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딜러(arms dealer)가 늘면 '빅 스트리머'만 이득
무기딜러(arms dealer)! 미디어와 OTT에 웬 ‘무기’가 등장하느냐고 반문 하시겠죠. 여기서 ‘무기’는 콘텐츠입니다.
‘무기딜러’ 라는 말은 소니의 CEO가 꺼낸 말입니다.
Sony Pictures Entertainment의 회장 겸 CEO인 Tony Vinciquerra는 지난 8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무기상 '소니'
소니는 D2C 스트리밍에 뛰어들지 않고 콘텐츠를 누구에게나 판매하는 무기상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소니는 마블과 제휴하여 제작한 스파이더맨을 포함한 극장 개봉 영화의 첫번째 유통 창구로 넷플릭스와 계약하였고 18개월 후에는 디즈니에도 유통합니다. 두 회사와의 계약 만으로 30억불을 챙겼습니다.
스트리밍 전쟁에 필요한 무기(콘텐츠)를 원하는 스트리머들 모두와 계약을 성사시킨 영리한 장사꾼인 셈이죠.
그런데 2022년 3분기 미디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모두 마무리 된 시점에서 ‘무기딜러’ 가 다시 언급되고 있습니다.
2022년 3분기 실적 : 예상치를 모두 하회
3분기 실적 발표 결과 스트리밍 가입자 성장을 지켰지만 넷플릭스를 제외한 모든 미디어 기업들은 사업 손실 수준이 예상치 보다 컷습니다.
OTT 투자 손실, 레거시 미디어 사업의 광고 사업 위축은 미국, 한국의 미디어 회사들이 겪는 고통입니다. 특히 미국의 유료방송 가입자 손실이 매 분기 100만명에 육박하여 OTT와 리니어채널의 광고 사업을 동시에 펼치는 전통적 미디어들의 고충은 커져갑니다.
아래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의 손실 현황을 볼까요.
디즈니는 3분기에만 D2C 부문에서 15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모든 미디어 기업들의 손실은 OTT 투자 때문입니다.
다음은 한국의 OTT 사업 현황입니다. 유사한 손실 트렌드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가입자 규모 달성 가능한가?
결국 경기 불황으로 인해 본체 사업이 예상 보다 손실 폭이 커지면서 OTT 사업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도전하는 미디어 회사들이 과연 OTT에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가입자 규모’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직면에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지난 3~4년 안에 리니어TV 가입자가 1억가구에서 7천5백 가구로 감소 했는데, TV와 OTT를 동시에 공략하는 주요 플랫폼들은 OTT 가입자 규모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콘텐츠 투자를 회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그나마 디즈니+, WBD는 OTT의 수익 전환 시점을 2024년으로 약속하고 있지만 다른 사업자들 (한국의 미디어기업들을 포함) 은 그 시점을 외부에 자신있게 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 함께 보면 좋을 콘텐츠 : CJ ENM, WBD, 디즈니 3분기 실적 분석
파라마운트 는 '무기딜러'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
그중에서도 파라마운트+, 피콕, HBO MAX 등 하위 그룹들의 스트리밍 속도로는 수익성을 지킬 수 있겠냐는 의구심 때문에 이들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 치고 있습니다.
최근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주가를 하향 조정한 미국의 미디어 전문 애널리스트 Wells Fargo는 파라마운트는 소니처럼 ‘무기 딜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파라마운트+ 의 가입자 증가는 제한적으로 현재 파라마운트가 그나마 잘 키운 FAST OTT인 ‘Pluto TV’ 는 넷플릭스, 디즈니+가 광고 상품을 본격화 하면 타격이 불가피 하다고 평가합니다.
차라리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과감하게 판매하여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사실 파라마운트는 일부 콘텐츠들을 이미 넷플릭스, 피콕 등 경쟁 스트리머들에게 팔아왔고(파리 인 메일리, 옐로스톤 등) 글로벌 전략을 본격화 하기도 전에 한국에도 티빙과 제휴한 바도 있습니다. ‘탑건 : 매버릭’ 등 파라마운트의 핵심 콘텐츠를 넘기라는 것은 사실 다소 굴욕적 평가입니다.
현재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에 평가는 이만큼 냉혹합니다.
그런데 OTT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무기딜러가 되면 스트리밍 영토는 좁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가 광고 상품까지 출시하면서 시장은 점점 2강 구도로 굳혀져 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무기딜러는?
한국은 어떤가요. 티빙, 웨이브는 이미 하이브리드 OTT (콘텐츠를 3자에게 팔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OTT도 운영) 전략을 펼쳐왔습니다. 본사는 이미 무기딜러 입니다.. 지난 CJ ENM 3분기 실적 분석에 보았듯이 적자로 전환된 사업구조 때문에 이 전략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JTBC의 대작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에 동시에 공개되었습니다. (스타파워 때문일까요, 이런 유통은 전세계적으로 드문 케이스 입니다.)
아시아의 OTT플랫폼 뷰(Viu)와 미국 대상의 라쿠텐, 비키 등에도 판매하여 글로벌 선판매를 마쳤습니다. 티빙의 2대 주주이기도한 JTBC도 무기딜러 인 셈이죠.
만일 이 드라마가 성공하게 되면 이런 사례는 CJ ENM, 지상파로 확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되면 OTT 경쟁을 활용한 콘텐츠 유통 수익이 늘지만 자신들이 투자한 OTT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무기딜러 전략 : 빅 스트리머에 유리
미국과 달리 한국의 OTT들은 독자적 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해 별도 분할 되었고 이해관계자들이 주주사로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주주사들이 모두 무기딜러가 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결국 한국의 토종 OTT들은 주주사들의 콘텐츠 유통을 레버리지에 활용되는 플랫폼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OTT로 미디어 산업이 재편되어 가는 시점에서 미디어기업들의 전략들은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2. 스트리밍을 병행하지만 동시에 무기딜러가 되고 있는 WBD, CJ ENM, 지상파 같은 기업들
3. 스트리밍 사업의 수익과 가입자를 동시에 챙기며 여전히 콘텐츠 독점에 올인하는 디즈니
4. 그리고 순수 스트리밍 회사로 이익을 내며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넷플릭스
불황과 수익성의 위기로 무기딜러들이 늘어나면 해당 회사들은 수익을 챙기지만 스트리밍 경쟁은 '빅 가이'들에게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2번의 플레이어들이 <콘텐츠를 제3자에게 팔면서 동시에 OTT 플랫폼도 수익 창출이 가능한 가입자 규모> 를 만들어 내는 마법의 길을 찾는 다면 전망은 달라집니다. 경기불황기와 OTT 산업 조정기가 겹치면서 미디어 기업들의 고민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