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데이터 공개의 숨은 의미
최근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콘텐츠의 데이터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청률 데이터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우리가 본것
‘What we Watched’ 라는 이름의 보고서는 18,000개 이상의 프로그램과 영화에 관한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기존에 공개하던 상위 10개 랭킹 목록과 별개로 2023년 1월 부터 6월 까지의 전체 콘텐츠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작가 노조 파업 중 요구사항인 ‘스트리밍 데이터 공개’ 합의 이후 넷플릭스가 누구나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공개한 매우 진일보한 결정입니다.
다음은 보고서 링크이며, .xlsx 파일로 다운로드됩니다.
이 데이터는 2023년 6개월 도안 50,000시간 이상 시청한 모든 콘텐츠에 대한 시청 시간을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반기마다 유사한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래 영상은 이 보고서 발행 이후 기자들과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세계 2억명 이상을 거느린 1위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능한 움직임들과 OTT의 일반적인 소비 특성을 모두 발견할 수 있습니다.
5가지의 특성을 추려보겠습니다.
#1 오리지널 콘텐츠의 트래픽 기여도
공개된 데이터의 상위 5개 프로그램들은 모두 넷플릭스오리지널 입니다. 스파이, 스릴러 시리즈 ‘The Night Agent’ 가 8억 1,21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여 1위를 차지했습니다.
1,000억회 이상의 시청 시간 기준으로 55%가 오리지널 이며 나머지 45%가 라이센싱한 콘텐츠 들입니다.
#2 영화 보다 TV 시리즈
또한 넷플릭스 데이터를 보면, 영화 보다 TV 시리즈의 견인력이 훨씬 우세합니다. 목룍에 있는 상위 13개 프로그램들은 모두 TV 시리즈 이며,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영화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The Mother’ 입니다.
#3 한국 및 비영어권 콘텐츠의 위력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4편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 상위 25개에 포함됩니다. 특히 The Glory 는 무려 3위입니다.
비영어 콘텐츠는 넷플릭스 시청 시간의 30%를 차지합니다. 비 영어 콘텐츠 중 K-드라마와 스페인어의 텔레노벨라의 인기가 두드러집니다. 피지컬100 도 20위 안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4 구작 라이센스 콘텐츠의 부활
‘넷플릭스 효과(Netflix Effect)’는 구작 콘텐츠가 넷플릭스에 인기를 얻는 플랫폼 파워를 일컫는 말입니다. 6월 17일 넷플릭스에 오픈된 USA네트워크 드라마 ‘슈츠’는 6월 데이터 만으로 1억 3천만 시간에 육박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1년에 첫 시즌을 신고한 슈츠는 세탁물을 개면서 시청할 수 있는 가벼운 TV 프로그램의 상징 (이 당시 이런 드라마들을 ‘blue sky’ 프로그램으로 불렀습니다) 입니다.
6월 이후 닐슨의 데이터로도 4주 동안 슈츠는 넷플릭스와 피콕에서 128억분의 시청 시간을 기록하여 10년이 훌쩍 넘은 구작 드라마의 대박을 만들어 냈습니다.
묻혀 있던 시리즈가 넷플릭스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5 소수 콘텐츠로 집중
2023년 1월 부터 6월 까지 시청자들의 넷플릭스 총 시청 시간은 1,000억 시간입니다. 그런데 10만 시간 이하의 타이틀은 수천개에 달합니다.
18,000개의 프로그램이 분석 대상이지만, 단 89개의 프로그램만이 최소 1억 시간을 기록하였습니다.
미국의 분석 전문가가 이번 보고서의 18,000개 타이틀과 시청 시간의 상관관계를 분포로 정리하였습니다.
정확하게 ‘파레토 법칙(소수의 콘텐츠가 전체 스트리밍 시간을 차지)’ 이 그려집니다. 이는 인터넷 콘텐츠의 ‘승자 독식’ 구조를 분석한 예전의 예측들과 일치합니다.
넷플릭스는 작가 노조의 파업 결과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 같지만 숨은 의도는 복잡합니다.
넷플릭스 데이터의 한계
우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OTT 산업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자신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데이터는 단지 시청 시간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스트리머들과 비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국가별 데이터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깊은 분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K콘텐츠의 국가별 시청 데이터가 있다면 제작사들이 국가별 수요를 예측하는데 매우 도움이 되겠죠.)
미디어기업들을 향한 구애
최근 디즈니는 Grey Anatomy 등 디즈니가 소유한 14개 시리즈들을 비독점으로 넷플릭스와 공급 계약을 준비 중입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19개 시즌 전체가 2024년 3월 부터 미국 지역 한정 공급)
이번 넷플릭스의 데이터 공개는 구작 콘텐츠를 자신들의 OTT플랫폼에 독점 시키고 있는 미디어 기업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일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당신들의 콘텐츠를 언제든지 부활시켜줄 수 있다”
넷플릭스를 활용한 IP 부활
슈츠의 8개 시즌의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지만 마지막 시즌은 피콕에만 공급하고 있습니다. 슈츠의 IP를 보유한 NBCU는 넷플릭스로 부활한 슈츠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파생 시리즈의 개발을 준비중입니다.
기존 시리즈를 넷플릭스에 팔아서 수익화 하고, 마지막 시즌의 시청은 피콕으로 몰아주고, 그리고 스핀오프 드라마도 제작하는 IP 활용 전략을 펼치는 것입니다. 당분간 전세계 모든 미디어기업들에겐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넷플릭스에 팔것인가, 자신들의 OTT 차별화는 어떻게 만들것인가”
실적 발표 때 마다 넷플릭스는 3가지의 플랫폼 강점을 역설합니다. “도달 범위, 우수한 추천, 강력한 팬덤”
넷플릭스 천하! 플랫폼의 승자독식! 넷플릭스가 데이터를 과감하게 공개한 이유입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