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과 HBO가 OTT 브랜드로 사용되는 이유

ESPN과 HBO가 OTT 브랜드로 사용되는 이유

Jeremy
Jeremy

최근 미국의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는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름을 이전 브랜드인 MAX에서 HBO MAX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TV채널 브랜드를 OTT 브랜드로

디즈니는 ESPN+를 독립 스포츠 OTT로 출시하면서 'ESPN'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폭스(FOX)도 자사의 OTT 브랜드로 폭스 원(FOX One)을 채택했습니다.

WBD는 올해 가을 CNN+를 다시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CNBC는 비즈니스 채널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CNBC+를 시작했습니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쇠퇴기에 접어든 이 시점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유물을 스트리밍 브랜드로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트리밍 경쟁에서 콘텐츠는 왕이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은 브랜드가 왕이라는 점을 증명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존 TV 채널의 이름이 제공하는 프리미엄 콘텐츠의 고품질 이미지와 시청자들과 연결된 브랜드 감성을 OTT 경쟁에 활용하려는 것입니다.

레거시미디어의 위기

과거 TV 채널의 유산을 OTT 플랫폼으로 되살리려는 시도는 레거시 미디어가 직면한 위기에서 비롯됩니다.

아래 표를 보면 WBD와 디즈니 모두 두 자릿수의 이익 감소를 보이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전체 TV 채널 사업 이익은 2% 증가했지만, ESPN의 TV 사업 이익은 16% 감소했습니다.

특히 파라마운트글로벌은 36% 수준까지 감소하였으며,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형 TV 의 이익 비교

스트리밍 사업 수익성

그런데 선형 TV의 감소하는 이익 수준을 스트리밍 사업이 보완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아래의 스트리밍 부문 수익성을 비교해보면 넷플릭스와 큰 차이가 나며, WBD와 디즈니의 OTT 사업은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스트리밍 플랫폼 수익과 손실 비교

레거시 미디어 선택 : 효율화

무너져 가는 레거시 미디어 사업을 스트리밍 사업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경쟁 환경 속에서, 레거시 진영의 선택은 '효율화'입니다.

#1 MAX 에서 HBO MAX 로

WBD는 2년 전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MAX’로 결정하면서 MAX의 정체성을 “모든 가족 구성원이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년 뒤 WBD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자사의 OTT 서비스를 성인 중심으로 변경했습니다. 이것이 ‘HBO MAX’로 다시 회귀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WBD는 넷플릭스와 디즈니+와의 경쟁에서 어린이 콘텐츠로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HBO MAX로 브랜드가 변경된 광고주 행사에서 콘텐츠의 양과 다양성이 아닌 성인 중심의 콘텐츠에 집중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세서미 스트리미는 최근 HBO MAX 에서 넷플릭스로 이동하였습니다.)

#2 스포츠 독립 OTT : ESPN

독립형 스포츠 OTT로 추진하는 ESPN은 TV의 유료 채널 이름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가격은 월 29.99달러로 케이블 요금제에 포함된 가격보다 높습니다.

물론 ABC, ESPN, ESPN2에서 시청할 수 있는 모든 스포츠 생중계를 제공하며, 디즈니+와 훌루 등과 번들 상품으로 구매할 경우 36달러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기존 유료 방송 채널 가입자를 유지하면서 코드 커팅을 하는 신규 스포츠 애호가들을 유치하고, 디즈니 스트리밍 번들 상품 구매를 증가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번들링에 활용

HBO MAX와 ESPN은 기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및 차터, 컴캐스트와 같은 케이블 TV 플랫폼의 유료 TV와 쉽게 번들링할 수 있도록 상품과 가격을 구성하였습니다.

아울러 이들을 독립적으로 이용하려는 코드커터(cord-cutter)들에게 동일한 TV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했습니다.

극복 과제 : TV를 떠난 젊은 시청자들

드라마와 스포츠 콘텐츠를 상징하는 HBO와 ESPN 등 레거시 미디어의 유산이 OTT 경쟁으로 이어진 이들의 브랜드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한 가지 숙제가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존 미디어와 뉴미디어가 각축을 벌이면서 세대 간의 인식 및 이용 격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케이블 TV 뉴스 시청자들의 평균 시청 연령은 70세인 반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는 34세, 유튜브는 38세, 넷플릭스는 42세입니다.

케이블 TV의 주요 시청 시간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시청자 연령대는 65세 이상입니다.

미디어 플랫폼 별 소비 연령 비교

케이블 TV에서 명성을 쌓은 TV 브랜드가 스트리밍 경쟁에서 핵심 무기가 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보다 소셜 비디오와 라이브 스트리밍 시청을 더 선호하며, TV 채널의 콘텐츠 시청은 덜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시청 행태 비교 / 딜로이트

HBO, ESPN 등 TV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들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파악하고 장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ESPN은 이미 젊은 시청자들과의 연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SPN은 스포츠 콘텐츠를 대거 유튜브 숏츠로 이동하였으며,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시청하는 스포츠 방송사'로 2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유튜브 숏츠, 페이스북 스포츠 채널 랭킹 비교

새로움 보다 익숙함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레거시 미디어 진영은 생존 전략으로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한편, 드라마, 스포츠, 뉴스 등 특정 장르를 OTT로 이동시키는 ‘틈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는 ‘번들링’이라는 미디어 산업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OTT는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와 전혀 다른 서비스임을 강조하며 OTT 브랜드를 내세워 경쟁하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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