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TV와 좀비 OTT의 현실

좀비 TV와 좀비 OTT의 현실

Jeremy
Jeremy


미국의 유료방송 산업은 전세계 어느 국가들 보다 가장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케이블의 정정을 찍었던 2010년 유료방송 가입 가구는 1억 500만 였습니다. 2024년 1분기 기준으로, 케이블TV, 위성TV, IPTV를 모두 합쳐 5천5백만 수준으로 전체 미국 TV 수신 가구의 42.2% 으로 하락했습니다.

미국 TV 가구의 42.2%

불과 2년전,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이후 CEO인 데이비드 자슬라브는 "레거시TV가 현금 창출원이며 앞으로도 WBD의 가장 큰 사업"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 당시 CNN의 뉴스 스트리밍 플랫폼을 철수하는 등 케이블TV의 지속력을 믿었습니다.

레거시미디어의 추락

하지만 WBD의 TV 부문 수익은 2023년 2분기 53억 달러에서 2024년 2분기에 43억 달러로 하락했습니다. TV채널의 가치는 유료TV 의 시청 가구수 하락과 비례하여 떨어졌습니다.

유료방송 수신 가구 vs 코드커팅 가구 비교

그나마 방송채널의 수익을 지탱하는 것은 케이블TV 패키지 가격 때문입니다. 2015년 유료TV의 월 평균 가격은 99.10 달러 였는데 현재는 112.70 달러로 가입자가 줄었지만 꾸준히 가격을 올려왔습니다. 가입자 기반은 줄고 있지만 가입자당 가격은 상승한 것이죠.

디즈니, WBD, 파라마운트글로벌등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이 케이블TV로 부터 벌고 있는 수익은 스트리밍 경쟁에 투자 됩니다.

좀비TV = 케이블TV

이 때문에 이들이 거느린 방송 채널의 다수는 오리지널 드라마와 코미디등 명맥을 이어가던 케이블TV 전용 콘텐츠를 점차 줄이고 끝없는 재방송 채널로 전락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12월 이를 ‘좀비TV가 케이블에 출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2015년 프리미엄 및 기본 케이블채널에서 최소 214개의 오리지널 TV 프로그램들이 제작되었지만 2023년에 39%가 감소했습니다. 2015년 기존 인기 채널은 TBS와 TNT는 17개의 시리즈를 제작했지만 작년 한해동안 3편만 제작할 정도입니다.

재방송 채널로 채워진 케이블TV

당연히 빈 공간은 재방송 콘텐츠로 채울 수 밖에 없습니다. 프렌즈, 빅뱅이론 등 과거의 드라마들이 수십시간 방영되고 가장 인기 있는 채널 중 다수(TBS, Comedy Central, MTV)가 빠르게 좀비TV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재방송 채널로 전락한 방송 채널들의 시청률은 하락 하고 광고 수익도 비례하여 떨어집니다. 디즈니의 방송 네트워크들의 총 광고 수익은 2022년 부터 2023년 까지 48억 8,000만 달러에서 41억 6,000만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동기간 동안 WBD는 14%, 파라마운트도 8% 하락합니다.

결국 케이블TV를 지탱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실시간 스포츠 경기’ 가 되었습니다.

레거시미디어들의 OTT : 번들

스트리밍 경쟁은 넷플릭스의 독주로 점점 간극이 벌어지는 가운데 레거시 미디어들은 케이블TV로 번 돈을 스트리밍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OTT 플랫폼들은 레거시TV 채널의 손실된 수익과 이익을 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트리밍 사업이 이제막 수익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이들이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번들’ 입니다.

스트리밍 번들 상품은 할인형과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올해 1월 부터 미국의 2위 케이블TV인 스펙트럼(Spectrum)은 비싼 요금제를 구매하면 디즈니+ 광고 상품을 무료로 번들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케이블TV와 스트리밍 상품의 최초 번들 사례로 평가했었죠.)

디즈니+ : 좀비 구독

디즈니는 가입자의 기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스펙트럼 케이블TV 가입자들이 디즈니+ 구독을 활성화 하지 않았어도 구독자로 인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를 ‘좀비 구독자(Zombie Subsription)’ 으로 평가하면서 디즈니+의 번들 가입자의 충성도에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해당 가입자의 10명 중 1명만이 구독을 활성화 했다고 추정하는 정도입니다.

일부 언론들은 디즈니가 디즈니+, Hulu, ESPN+ 등 3개의 OTT를 할인 구매한 ‘Disney Trio’ 번들 가입자들 중에서도 특정 OTT를 활성화 하지 않더라도 가입자로 모두 ‘카운팅’ 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번들 가입자의 문제는 비단 디즈니만의 이슈는 아닙니다. 구독을 활성화 하지 않더라도 제휴 사업자 간에 제휴 수수료를 정산하는 상호 계약에 따라 가입자를 부풀려 잡는 문제가 OTT 업계에도 만연해 있는 것이죠. (한국도 예외일까요?)

레거시미디어가 OTT 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좀비TV’와 ‘’좀비 구독’ 과 같은 플랫폼의 ‘질’을 낮추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플랫폼은 빛을 잃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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