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캐나다 OTT 규제 : 본질은 문화 전쟁
한국의 OTT 규제가 콘텐츠 자율 심의, 제작사 세제 지원 등의 이슈로 1년을 보내는 사이 현재 유럽 등 여러 국가들의 스트리밍 규제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2개의 국가 사례를 살펴보죠.
영국, 캐나다는 모두 영어권 국가들입니다. 영국은 넷플릭스의 현지 투자 금액으로만 보면 한국 보다 2배나 많은 국가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콘텐츠 이용량 기준으로는 한국에 이어3 위)
캐나다는 넷플릭스의 첫 글로벌 수출 국가입니다. 왜 이 국가들에서 넷플릭스 규제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1 영국 : 유해 콘텐츠 규제
영국은 넷플릭스 등 해외 OTT들이 영국의 방송국들을 관장하는 ofcom(office of communications) 의 규제 관할로 통제 하려 합니다. 방송국과 동일 기준으로 OTT를 관리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법안 중에 콘텐츠의 내용을 규제하는 이슈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콘텐츠 공정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건을 묘사할 때 공정해야 한다는 규정)
유해한 콘텐츠’로 간주되면 최대 £250,000 상당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유해한 콘텐츠 내용의 기준인 ‘공정성’ 판단 여부는 ofcom에서 결정합니다.
영국에서 1천7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1위 넷플릭스와 2위 디즈니+는 영국의 규제 방안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최는 넷플릭스는 이러한 규제 방향이 ‘영국 시청자들의 선택을 극대화 하는 것과 다른 방향’ 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 규제가 현실화되면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일부 콘텐츠를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가 영국 정부에 제출한 문서를 보면, OTT가 기존 선형TV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자신의 판단과 정보를 활용하여 OTT 콘텐츠를 선택하기 때문에 선형TV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ofcom의 발표에 의하면 영국의 리니어TV 시청률은 2011년 이후 25% 이상 감소했는데 특히 16~24세 연령은 68% 감소했습니다.
‘유해 콘텐츠 차단’을 근거로 OTT들의 콘텐츠를 사후 검열할 가능성이 높은 이 법안은 논란이 있지만 정부 당국의 추진 의사는 매우 높습니다.
한편, 법안의 초안에는 자국의 OTT를 보호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iplayer(BBC의 OTT) 등 국내 OTT 콘텐츠들이 스마트TV에서 쉽게 검색될 수 있는 보호 조치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2 캐나다 : 자국 콘텐츠 보호
캐나다는 최근 C-11 로 불리우는 ‘온라인 스트리밍법 (online streaming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기존의 방송법안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두 포함하여 동일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이로써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들도 캐나다 다른 방송사들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또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들은 캐나다에서 올린 수익의 최소 30%를 캐나다 미디어 콘텐츠 및 제작자들에게 재투자해야 합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영어, 프랑스어, 원주민 언어로 적극적인 홍보에 임해야 합니다.
스트리머가 이러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 및 기타 재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법안은 유투브, 틱톡, 페이스북 등도 적용받게 되었고 개인 창작자들을 통제할 수 있고 알고리즘 조작이 가능하다는 비판 여론에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미국 중심 미디어 지배 탈피
영국과 캐나다 처럼 영어권 국가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스트리밍 규제 논란은 미국 중심의 미디어 지배를 완화시키려는 시도입니다.
영국처럼 공영방송국 수준의 콘텐츠 규제로 이어지는 상황은 콘텐츠 투자를 줄여가는 경쟁 상황에서 넷플릭스 등 탑티어 사업자들을 옥죄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넷플릭스의 가입자 점유 수준은 대략 60%에 육박합니다. (아래표는 오리지널 수요에 대한 점유 수준 참고)
또 하나는 방송국들과의 콘텐츠 제작량 비교에서 유럽 전체에서 넷플릭스의 순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자국의 미디어 산업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지배력이 높아진 넷플릭스 등 해외 OTT를 자국의 방송 네트워크와 동일 기준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스위스가 넷플릭스 세금 및 콘텐츠 할당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기도 했습니다.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연합(EU) 은 유럽에서 활동하는 모든 OTT 플랫폼들이 유럽 콘텐츠를 최소 30%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을 국가별로 적용하는 중입니다.
규제 본질은 문화 전쟁
동일 영어 언어 사용 국가인 영국, 캐나다의 경우 정치적 편향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시도는 매우 독특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 위반의 처벌이 벌금 이나 할당금 등 세금성 부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넷플릭스는 정부의 강요가 이나라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전략에 따라 현지 콘텐츠 제작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이 요구하는 ‘콘텐츠 할당제’ 를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국의 ‘콘텐츠 공정성 요구’ 에는 강하게 반발합니다.
규제의 본질은 미국 미디어 기업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는 일종의 ‘문화 전쟁’ 입니다.
한국의 규제 담론은?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죠. 영국, 캐나다 넷플릭스의 가입자 점유가 60%가 넘는다면 한국은 대략 45%~50% 수준입니다. 매출 기준으로는 지상파를 앞서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은 상당합니다. 물론 그 영향력이 미디어 산업과 소비자 소비 문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K-콘텐츠 제작량과 품질’도 동반하여 상승했습니다. 한국 문화의 글로벌 전파를 돕는 우군이라는 국민적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중에서 자국 콘텐츠 이용 점유가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OTT 규제의 담론이 다양하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사업자들은 해외 OTT 때문에 국내 OTT들이 위축되고 고사된다는 위기론에 근거한 진흥 측면의 지원책들만 요구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모든 OTT 규제 담론은 “OTT는 방송국인가, 아닌가?" 라는 산업 정체성," 기존 미디어와 OTT의 공평한 경쟁 질서"를 위한 규제 플레임은 무엇인가? 자국의 문화 정체성을 위해 보호하고 지켜야할 것들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질문과 토론으로 부터 시작합니다.
영국과 캐나다의 사례는, 넷플릭스등 미국 미디어 기업의 지배 수준이 지금 보다 더 커졌을때 자국의 미디어 산업과 문화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 수준' 과 '경계'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영어권 국가 이기 때문에 특히 문화를 지키려는 의지는 매우 치열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까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전세계로 실어날라주는 영원한 친구 입니까?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