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가입자 감소 ‘일시적 하락’ or ‘구조적 위기’
400만 가입자 하락
지난주 발표된 디즈니의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에 이어 디즈니+는 400만 가입자 하락을 신고했습니다. (1억 5,780만명)
넷플릭스, HBO MAX, 파라마운트+ 등 경쟁 OTT의 가입자가 모두 증가했지만 유일하게 가입자 성장이 멈춘 것입니다.
넷플릭스 175만, WBD 160만, 파라마운트+ 400만 증가했지만 유일하게 디즈니만 감소했습니다.
예견된 인도 가입자 이탈
대부분 가입자의 이탈은 인도 가입자들입니다.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프리미어 리그 크리켓 경기(IPL) 의 스트리밍 권리 상실의 타격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가입자 감소는 30만명 정도입니다.
디즈니 가입자 구성의 가장 취약 고리는 인도 (disney+ hotstar) 서비스입니다. 글로벌 가입자의 35%~40%를 차지하기 때문에 다음 분기에도 디즈니+의 가입자 성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손실 규모 축소를 봐달라! 는 디즈니
이미 가입자 성장 보다 질적 성장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쓰려고 준비중인 디즈니는 가입자 감소 보다 ‘손실 규모 축소’ 에 더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디즈니+, 훌루, ESPN+를 합친 손실 규모가 1년 전보다 13% 감소한 6억 5,9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1억 달러에서 4억 달러를 줄였습니다. 이 속도라면 2023년 이내 수익 전환이 가능해질까요?
손실 규모 축소는 가격 인상에 따른 미국 가입자당 수익 증가(전년 대비 20% 증가), 인도 가입자 축소로 글로벌 가입자의 APRU 상승 (6% 증가) 과 마케팅 비용 절감, 콘텐츠 투자 감축 등 때문입니다.
가격 인상 덕분에 가입자당 매출은 미국 지역은 20%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아래 표 처럼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습니다.
(디즈니+의 전세계 가입자 ARPU는 4.44불(13% 증가) 입니다.
미국의 ARPU는 5.95불에서 7.14불로 증가 했지만, 글로벌로 보면 5.93불 (6% 증가), 인도가입자의 ARPU는 59센트 (20% 하락) 에 불과합니다. 인도가입자가 줄면 전체 ARPU는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가입자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객 가치와는 반대 방향
디즈니의 스트리밍 전략은 오로지 수익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전략은 고객 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아닙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는 스트리밍 전략으로 3가지를 강조했습니다.
- 줄이고, 합치고, 높이고!!
#1 콘텐츠를 줄인다
디즈니+ 에서 콘텐츠를 제거한다는 계획입니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가입자도 줄고 있는데 콘텐츠 까지 걷어 내다니!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특정 콘텐츠를 제거’ 한다는 계획입니다. 시청횟수를 기준으로 인기 없는 콘텐츠를 목록에서 제외 시키는 것입니다. 이 콘텐츠들로 인해 발생하는 운영 비용 (음악 저작권료, 작가 수수료, 네트워크 비용 등) 을 줄일 수 있고 이 콘텐츠들을 외부에 라이센싱 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핵심 콘텐츠는 제외됩니다.
이 전략을 먼저 처방한 기업은 WBD 입니다. 디즈니는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2 디즈니+와 훌루는 합쳐! (?)
2023년 내에 디즈니는 훌루의 콘텐츠를 디즈니+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하나의 앱 경험(one app experience) 을 선사하겠다고 밝힙니다.
훌루는 ABC, NBC, FOX 등 미국 방송국들의 연합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국 향 OTT 이죠. 이 두개를 합치겠다고?
자세히 읽어보니 당장의 통합은 아닙니다. 디즈니+와 훌루의 번들 가입자들을 위해 두 앱을 연동하는 방법을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2개의 앱을 이동하면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번들 가입자들의 불편함을 없애 번들 상품을 더 많이 팔겠다는 의미입니다.
통합 앱 MAX로 변신하는 HBO MAX 전략과는 다소 다르지만 결국 통합 앱 전략으로 가는 과정으로 봐야합니다.
(그렇다면 훌루를 컴캐스트에 매각 하지 않은것으로 보입니다.)
#3 가격은 더 올리고, 광고는 더 팔고!
2023년 이내 유럽 지역으로 디즈니+의 광고 상품을 확장한다고 발표합니다. 그리고 광고 없는 상품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수익을 내겠다고 공언합니다.
지난 2022년 말 가격을 인상했는데 그 결과 가입자 하락은 크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일까요.
낮아지는 콘텐츠 경쟁력
디즈니의 수익 중심 전략은 수익 개선에는 마법의 효과를 보일 것은 분명합니다. 그럼 가입자 성장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을까요?
OTT 경쟁에서 가입자 확보는 ‘콘텐츠 경쟁력’에 달렸습니다. 디즈니는 올해안에 콘텐츠의 투자를 줄이면서 핵심 IP인 마블, 스타워즈 등의 시리즈 제작 편수도 줄일 계획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새로운 가입자를 유입 시키고 기존의 구작 콘텐츠들은 이들을 유지시킵니다. 그리고 시리즈의 각종 장르들, 영화 콘텐츠들이 적절히 융합되어 가입자를 성장 시키죠.
Parrot Analytics가 분석한 아래 표를 볼까요.
2023년 1분기에 OTT들의 상위 25개의 인기 콘텐츠들을 분류했는데요, 디즈니는 오리지널과 디즈니의 독점 콘텐츠 인기가 높습니다. 상대적으로 넷플릭스를 고르게 분표되어 있죠. 디즈니는 자사의 콘텐츠를 줄이면 가입자 확보에 불리합니다. (반면 넷플릭스는 외부 라이센싱 콘텐츠 의존도가 높죠)
이런 점을 볼때 콘텐츠 제작이 줄고 극장 우선 유통으로 스트리밍에 도착하는 콘텐츠가 느려지면 가입자 확보에 적신호가 켜질 수 밖에 없습니다.
슈퍼히어로 피로도
그리고 슈퍼 히어로 콘텐츠들이 디즈니를 지탱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슈퍼히어로 피로도’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블과 스타워즈의 인기도 예전과 다르다는 점도 디즈니의 고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 조사결과를 보면 슈퍼히어로 영화를 즐기는 성인 비율이 2021년 64%에서 59%로 하락합니다.
콘텐츠 IP 확장은 마지막 보루
줄이고, 합치고, 올리는 전략은 콘텐츠가 뒷받침 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길을 먼저 간 WBD가 MAX 통합 전략을 발표하면서 긴축한 자금으로 WBD의 핵심 IP들을 과감하게 확장하는 로드맵을 밝힌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익과 가입자를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OTT들의 숙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디즈니+의 성적표는 모범적이지 않습니다.
여전히 구조조정도 완료되지 않은 어수선한 기업 분위기 속에서 콘텐츠를 제거하고, 투자를 줄이는 가운데 가입자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디즈니의 힘은 '콘텐츠'에 있습니다. 증명!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