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아시아 지배의 불편한 진실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로 위상을 높이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작년 말 넷플릭스의 발표에 의하면 넷플릭스 고객의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1편 이상 시청했습니다. 넷플릭스가 미국 다음으로 투자 금액이 높은 나라가 한국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이후 콘텐츠 제작 산업의 시장 규모와 종사자 수 등은 모두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최근에는 파라마운트+, 아마존, 애플TV+ 등 다른 OTT들도 한국 콘텐츠의 제작량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K콘텐츠 전성시대’ 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K-콘텐츠의 제작 견인력이 넷플릭스에 쏠려 있기 때문에 ‘하청 기지화’ 논란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아시아 SVOD의 40% 시청률 차지
APAC 지역의 미디어 데이터 분석 회사인 ‘Media Partner Asia’는2022년 1월 부터 2023년 3월 까지 아시아의 SVOD 시청률을 집계했습니다.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콘텐츠가 40%로 가장 높고, 미국이 30%를 그 뒤를 따릅니다.
한국 콘텐츠는 분석에서 제외한 인도와 중국 이외의 대부분 국가에서 1위 시청률을 차지했습니다.
미국 콘텐츠들은 디즈니의 마블, 스타워즈 등 SF, 판타지 장르에서 우위를 나타냈는데 피지컬100 등 한국 오락의 인기 보다 낮습니다.
미국 콘텐츠 소비자 가장 낮은 나라 : 한국
그 다음으로 흥미로운 데이터는 지역별 미국 콘텐츠의 인기도 입니다.
- 호주 SVOD 시청의 72%
-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필리핀 40~50%
- 인도네시아 35%
- 일본 16%
- 한국 13%
한국의 전체 OTT (글로벌, 국내) 에서 미국 콘텐츠 시청률이 차지하는 수준이 13%에 불과합니다.
한국 콘텐츠의 아시아 시청율은 가장 높고, 한국에서 미국 콘텐츠 시청율은 가장 낮다!
한국에서 미국 콘텐츠 시청률이 이렇게 낮으면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들의 구독자 점유율이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넷플릭스등 글로벌OTT들의 한국 콘텐츠 투자 증가와 한국과 아시아의 지배력이 비례하게 된것입니다.
한국의 주요 방송국들은 동일한 콘텐츠를 넷플릭스에도 팔고 자사의 OTT에도 공급을 하면서 국내 OTT의 성장을 스스로 제한시켜 버렸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others에 포함되는 현지 스트리머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한국의 넷플릭스 점유율이 33% 로 다소 낮게 집계 되었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국내 OTT 들의 생존력을 담보할 수준의 가입자 구조는 아닙니다.
3가지의 불편한 진실
한쪽면으로만 보면, 글로벌OTT들이 한국 콘텐츠를 ‘발굴 했다’ 고 볼 수 있고 특히 아시아 지역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면으로 보자면, 그 수혜는 고스란히 넷플릭스 등 해외 사업자에게 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콘텐트리중앙은 -41%,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무려 50% 이상 올랐습니다. 넷플릭스의 주가 상승은 광고 상품 가입자 상승 기대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가 시장 가치에 추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가치는 한국의 스튜디오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콘텐츠의 일회성 투자 이후 모든 수익화는 넷플릭스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를 호령하고 있지만 이면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정리해볼까요.
불편한 진실 2. 아시아의 높아지는 k콘텐츠 시청률은 국내 OTT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불편한 진실 3 : 해외 OTT가 투자를 줄이게 되면 K콘텐츠의 제작 동력은 위축될 수 있다
콘텐츠 보호주의
블룸버그의 기사 내용 처럼 넷플릭스를 포함한 해외 OTT들이 각 각국가들을 지배하여 지역의 TV 방송국들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K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에 취해 있는 사이,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은 자국의 콘텐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보호주의’ 가 가장 높은 프랑스는 넷플릭스등 OTT 수익의 최소 20%를 현지 콘텐츠에 투자하도록 강제하고 다른 국가들은 요구하는 지분 비율은 다르지만 이 룰을 따르고 있습니다. OTT가 미디어 산업을 지배하는 수준이 높아질 미래에 대한 대비입니다.
콘텐츠 자본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
한국의 미디어 규제에 대한 고민이 이 수준 까지 발전할 수는 없더라도 넷플릭스등 해외 OTT의 위상에 관한 다면적 논의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한국 콘텐츠 생태계의 무한 동력’ 으로 평가하고 마치 국가 훈장이라도 줄 것 처럼 대우하는 모습은 적절치 못합니다. 콘텐츠 자본은 언제든지 수익의 기회에 따라 한국을 떠날 수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