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만든 폭음시청(binge watching) 의 숨겨진 비밀

넷플릭스가 만든 폭음시청(binge watching) 의 숨겨진 비밀

Jeremy
Jeremy

시리즈를 열광적으로 시청하는데 이미 새벽이 되었다. 다음 편만 보고 침대로 가자고 맘을 먹었는데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폭음시청(binge viewing)의 대중화

독자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한번 쯤은 했을 것이다. 폭음시청(binge viewing), 한국에서는 몰아보기, 마라톤 시청이라고 부르는 시청패턴은 몇 시간 동안 TV시리즈를 연속해서 시청하는 행위이다.

미국인의 73%가 폭음시청 (binge-watching) 을 해 보았고 평균적인 폭음시청 시간은 2시간 8분이라고 한다. 시리즈 3~4개를 연속해서 보면 폭음 시청인 셈이다. 젊은 성인층일수록 몰아보기 경험비율이 높다.

18-29세대의 binge watching 경향이 더 높다

넷플릭스가 2억명 이상의 글로벌 구독자를 확보하는데 ‘폭음시청’은 일등공신임에 틀림없다.

모두 아시는 것처럼 ‘폭음시청’은 넷플릭스가 2013년 하우스오브 카드의 매주 1회 씩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방식에서 한꺼번에 공개(전편 공개) 하면서 시청 패턴이 만들어졌다. 팬데믹 으로 인해 이 몰아보기 경향은 더욱 증가했다.

특히 ‘몰아보기’는 기존 TV의 시청 질서인 주간단위로 규칙적인 편성 방식의 드라마 제공을 ‘구식’으로 만들어 버렸다.

과거의 방식은 공급자가 주는대로 소비하는 ‘느린 소비’ 방식 이었다면 ‘몰아보기’는 구독자 스스로의 편의에 따라 내러티브의 흐름과 종결은 통제하는 서비스로 가히 혁명적 시청 방법이다. 콘텐츠의 인기가 좋을 때는 이로인해 빠르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인지 확산됨으로써 신규 회원 유입에도 마케팅 효과가 명확하게 나타났다.

폭음시청이 끼치는 부정적 영향


이토록 폭음시청이 대중화 되자 미국의 미디어 학자, 의료, 심리학 등 여러 연구기관들은 폭음시청의 영향력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특히 폭음시청 이후 사람들의 행동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부각되었다.

일부 연구는 폭음시청이 이어질수록 뇌에서 사람의 기분을 좋게하는 천연 화확물질(도파민)이 분출되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폭음시청의 부작용도 큰데, 사교활동이 감소하거나 불면증 등 수면 부족을 야기하여 건강하지 못한 생활로 연결된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와 비쥬얼 그리고 나만 늦게 보아서는 안된다고 하는 ‘소셜추종’의 조급증 까지 겹치면 폭음 시청의 경향은 유지될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적(enemy)은 수면” 이라는 사악한 넷플릭스 CEO의 주장이 딱 들어맞았다.

넷플릭스는 '폭음시청'을 자극하기 위해 에피소드가 끝 난뒤 크레딧도 올라가기 전에 <다음회 재생> 버튼과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 <오프닝 건너뛰기> 버튼을 만들었다. 다음회의 긍굼증을 유발하는 에피소드 끝의 "클리프행어" 엔딩은 다음 에피소드를 볼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전편공개 vs 주간 공개

하지만 스트리밍 경쟁에서 ‘폭음시청’이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후발 경쟁 사업자는 넷플릭스에 비해 오리지널 화력이 부족했다. 디즈니플러스, HBO MAX 등 후발 스트리머들은 1주 1회 씩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디즈니플러스는 만달로리안 을 시작으로 ‘로키’등 오리지널 시리즈를 주간 단위 공개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6월부터 오리지널 시리즈를 매주 금요일 공개 하던 일정에서 매수 수요일로 변경했다.)

결국 주간단위 공개는 구독자들이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이로 인해 사업자는 구독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다리기 위해 스트리밍을 해지하지 않는 효과가 있다. 이는 전통적인 TV에서 취한 전략과 동일하다.  

에피소드가 일정 시간 동안 매주 방영하면 그 기간 동안 팬들은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하고 흥분하며 그 기간을 기다리기 때문에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 사장 리키 스트라우스(Ricky Strauss) 는 “디즈니플러스는 이제 막 시작했기 대문에 일주일에 한번 나오는 에피소드 콘텐츠로 팬층을 구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라고 말한다.  

주간 공개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1~2개월 동안 언론과 소셜에 언급되는 기간을 늘려 신규 구독자를 유입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래 구글 트렌트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에 대한 검색 트래픽이 출시한 1주일 사이에 급증했다고 관심이 급격히 하락하였다.  디즈니플러스의 <만달로리안>은 검색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증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디즈니플러스 오리진널 구글 트렌드 분석량 비교

고객들의 사용 리뷰는 ‘몰아보기’가 안된다는 불만도 있지만 크게 상관 없다는 반응등 의견은 분분하다.  디즈니플러스의 낮은 가격이 주는 효능감이 크기 때문에 고객은 참아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 총량이 넷플릭스에 비해 떨어지는 디즈니플러스로서는 적은수의 프로그램으로 구독자의 유지와 유입을 극대화 하려는 전략이다.

미국 폭음시청과 주간 공개 년도별 비교

위의 표를 보면 미국 시장에서 폭음 시청과 대비하여 주간 공개 콘텐츠가 점차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 등장 이후 주간 공개 오리지널 시리즈가 증가하고 있다. 전편공개와 주간공개가 점차 병존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가 전편공개를 지속 하는 이유

하지만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전편 공개를 철회할 생각이 없다. 주간 공개를 하면 긴 시간 동안 고객들을 잡아둘 수 있는데도 왜 전편 공개를 지속할까?

오징어게임에서 보듯, 국내와 글로벌에 동시 공개가 되어 폭발적 인기로 이어지는데 1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신규 구독자 확보는 물론 넷플릭스 이용을 잠시 쉬고 있던 기존 구독자들을 TV앞으로 불러 모으게 된다. 경쟁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을 활성화 시키는데 오리지널 시리즈의 전편공개는 마케팅 효과를 크게 발휘한다.

그리고 이렇게 활성화된 고객들이 구독을 취소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플랫폼의 실력이다. 미국의 비교이기는 하지만 넷플릭스가 해지율이 가장 낮다.

미국 시장 OTT 해지율 비교

신작 오리지널이 신규 유입을 결정한다면 구작 라이브러리는 지속 이용을 권장하는 요소이고 다중 ID로 온 가족 이용, 다중 디바이스 등 UX 요소가 잔류를 결정한다.  이 지점에서 넷플릭스의 장점이 발휘된다.

국내 OTT 경쟁 : 전편공개 vs 주간 공개

최근 9월 국내 토종OTT의 선두 웨이브는 첫번째 독자 오리지널 드라마 “유레이즈업”의 전편을 공개했다. 달달한 로맨스류의 이 드라마는 지상파 시청율의 80%에 육박하는 인기를 기록했다. ‘폭음시청’ 효과를 얻었다.

하지만 토종 OTT들이 전체 오리지널을 전편 공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하는데 부담을 가진다.

국내 토종 OTT들은 넷플릭스 보다 더 많은 콘텐츠 숫자를 가지고 있지만 넷플릭스 만큼 고객들의 지속 유지 역량이 다소 약하다.

특히 라이브러리 콘텐츠의 고객 견인력이 약하다. 라이브러리 콘텐츠 품질이 낮아서가 아니다. 추천 기술, UI/UX 차별화 지점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가족 단위로 ID를 공유하며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고 TV 디바이스 이용이 많지만 토종OTT들은 모바일 시청 빈도가 높다. 그리고 방송국 방영 후 OTT에 순차 공개 하는 방식 이기 때문에 '전편공개'할 콘텐츠의 수도 부족하다.

그런데 넷플릭스에는 '오징어게임' 처럼 전편공개 되는 오리지널과 '갯마을 차차차' 처럼 주간 공개되는 신작드라마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주간 공개 콘텐츠는 대부분 '로컬' 콘텐츠들이다. 고객 충성도가 토종 OTT들 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폭음 시청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매주 에피소드를 보는 것 보다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편공개를 통한 폭음시청은 이제 대중적 시청 방법이 되었다. 한꺼번에 몰아보는 방식이 건강과 사회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시청 동안 느껴지는 감정적 교감과 시각적 즐거움이 매우 크다.  특히 폭음시청은 나만 늦게 보면 뒤쳐질지 모른다는 사회적 고립감을 자극함으로써 구독자들 스스로 콘텐츠를 전파시키는 네트워크 효과로 이어진다.

물론 국내와 미국 모두 OTT 경쟁에서 전편공개나 주간단위 공개는 병행되는 편성 전략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사례에서 보듯,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기가 높다면 전편공개와 주간공개는 결국 확산의 속도를 제어하는 요소일지 모른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출시되면 전편공개와 매주 공개 방식으로 OTT콘텐츠들이 편성 경쟁을 펼쳐가며 구독자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된다. 자신들의 콘텐츠들이 선택 받고 계속 활성화될 수 있는 플랫폼들의 진검승부를 기대한다.

Tip : 몰아보기에 중독된 당신! 빠져나올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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