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 디즈니는 실적 발표에서 부진한 성적표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디즈니플러스를 넘어 메타버스로 진화할것’ 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계획 없는 발표 라는 점에서 ‘나도 메타버스’ 정도의 묻어가기 전략이라는 중립적 시각이 많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메타버스
하지만 디즈니 CEO 밥 차펙의 발언에서 보면 디즈니의 메타버스를 향한 열망을 해석해볼 수 있다. 그의 발언은 이렇다.
“디즈니는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향상시키위한 얼리 어답터로서 오랫동안 많은 실적을 가지고 있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하여 디즈니 메타버스에서 경계없는 스토리 텔링을 가능하게 하고 소비자가 어디에 있던 디즈니를 경험하게 하겠다”
디즈니는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수 많은 콘텐츠 IP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온라인(디즈니플러스 등)과 오프라인(테마파크, 극장 등) 시너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기업이다. 필연적으로 디즈니는 기술 친화적 기업이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이 기술 집약적 콘텐츠로 인식되지 않지만 사실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가 1928년 미키마우스의 최초 버전으로 Steamboat willie 를 유성 애니메이션을 제작할때 애니메이션이 곧 당시의 ‘뉴미디어’ 였다.
1940년대 까지 총 81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디즈니는 2차 세계대전을 지나 지쳐있던 미국인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을 창조해갔다.
월트는 디즈니랜드를 “영원히 막을 내리지 않는 영화 속 세상’을 구현하자는 목표를 세웠고 이곳의 관람객들은 모두 영화속 주인공이 될 수있도록 만들고자 했다.
그런데 창업자 시절의 디즈니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인간계와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스토리 들이었다면 지금의 캐릭터들은 환상과 상상력의 세계를 선사한다. 마블이 펼치는 유니버스와 스타워즈의 우주 세계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이런 점에서 디즈니의 IP들은 근본적으로 ‘메타버스’ 에 매우 근접해있다. 몇가지 측면에서 디즈니가 꿈꾸는 메타버스를 정의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테마파크 메타버스 !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현장에서 고객들의 메타버스 경험을 극대화 하는 방안이다.
이미 디즈니랜드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매직밴드를 착용하고 자신들이 방문했던 공간들을 기억하는 디즈니랜드의 서버를 통해 저녁 휴식 시간에 미키마우스 증강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메타버스의 다양한 경험은 AR, AI, IOT 기술이 결합된다.
디즈니 측은 테마파크의 기술 경험은 기존의 선형적 스토리텔링을 대화형 스토리텔링으로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디즈니는 실제 자신들의 수많은 캐릭터를 로봇 기술을 활용해서 테마파크에서 재생 시키려는 기술을 지속하고 있다. 테마파크에 들어서는 순간 날라다니는 스파이더맨, 이족보행 로봇 기술이 활용하여 ‘그루트’를 재생하는데 성공했다. “Walt Disney Imagineering 센터’ 에서 3년간 연구된 이 프로젝트는 영화속 주인공들을 현실에 살려낸다.
특정 공간에서는 VR 기기를 착용하고 스타워즈의 영화속 스토리들을 직접 체험하는 VR게임은 이미 개발이 완료되었다. 루카스필름의 몰입형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은 ILMxLAB은 메타퀘스트용 게임 앱인 Quest 2 헤드셋에 들어가면 스타워즈 은하게의 360도 파노라마 뷰에 빠져들게 된다. 이 게임은 오큘러스 VR 앱 스토어에서 유료 구매가 가능하고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면 진행자의 도움을 받고 무료 버전을 즐길 수 있다.
첫번째 개념은 테마파크에 방문한 고객들에게 물리적 공간들에 가상 현실 경험을 보강하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이 연결된 새로운 테마파크 경험이 만들어 질 수 있다.
두번째 컨셉 : 가상 디즈니랜드
이와 달리 두번째 접근 방식은 테마파크가 아닌 현실 공간에 ‘가상 디즈니랜드’를 구현하는 것을 그려볼 수 있다. 거실에서 편안하게 디즈니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컨셉이다. 나의 분신인 디지털 아바타가 디즈니랜드의 가상 현실 공간을 즐기는 것이다.
밥 채펙은 “디즈니 공주들과 점심을 먹고 싶다면 앞으로 하면 된다”고 지적했는데 이런 컨셉이 구현되는 것이다. 다만, 스스로 메타버스 공간을 플랫폼으로 구현할지 메타, 제페토등 메타버스와 협업을 통해 공간을 창출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팬데믹이 장기화 될수록 디즈니의 메타버스는 디즈니플러스와 동등한 수준의 성장을 지원할 세그먼트로 진화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세번째 컨셉 : 메타버스 플랫폼과의 다양한 협업
세번째는 개별 IP들을 메타버스 협력 공간안에서 새로운 캐릭터들로 변신 시키는 모델로 앞선 스타워즈 VR게임 등 외에도 여러 협업들이 이미 진행중이다.
페이스북의 새 이름 메타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EPIC, 로블록스 등과 메타버스에 디즈니의 캐릭터로 게임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디즈니는 스타워즈 캐릭터를 포트나이트에 여러가지 버전으로 구현했다. 특히 2021년 12월 29일 출시되는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보바펫(The Book of Boba Fett)’ 이 12월 24일 포트나이트에 이벤트로 먼저 공개된다.
아울러 스포츠 콘텐츠를 메타버스 공간에 다양한 모델로 재탄생 시키려 한다면 디즈니의 ESPN은 이미 포괄적 스포츠 IP 활용 권리를 가지고 있다.
네번째 컨셉 : 애니메이션 창작 도구 VR
그리고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효율성 및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VR을 활용하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기술팀은 동적 VR 툴인 ‘Pose VR’을 이용하여 애니메이션 동작들을 VR환경에서 프레임별로 조작하여 더 디테일하게 제작할 수 있다. 가상환경에서 3D 캐릭터의 다양한 포즈를 만들어낼때 마우스나 스타일러스 펜등 단일 입력장치를 사용하는 것보다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들의 창의력이 VR을 통해 쉽고 빠르게 구현하고 있다. 아직 베타버전 단계에 있는 이 기술은 제작자들의 쓰임새가 늘어날 수록 전문도구로 진화해갈것이다.
콘텐츠 기업의 메타버스는 IP 가치 극대화
사실 디즈니는 다른 미디어 기업들 보다 기술 R&D 투자가 매우 크다. 자신들의 콘텐츠 세계관을 오프라인(테마파크)에 현실 처럼 구현하려는 열망은 기술의 엣지들을 여러 개발 센터를 통해 구현 중이다. 이런 점에서 메타버스의 도래는 디즈니에게 새로운 기회임은 분명하다.
콘텐츠를 소유한 그룹이 꿈꾸는 메타버스는 IP 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이용자들에게 친숙해져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게임, VR, AR 기술을 입혀 독자적 이던 협력적이던 메타버스 공간과 서비스들을 만들어낸다.
제페토, 메타, 로블록스 등 이용자들이 접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회의, 모임 등 소셜, 게임, 콘서트 등을 위한 가상 세계를 구현하고 있다.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콘텐츠 포트폴리오는 메타버스 안에 엔터테인먼트 접점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디즈니가 독립적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현할 가능성인 아직 미지수이다. 파편화된 메타버스 플랫폼들 안에서 IP의 가치로 가상 세계의 콘텐츠 경험을 다양하게 실험하며 방향성을 결정해 나갈것이다. Disney Everywhere in Metaverse!
미디어 기업들도 이제 메타버스로 향하고 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