릭터와 고객들에게 이미 검증되어 있는 스토리 IP를 발굴하는데 혈안이 되어었습니다.
슈퍼마리오, 던전앤 드래곤 등 게임 IP들은 이 대열의 선두에 있고 ‘바비’ 처럼 이제 브랜드 자체가 IP로 선택 받고 있는 것입니다.
바비의 성공에 팬들이 만들어낸 소셜 마케팅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올해 초 부터 해시태그 #Barbie 의 언급은 유투브에서 80%, 틱톡에서는 무려 191% 증가합니다. 아래 표에서 보는 보는 바와 같이 ‘아바타2’ 와의 틱톡의 밈 생성 숫자를 비교가 안될 정도입니다.
작가, 배우의 파업으로 신작 영화를 위한 배우들의 마케팅 출현이 금지된 시기에 바비 마케팅은 팬들이 직접 수행한 것이나 다름 없을 정도이죠.
앞으로 브랜드 자체가 IP가 되는 사례는 더 증가할 것입니다. 바비의 성공에 기반한 마텔 유니버스! 의 확장이 시작되었습니다.
브랜드 IP 확보 경쟁 치열
최근 미국의 또다른 장난감 회사의 Hasbro는 자신들의 영화 제작회사인 eONE을 헐리우드 스튜디오인Lionsgate 를 5억 달러에 매각 합니다.
Lionsgate는 eONE 인수를 통해 트랜스 포머, 던전 앤 드래곤, 파워 레인저, 지아이 조 등 기존 IP들과 보드게임 monopoly 의 IP 권리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마텔이 ‘마텔 유니버스’를 만들어줄 스튜디오를 물색하는 사이, Lionsgate는 장난감, 게임 등 브랜드 IP를 직접 확장할 권리를 확보하여 IP 경쟁은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스토리! 스토리!
영화 바비는 ‘페미니즘’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마고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이 지닌 스타 파워에 기대고 있지만 영화는 시대의 변화를 투영하고 있습니다. 매우 영리한 스토리 전개 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에서는 이 스토리 때문에 실패했다는 분석들이 많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바비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은 것이 실패 이유 아닐까요?)
바비의 성공을 재현하기 위해 유사한 시도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물론 모든 IP가 좋은 콘텐츠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IP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바비의 세월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에도 캐릭터, 장난감 등 토종 브랜드들이 많습니다. 글로벌한IP 전략의 변화를 고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