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된 디즈니가 맞이한 위기와 돌파구
100년 기업 디즈니
올해로 100년을 맞이한 디즈니는 대형 영화 스튜디오, 수십개의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채널, 3개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글로벌 방송국 그리고 테마파크, 유람선 등 콘텐츠 경험 공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중심에 둔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공적 확장은 전세계 미디어 기업들의 귀감입니다.
그러나 과거로 회귀하는 기업가치
그렇지만 100년에 도달한 2023년 디즈니의 기업 가치는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 있습니다.
마블, 루카스필름, 픽사를 차례로 인수한 2018년 이전의 디즈니가 만들어낸 콘텐츠 왕국의 호황기는 공교롭게도 2019년 FOX 인수 이후 박스오피스의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훌루 등 스트리밍 가입자는 1억 6,400만을 정점으로 다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당초 2024년~2025년 이익 전환을 약속했지만 시장 기대가 높아져 투자가 위축되고 있습니다.
밥 아이거 : 급격한 변화를 준비
올드맨 밥 아이거의 귀환 이후 디즈니의 급진적인 변화가 예고되었고 불투명한 미래의 방향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습니다. (성공 보장은 미지수 입니다만)
밥 아이거는 지난 8월 선형TV가 더 이상 디즈니의 미래에 함께 하지 못할 수 있음을 주장하며 몇가지 특단의 움직임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00억 달러 ABC 구매자 나서
ABC를 포함한 디즈니 케이블 채널들의 매각 추진을 시사하며 실제 ABC 구매 희망 기업들과의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00억 달러 협상 가격이 제시되었다는 보도를 보시죠.
한편으로는 ESPN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고 2-3년 안에 ESPN을 케이블 채널이 아닌 독립 OTT로 추진하기 위한 검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이런 움직임은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와 다른 전략입니다. WBD는 통합 OTT인 MAX를 합병 1년 이후 출시하고 CNN, 스포츠 채널들을 MAX에 제공하여 케이블채널과 스트리밍 함께 키우려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인도 미디어 자산 매각 추진 중
레거시미디어의 매각을 위한 첫번째 작업은 인도의 미디어 자산을 매각하는 것입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는 100억 달러의 가치로 Disney+Hotstar와 방송 채널그룹인 Star Indiia 를 포함한 전체 미디어 자산을 인도의 미디어 기업인 Reliance Industries에 매각 또는 합작회사 설립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Reliance Industrie 70~80억 달러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Reliance는 합작 투자 회사인 Viacom8 을 통해 2022년 6월 인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경기인 ‘IPL 크리켓 리그’의 디지털 판권을 확보하여 Disney+Hotstar 가입자 600만명을 감소시켰습니다.
물론 아직도 Disney+Hotstar 가입자는 인도의 스트리밍 인구인 1억 7,100민명의 27~29%를 차지하여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즈니가 인도 가입자를 모두 포기하는 매각을 결정하는 것은 Star India 의 지속적 영업 손실과 사용자당 평균 수익 59센트에 머물고 있는 저가 스트리밍 가입자로 인한 장기적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2019년 FOX 인수를 통해 확보한 인도의 미디어 자산을 매각한다면 레거시 미디어를 철수하는 첫번째 결정이 될것입니다.
ESPN의 가치, 그러나
최근 디즈니가 규제당국에 제출한 문서에 의하면 ESPN은 29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이는 엔터테인먼트 부문(방송 채널과 스트리밍 전체 사업)이 획득한 21억 달러 수익 보다 높습니다. (매 분기 마다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발생시키는 OTT이 사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ESPN의 수익의 대부분은 채널 수신료 (2022년 107억 9천만 달러) 로 광고 (44억 달러) 수익 보다 2.5배 높습니다.
케이블 채널 가입자의 74%가 ESPN을 ‘필수 채널’로 평가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케이블TV의 가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2025년을 목표로 ESPN을 독립 OTT로 준비 중인 것이죠.
스포츠 스트리밍 사업을 OTT로 독립 할 경우 케이블 회사로 부터 받는 채널 수신료와 같은 수익은 없습니다. 고객이 직접 지불하는 25불~30불 수준의 높은 비용을 내거나 저가 광고 상품을 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표 처럼 점점 높아지고 있는 스포츠 판권 가격의 상승도 ESPN 독립에 큰 골치거리 입니다.
ESPN OTT : 전략적 파트너 물색
이 때문에 디즈니는 ESPN의 스트리밍 독립을 위해 통신회사나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의 지분 참여를 끌어내 ‘미국 1위의 스포츠 허브’를 건설할 계획을 위해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경우 디즈니가 ESPN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 또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1년전 분석한 바로도 ESPN의 확장과 매각은 모두 존재하는 주장이었습니다.
훌루 지분 인수 머니 필요
디즈니가 1년 이내에 발생할 가장 큰 거래는 컴캐스트의 훌루 지분을 인수하는 것입니다.
컴캐스트가 소유한 33%의 지분을 강제 매각할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디즈니도 훌루와 디즈니+의 통합 경험 (one app experience) 을 제공할 전략을 세웠습니다.
결국 디즈니는 훌루의 가치가 낮게 평가받아야 적은 돈으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훌루 : 450억 불 가치
최근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훌루는 450억 불의 달러의 최소 가치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 수준이면 디즈니는 150억달러를 컴캐스트에 주어야 합니다. 2019년 당시 양사가 합의한 최소 가치 275억불 보다 훨씬 높습니다. (2019년에 5년 뒤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훌루가 이렇게 가치가 높아질지 그들도 몰랐으니 말이죠.)
OTT 올인 전략에 필요한 현금
냉정하게 보면 디즈니가 레거시 TV 자산들을 팔 수 밖에 없는 이유는 OTT 경쟁에 필요한 현금 확보 때문입니다.
인도 미디어들을 100억 달러에 팔면 컴캐스트가 보유한 훌루 지분을 인수하는데 모두 쓰여집니다. 그리고 방송 채널들을 매각한 돈 100억달러는 ESPN 스트리밍 사업과 디즈니를 지탱하는 콘텐츠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지출됩니다.
앞서 지적한 WBD등과 달리 디즈니가 레거시 미디어를 잘라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OTT 올인’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스트리밍 전쟁은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등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마존, 애플은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기존 자산을 정리해서 군자금을 마련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돈! 돈! 돈!
앞으로 풀어가야할 숙제들의 난이도가 매우 높습니다. 매각 할것들만 나열했지만 새롭게 인수해야할 목록들도 필요합니다.
밥 아이거는 자신의 손으로 인수했던 자산들을 내다 팔고 다시 성을 쌓는 중책을 맡고 있습니다. 새로운 100년은 위기 극복이 시작입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