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파업과 OTT 시장의 파급효과

미국 작가 파업과 OTT 시장의 파급효과

Jeremy
Jeremy

15년만에 미국의 작가 파업이 5월 2일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은 매일 즐겁게 시청하던 코미디 토크쇼 (NBC의 ‘더 투나잇쇼, CBS ‘더 레이트 쇼 등) 의 방송이 중단되고 파업이 길어지면 오리지널 드라마 등의 제작 스케쥴이 지연됩니다. 방송국 뿐 아니라 넷플릭스, 아마존 등 OTT 플랫폼들의 콘텐츠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목격하기 어려운 작가 파업은 미디어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OTT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15년만의 파업

15년 전! 2007년에 똑같은 작가 조합 (Writers Guild of America : WGA)에 소속된 1만2천명의 영화 및 TV 작가들이 무려 100일 동안 파업 했습니다. 이 당시의 파업은 DVD와 인터넷 영상 제작 등 당시 뉴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작가들의 권리 주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23년 지금의 파업은 ‘OTT 와 AI시대’ 가 촉발했습니다. 이만큼 미국의 작가 파업은 전세계의 미디어 산업이 겪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 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이 담고 있는 3가지 핵심 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1 스트리밍 시대의 달라진 노동환경

미국의 작가들은 넷플릭스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합니다. 왜 넷플릭스 일까요?

스트리밍 시대의 문을 연 넷플릭스가 고품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작가들의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넷플릭스가 시리즈 기획 단계에 부터 작가들을 고용하는 ‘미니룸(mini-room)’ 은 낮은 임금으로 작가들을 착취하고 실제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그린라이트(greenlight)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작가들은 일자리를 잃기 때문에

때문에 불안전한 노동환경이 아닐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촉진한 스트리밍 경쟁으로 2017년~2023년 사이의 대본 시리즈 수는 15% 증가했습니다. 드라마 시리즈의 수가 증가했지만 시즌당 에피소드 갯수는 평균 12개에서 10.2개로 감소합니다. WGA는 회차가 감소하면서 작가들은 에피소드의 스토리를 압축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있지만 수입은 대폭 줄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광고주가 아닌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D2C 사업에서 콘텐츠 공급은 수시로 변경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제작의 가장 말단에 위치한 스태프들의 처우는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WGA는 작가들이 에피소드당 최소 3주의 작업을 보장 받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즌별 에피소드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작가들의 노동 시간을 보장받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WGA와 협상하는 영화, TV 제작자 연맹(AMTPT)는 이 조건을 수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2 우리도 데이터를 알고 싶다

미국의 방송국들은 TV 시리즈의 신디케이션 판매와 해외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재상영분배금’ 명목으로 감독, 작가들에게 분배해왔습니다. 하지만 OTT 중심 유통 환경에서 재상영 분배금의 기준이 모호해 졌습니다.

이번 파업에서 WGA는 넷플릭스를 포함 OTT 들이 자신들에게 미국 및 글로벌 시청 데이터를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아마존, 애플TV+의 콘텐츠들은 스트리밍 가입자 이외에 아마존의 커머스 판매 수익, 애플의 디바이스 판매와도 연동되는데 콘텐츠의 파생 가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작가협회의 요구는 타당하면서도 매우 복잡한 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 AI와 나의 일자리

제작 스튜디오들이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초안 스크립트를 작가들에게 수정 요구를 하는 등 보조도구로서 사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AI가 창작의 고유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디어 기업들을 이를 거부합니다.

AI가 작가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걸까요? 매우 어려운 주제입니다.

다른 영역이기는 하지만 실제 IBM은 AI의 도입을 통해 향후 5년간 7,800개의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들의 행등은 AI 시대에 벌어지는 일자리 논쟁을 쟁점으로 한 첫번째 파업입니다.

OTT와 AI 시대에 벌어지는 작가 파업은 기술과 미디어 소비 변화를 이끌고 있는창작 노동자들의 고충을 담고 있습니다.

OTT 기업들의 위기 상황

그런데 현재 미디어 기업들도 OTT의 사업 성과를 긍정적으로만 누리고 있지 못합니다. 디즈니는 7천명의 해고 명단을 작성하고 있고 넷플릭스를 제외한 모든 OTT 플랫폼 소유 기업들은 마이너스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TV 시리즈의 제작 중단과 신규 드라마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는 스트리밍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방송국의 콘텐츠와 OTT 플랫폼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디즈니, NBC,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비리 등 기존 레거시 미디어 기업들의 고통이 가장 큽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은 참으로 자본주의의 극한을 보여줍니다.

2022년 미국의 미디어기업들 CEO의 합산 연봉은 무려 7억 7,00만 달러이고 넷플릭스의 CEO 테드 사란도스는 주당 100만 달러를 벌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은 악화되어도 CEO들의 임금은 줄지 않습니다.하지만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준 작가들의 최소 임금은 4,500불 (WGA의 발표) 라고 합니다.

투자 감소 = 파업 해결 = 제작 감소

기업 실적 만회를 위해 2023년 콘텐츠 투자 비용은 동결 상태인데 파업 해결로 제작 단가가 올라가면 미디어기업들은 제작량을 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이미 작년 3분기 부터 넷플릭스를 포함한 다수의 회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시리즈를 포함한 대본이 있는 TV쇼의 제작을 줄이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아마존이 예외입니다.

파업의 수혜는 넷플릭스

그리고 오리지널 제작량을 보면 여전히 넷플릭스가 우위를 보이고 있고 2023년에도 이 추세는 유지됩니다.

작가들이 넷플릭스의 문 앞에서 시위를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파업으로 인한 손상 수준이 가장 낮은 회사가 넷플릭스 입니다.

지역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비교한 표를 보면 넷플릭스의 아시아, 유럽의 투자가 다른 OTT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미국의 공급망 차질이 길어지더라도 넷플릭스의 체력이 가장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더라도 한국을 포함한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콘텐츠 비축량이 가장 많다는 의미입니다.

콘텐츠 공급망의 한축 'K-콘텐츠'

얼마전 넷플릭스가 한국에 약속한 4년간 25억불 투자는 단순히 ‘K 콘텐츠’에 대한 구애가 아닙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야망에 포함된 공급망 구축 시나리오의 예정된 계획일 뿐입니다. (이미 예정된 투자 집행!)

한국에 25억불을 약속했지만 영국에 투자한 4년간 투자비가 60억 불입니다. 여전히 넷플릭스는 미국 이외 지역 중에서도 영어권 콘텐츠의 생산을 늘리고 있는 것이죠. 이들의 공급망 지도는 철저히 가입자를 따라갑니다.

최근 넷플릭스 이외에도 파라마운트 글로벌, 애플TV 등이 국내의 스튜디오드래곤 등 제작회사들과 공동 제작 또는 일부 오리지널 투자들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한국의 스튜디오들이 각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비싼 미국의 제작 단가와 파업 장기화를 한국의 콘텐츠가 채워주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콘텐츠 제작비 수준에 30%로 못미치는 한국의 낮은 단가를 높일 수 있는 협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국의 제작 환경을 고민할 계기

미국 제작 스태프의 노동환경이 개선되는 것 만큼 한국의 창작 노동자들도 대등한 조건을 가질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가 한국에 등장한 2016년 뒤로 한국의 제작 산업은 3배이상 성장했습니다. 작가, 스태프 등의 노동환경은 개선이 필요한 영역으로 이에 대한 주장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작가 파업은 남의 나라 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산업 경쟁력을 질적으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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