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머 : 넷플릭스는 왜 연쇄 살인 IP에 집착할까?
콘텐츠 공장 넷플릭스에는 감동과 휴머니즘, 스펙타클, 모험, 스릴러, 공포, 범죄 등 다양한 장르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어 콘텐츠 중 가장 많이 시청한 2번째 작품인 Monster : Jeffery Damer Story (한국 제목 : 다머) 가 화제와 논란을 함께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영어권 2위 드라마 : 다머
다머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의 ‘이상한변호사 우영우’가 신규 가입자를 불러왔다고 발표하면서 함께 언급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영우’ 보다 2배 더 많이 시청했고 최근 10억 시간을 넘겨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한국에서 다머의 인기는 10위권 밖이지만, 미국에서는 매주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제 연쇄 살인범 ‘제프리 다머’
다머는 1978년에서 1991년 사이에 무려 17명의 남성과 소년을 살해한 극악 무도한 연쇄 살인범입니다. 이 시리즈는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실제 사건 기록과 그의 아버지가 출간한 회고록등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저널리즘적 접근이 가능한 다큐멘터리와 달리 드라마는 극적 요소들을 가미했기 때문에 일부 내용들은 과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머로 변신한 배우 Evan Peter의 연기는 매우 뛰어납니다.)
실화 바탕의 범죄 드라마 인기 이유
소름 까치는 범죄 실화 콘텐츠가 미국에서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을까요? 미국에서 이 드라마의 인기가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요? 아래의 수치를 보죠.
Morning Consult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2%가 연쇄 살인범에 관한 콘텐츠의 팬 이라고 답했고,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80%로 수치가 높아집니다. 미국 성인의 74%는 살인마 다머에 대한 콘텐츠 (팟캐스트, 책, 시리즈 드) 를 보거나 읽었다고 합니다.
연쇄 살인범 콘텐츠에 왜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는, 89%가 “연쇄 살인범의 심리가 궁금” 하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84%는 ‘서스펜스’를 이유로 꼽습니다.
잔인한 살인자들의 심리를 알면 마치 유사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것 같은 기대감과 실제 살인사건이 가진 드라마적 요소를 즐기는 관음적 심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입니다. 밝고 즐거운 콘텐츠 들도 많은데 우울한 살인과 희생자들의 스토리에 빠지는 아이러니가 대중문화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이죠.
살인범을 미화하는 오류
실화를 바탕으로 다머의 시리즈에는 다머와 그의 가족, 무엇보다 17명의 희생자들의 실명이 그대로 활용됩니다. 이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 현실과 확연한 차이입니다. 이런 구성 방법이 콘텐츠의 극적 몰입을 더 높일 수 있지만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화에 픽션이 가미되면 과장이나 왜곡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머 시리즈는 살인범을 미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소위 범죄 미디어 (Crime Media), 범죄 엔터테인먼트 (Crime Entertainment) 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에게 비중이 높은 콘텐츠 IP 입니다. 넷플릭스는 ‘다머’ 시리즈와 함께 다큐멘터리(살인을 말하다 제프리다머 테이프)도 동시에 제공하며 마치 연쇄 살인자의 연구자 같은 자세를 취합니다.
희생자 가족에 배려가 없는 구성
현재 미국에서 ‘다머’ 시리즈에 관한 이슈 중 하는 희생자 가족에 관한 문제입니다.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논란입니다.
‘다머’의 시리즈는 철저하게 살인자 다머의 시각을 쫓아갑니다. 그의 어린 시절과 가족 관계를 통해 그가 살인자로 변모하는 과정, 그리고 실제 살인의 모습들과 식인 등 기이한 그의 범죄 행각을 상세하게 그립니다.
제프리 다머아버지의 감정 변화와 회고록 작성 과정을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드라마 안에서 한번도 희생자 가족에게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10부작을 모두 시청 하였는데 특이 이 부분이 가장 맘에 들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는 사회 부적응자에 의해 극단적으로 삶이 단절된 희생자들의 스토리를 그려내는데 다소 인색합니다. 제작진은 희생자 가족 들을 만나 취재하거나 면담을 하지 않았습니다.
희생자들의 가족은 이 드라마 공개를 통해 과거를 다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받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논픽션 적 요소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법정 진술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하더라도 가족들과 사전에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장면을 본 가족들은 과거를 떠올려야 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인자의 과거와 살인 행각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살인자에게 인간미를 부여하거나 살인 행위를 낭만적으로 그려내어 희생자 가족을 또 한번 괴롭힙니다. 가족들은 타인의 비극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주장하며 넷플릭스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인종 차별적 경찰 기능에 대한 지적
다머가 백인 이라는 이유로 경찰들의 감시가 느슨하고, 1991년 체포 이전에도 여러번 구속의 기회가 있었지만 우호적 처벌로 그의 살인은 계속됩니다. 여전히 미국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인종 차별의 그늘이 오히려 연쇄 희생자를 늘리게 됩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짚어낸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연쇄 살인 IP로 프랜차이즈 확장
이 연쇄 살인범 시리즈의 제목은 ‘Monster’로 시작합니다. 10억 분이 넘는 인기를 실감한 넷플릭스는 여러 비난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Monster 시리즈의 2편, 3편 제작을 결정했습니다. 연쇄 살인으로 프랜차이즈 IP를 확장 시키는 전략입니다.
이를 두고 포브스는 넷플릭스가 ‘연쇄 살인범 유니버스’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냐며 넷플릭스의 의도를 지적합니다.
Monster 시리즈의 속편 제작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살인자의 상업화’ 를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소수입니다.
이 시리즈의 제작자는 미국에서 흥행 제조기로 승승장구하는 쇼러너 ‘Ryan Murphy’ 가 제작하였습니다. Amercian Horror Story, American Crime Story로 유명한 Ryan Murphy는 넷플릭스와 무려 5년에 3억달러 (3천9백억)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제작 시스템의 맨 앞에 위치한 쇼러너를 돈으로 장악하여 넷플릭스의 핵심 장르인 ‘범죄’에 실화를 보태 연쇄살인범 IP를 성공시켰습니다.
넷플릭스는 사업가일뿐
넷플릭스가 이렇게 범죄 실화에 집착하는 것은 수치로 확인된 가입자 모객 효과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생한 범죄 스토리를 그대로 또는 일부 각색한 콘텐츠들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활용하는 것이죠.
넷플릭스가 K-콘텐츠를 전파하는 구세주 같은 존재일수 있지만 본질은 상업적인 사업가입니다. 이들에게 도덕, 비도덕은 모두 콘텐츠 재료일 뿐입니다. 오로지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구독자의 숫자만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범죄 엔터테인먼트’는 멈추지 않습니다.
OTT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
이런 점에서 OTT의 미디어 장악력이 높아져 갈수록 콘텐츠가 미칠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분석과 지적 그리고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이 드라마에는 1991년 제프리 다머 체포 이후, 오히려 다머에 편지를 보내고, 다머를 숭배하는 사사람들을 보여줍니다. 2022년 다머의 드라마 방영 후, 미국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부모 시대에 벌어진 살인 사건을 재미 요소로만 치부하여 틱톡에 ‘다머 팬’을 자처하는 놀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지 않나요?
OTT에서 범죄는 매우 인기 장르이고 이 트렌드를 막을 수 없습니다. 다만, 공적 요소가 약한 OTT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과 건강한 비판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