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TV 의 반경쟁 이슈와 아마존 (feat. 국가 규제와 소비자 감시의 중요성)
빅테크 기업들이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사의 진입을 차단하는 일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글, 애플의 앱스토어가 자신들의 결제(IAP)만을 강요하는 것도 크게 보면 빅테크들의 독점력의 폐해 이죠. 이때문에 소비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공정’ 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한국의 언론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OTT에도 빅테크 간의 경쟁이 있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의 치사한(?) 경쟁이 그것입니다.
2015년 1차 냉전 : 상대방 서비스를 제거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존은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구글의 크롬캐스트와 애플TV의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아마존가 개발한 동일한 제품인 Fire TV 스틱과 셋톱박스 판매를 우선 장려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2017년 말에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구글은 크롬캐스트에서 아마존프라임 비디오 접근을 막았습니다. 아울러 아마존 Fire TV와 AI 디바이스인 Echo Show의 유투브접속도 차단했습니다.
이러한 견제는 2019년에 각자의 서비스를 허용키로 합의함으로써 극적으로 타결되었습니다. 하지만 4년 동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감당했습니다.
사실 이런 일은 한국의 소비자들도 겪고 있습니다. 수년전 LGU+가 IPTV에 유투브를 제공하여 선풍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경쟁회사들인 SKB와 KT도 유투브를 제공하고 싶었으나 구글의 정책은 자신들이 만든 TV OS인 안드로이드TV가 탑재된 셋톱박스에서만 유투브를 이용할 수 있다고 통보했습니다.
유투브라는 소비자 친화적인 강력한 서비스를 등에 업고 TV OS 시장에 후발로 뛰어들어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끝난것으로 알았던 아마존과 구글의 경쟁이 TV OS 시장에서 다시 격돌했고 최근에야 이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2022년 2차 냉전 : 안드로이드TV vs FIRE TV OS
구글이 TV OS인 안드로이드TV를 채택한 TV 제조 OEM 회사와 셋톱박스 제조업체와 계약 하면서 안드로이드 독점 계약인 ACC (Android Compatibility Commitment) 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ACC는 안드로이드TV 를 제조 단말에 TV OS로 활용하면 FIRE TV OS 등 다른 소프트웨어로 단말을 제조할 수 없다는 계약입니다.
구글은 파트너들의 하드웨어에서 사용자가 개발자에게 일관되고 안전하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 계약의 목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조건을 어기면 안드로이드TV가 포함된 전체 단말에서 앱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와 유투브 이용을 불허하겠다는 조항입니다. 또 유투브가 등장하는군요.
구글은 2020년 기준으로 스마트TV제조사 10개 중 6개, 케이블TV, IPTV 를 합쳐 140여개 사와 이런 계약을 맺었습니다.
아마존은 최근 몇년간 자신들이 만든 TV OS가 올라간 스마트TV를 직접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TV OEM 회사들과 TV 제조 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구글의 불공정 계약 때문에 샤오미 등 몇개 회사와만 계약이 가능했습니다.
인도의 규제 당국에 의해 문제 해결
이 문제는 전세계에서 매우 큰 시장 중 하나인 인도에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인도 경쟁 위원회는 안드로이드 및 스마트TV 시장의 반경쟁적 관행 이슈를 의심하고 조사하기 시작했고, 규제당국은 10월 20일 경 구글이 안드로이드에서 지배적 위치를 남용하고 있다며 1억 6,2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했습니다.
이 조사에는 TV OS 경쟁에 관한 이슈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7개 TV 제조회사가 구글의 제한 때문에 아마존 FIRE TV OS에 기반한 TV 제조가 어렵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아마존은 매우 구체적으로 반경쟁적 상황을 진술한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글과 아마존의 화해
결국, 구글이 백기를 들었습니다. 구글이 제조사들의 아마존 계약을 인정하게 된것입니다.
아마존이 구글의 안드로이드TV 계약에 묶여 있는 중국 OEM 회사인 TCL 과 FIRE TV가 탑재된 스마트TV를 제조하는 파트너쉽을 체결하게 됩니다. 아마존과 TCL은 55인치 QLED TV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에서 출시할 계획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유럽은 아마존이 안드로이드TV를 약간 앞서는 지역입니다. 구글과 아마존이 서로를 견제하는 이유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마존과 구글의 TV OS 갈등이 크게 이슈가 되지 않는 이유는 구글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언론들은 구글이 완전하게 경쟁자 진입을 허용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단지 미국과 타 국가들의 반독점 규제 조사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치열한 TV OS의 물밑 경쟁
현재 TV OS들은 공통적으로 OTT 어그리게이션(aggregation)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와 지역별로 매집한 로컬 OTT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이제 특정 TV OS의 차별화가 아닙니다. 앱과 콘텐츠를 쉽게 검색하고 저장하고 공유하는 UI 측면의 차별화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다음 TV OS의 차별화는 각 회사들이 만들어낸 독자적 콘텐츠 라인업 (AVOD, FAST 등) 이고 로쿠의 오리지널 전략, 아마존의 Freevee (독자 AVOD 앱)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프리미엄 TV의 브랜드력을 앞세운 삼성과 LG가 스마트TV에서 앞서있고 로쿠는 저가의 스틱으로 CTV 시장을 선점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TV로 옮겨 시장을 확장했고 TV제조사와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 셋톱박스를 공략하여 시장을 확대했습니다. 아마존은 후발로 TV OS 시장에 뛰어들어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를 무기로 스마트TV 제조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입니다.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기술과 생태계를 앞세워 C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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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OS의 경쟁에 소비자 피해 최소화가 중요
OTT가 글로벌 미디어로 확장되어 갈수록 CTV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CTV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빅테크와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의 상호 견제는 형태를 달리하며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입니다.
인도의 규제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의 규제가 빅테크를 적절하게 압박하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습니다. 그 만큼 국가의 감시와 소비자들의 주장이 중요해졌습니다.
넓게보면 한국에서도 이런 유형의 소비자 피해는 많습니다. IPTV에서 유투브를 이용하고 싶으면 셋톱박스를 교체해야 합니다. CTV 단말로 판매되는 플레이Z 등 일부 제품들에는 넷플릭스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TV OS 시장은 스마트폰의 앱스토어 처럼 모든 앱들이 오픈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빅테크들은 공정을 절대 ‘선’으로 여기는 기술집단이 아닙니다. OTT 세상에서 펼쳐지는 기술 냉전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문제제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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