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의 극장! 구조적 위기의 실체

OTT 시대의 극장! 구조적 위기의 실체

Jeremy
Jeremy

2022년 팬데믹이 주춤하기 시작하며 극장의 관람객들이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필자도 올해만 7~8편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극장의 날과 MOVIE PASS

미국에서 이번주 9월 3일 토요일은 '극장의 날 (National Cinema Day)' 입니다. 미국의 3천여개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가 3불이면 관람이 가능합니다.  극장소유주 협회가 진행하는 이 행사는 극장의 방문을 촉구하는 이벤트이죠.

극장 월정액 MOVIE PASS 부활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는 과거 실패했던 월정액 극장 티켓 모델인 Movie Pass부활되기도 하여 여전히 극장의 가치를 활용 또는 살리려는 업계의 고민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MoviePass 는 10불, 20불, 30불 상품으로 매월 정해진 편수 만큼의 영화 티켓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무제한 시청 버전은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2위 극장 체인 파산 위기

하지만 극장이 맞이한 현실은 암울합니다.

최근 전세계 2위 극장 체인 Cineworld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Cineworld는 750개 이상의 사이트에 9,189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6,900만 달러의 시장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50억 달러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습니다.

Cineword의 파산 보호 신청이 공식화 되면서 미국의 극장 체인 AMC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는데요,

AMC는 팬데믹 기간 동안 주식 시장에서 비정상적 가치 평가를 받은 ‘밈 주식 (meme stock)’ 으로 결국 폭락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극장도 유사

국내의 극장 체인인 CGV나 롯데시네마도 누적 영업 적자가 각각 6,300억, 2,600억에 달합니다. 지난 7월 CJ CGV는 모회사 (주)CJ 로 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유상증자를 단행했습니다.

극장이 제공하는 영화 관람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팬데믹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탑건 : 매버릭, 한신, 헌트 등 국내외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의 인기는 극장의 부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국내 극장체인들도 실적 전환이 2분기에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현금 흐름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촉박한 극장의 어려움은 구조적 위기처럼 보입니다.

2019년과 비교하여 미국의 박스오피스 수는 31% 감소했고, 극장으로 향하는 개봉 영화의 숫자는 43% 줄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 국내의 영화진흥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30.1% 하락했습니다.

출처 : 매일경제

영화 개봉 숫자의 감소가 치명적

특히 버라이어티의 보도에 의하면 북미에서 2023년 상반기 까지 예정된 소위 1,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와이드릴리즈(wide release)’ 영화의 수는 40편 입니다. 이는 2019년 과 비교하면 37% 감소한 수치입니다.

미국 박스오피스 와이드릴리스 영화 숫자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영화 스튜디오들이 OTT를 영화 상영을 위한 핵심 창(window)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죠. 통상 90일 정도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은 45일로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디즈니는 팬데믹 기간 동안 극장과 동시에 OTT로 직행했던 윈도우 전략을 완화 했습니다.

심지어 워너브라더스는 디스커버리와 합병한 직후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OTT 전용 영화의 상영 자체를 폐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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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폴 영향력만 커진 극장

헐리우드 스튜디오에게 극장은 전체 콘텐츠 판매 수익의 45% 수준을 안겨주는 매우 중요한 유통 공간입니다.

2022년 여름 미국의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상위 10개의 영화가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했습니다. 이중 ‘탑건 : 매버릭’이 무려 20% 입니다.

텐트폴 영화들의 압도적인 우위는 팬데믹 이전 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형 작품들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OTT의 영화 품질이 높아지면서 모든 영화가 극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스튜디오들의 극장과 OTT의 병행 유통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이지만 관객들도 액션 장르의 텐트폴 영화는 극장을 찾지만 나머지 장르의 영화들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장르별 티겟 파워는 10년 동안 액션, 모험 중심 장르가 1.5배~2배 이상 성장 한 반면, 코미디, 로맨틱 코미디 등은 반토박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런 변화의 와중에 그리고, 넷플릭스는 레드노티스, 더 그레이맨 등 2천억 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극장이 아닌 OTT로 개봉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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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장르만 높은 수익성

아래 딜로이트 분석 보고서에 언급된 데이터에 의하면 스튜디오들이 영화에 쏟는 마케팅 비용을 분석한 결과, 액션, 판타지 및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등은 극장에서 높은 수익을 끌어내지만,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등은 마케팅 비용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영화의 장르별 P&A 비용과 매출 비교 

스트리밍으로 직행할 수 밖에 없는 조건

이렇게 장르별 수익성이 낮으면 스튜디오나 극장은 자신들의 지갑을 지키기 위해 상영 일수를 줄일 수 밖에 없겠죠. 스튜디오들은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스트리밍으로 직행 시키게 됩니다.

팬데믹이 종식되면 극장 경험을 찾아 가까운 영화관으로 향할것은 당연하지만 팬데믹 이전 만큼 자주 찾느냐 하는 것은 ‘영화 제공 숫자’에 달렸습니다. 결국 스튜디오의 영화 유통 전략이 좌우합니다.

최근 아마존은 자신들의 대작 OTT 오리지널 시리즈인 Ring of Power의 런칭 이전, 1회와 2회의 극장 상영을 추진했습니다.

넷플릭스도 Knives out 2등 오리지널 영화들의 극장 상영도 고려합니다. 다만 이들의 움직임은 극장을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데 한정되죠.

스튜디오와 관객 손에 달린 극장

수익성 중심으로 돌아선 OTT들의 전략적 스탠스가 영화의 극장 유통 숫자를 늘려갈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특히 OTT로 집중한 유통 전략 으로 인해 홈 비디오, DVD 그리고 TV신디케이션 시장들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극장의 위기는 스튜디오들에게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트렌드가 극장에서 보면 좋을 영화와 집에서 봐도 무방한 영화로 구분되고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극장을 살릴 구원자는 결국 관객이겠지만 이미 시청자들의 소비 패턴도 변화했습니다. 어떤 것도 극장에 유리한 환경은 아닙니다.

값비싼 영화관이 해법일까?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 극장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위기의 출구는 무엇일까요?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벤애플릭은 2022년 1월 Entertainment Weekly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
앞으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더 비싸지고, 이벤트화 될것이다. 극장은 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될 것인데, 마블 유니버스에 빠진 젊은 관객들이 속편이 기대되어 찾는 그런곳!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텐트폴 IP, 속편, 애니메이션만 남게 될것이다.

그런데 영화인 중에 이와 유사한 인터뷰가 또 있습니다. 2013년 영화계의 거장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루카스가 USC 영화 예술 학교의 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
앞으로 더 적은 수의 극장, 하지만 더 큰 극장으로 변화되어 갈것이다. 영화 관람은 브로드웨이나 미식축구 경기처럼 50달러, 100달러 정도로 값비싼 가격이 될것인데, 영화가 브로드웨이 쇼 처럼 1년 동안 상영할 수 있는 큰 영화만 살아남을 것이다.

영화인들의 예측은 스트리밍으로 인해 영화의 수는 감소 할 것이고, 극장은 브로드웨이 처럼 새로운 '경험 공간'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전자의 예측은 현실이 되었지만 후자의 예측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변화가 오기 전에 파산을 맞이한 상황이 되어버렸죠.

극장은 없어질 수 있는 공간은 분명히 아닙니다. 몰입이 주는 시청의 가치는 스트리밍이 대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산업적 조정이 극장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인 현실입니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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