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WBD를 인수할까?
최근 미국의 미디어기업들의 2024년 2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디즈니는 당초 에상 보다 1분기 빨리 스트리밍 사업이 수익을 냈습니다.
디즈니와 WBD 엇갈린 실적
디즈니+, 훌루, ESPN 등 스트리밍 사업 분야는 4,7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는데 1년전 동기간에 5억 1,200만 달러 손실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디즈니는 다음 분기 부터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예고했습니다.
반면 레거시 미디어의 양대 산맥인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 은 스트리밍 사업의 분기 손실 1억 7000만달러를 포함하여 전체 사업에서 무려 100억 달러 손손실을 기록하며 미디어 업계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OTT 플랫폼인 MAX의 글로벌 가입자는 미국과 캐나다 가입자가 30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360만이 증가하여 1억 300만을 넘겼습니다.
CEO인 자슬라브(Zaslav) 는 “WBD에서 최우선 순위는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이며 현재 성장 수준에 만족한다”고 실적 발표 시 언급합니다.
그러나 월가의 우려는 심각합니다. 10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 규모는 작년 대비 8배나 하락하였고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WBD의 구조적 위기
WBD가 처한 위기는 일회적이지 않습니다. 워너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하면서 전체 사업 수익의 50% 이상이 지상파, 케이블TV등 레거시 TV 채널에 의존합니다. 이와 달리 디즈니, 컴캐스트 등은 모두 30% 미만입니다.
2024년 2분기 WBD의 TV 미디어 부분 수익은 43억 달러로 작년 동기 52억 대비 10% 이상 감소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하락의 이유는 간단합니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의 가입자가 10년전과 비교하여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유료방송 가입자의 하락은 채널 수익의 감소를 초래하고 스트리밍 사업이 하락을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는 기존 미디어 회사들이 겪는 위기의 본질입니다. 디즈니와 컴캐스트도 선형 채널의 광고주들이 아마존과 유투브TV등으로 이동하여 광고수익 감소를 맞이하고 있지만 테마파크 등 사업의 다각화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을 레거시 미디어에 의존하는 WBD와 파라마운트글로벌 등은 직격탄을 그대로 맞고 있는 것이죠.
실패한 합병
합병 이후 매출의 변화롤 보아도 평평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합병 당시 규모의 경제로 스트리밍 사업에서 넷플릭스 대항마를 꿈꾸었던 워너와 디스커버리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특히 최근 NBA 판권을 아마존에 빼앗겨 스트리밍 사업에도 치명적 약점을 남기게 되었고 디즈니와의 번들 등 외부 조력자들의 제휴에 의존해야만 돌파구를 찾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WBD 인수자 : 애플 (?)
결국 야박한 미국의 월가는 WBD가 더 이상 자력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가정하에 인수자를 거론하는 지경이 이르렀습니다.
빅테크 부자 애플! 애플이 HBO 뿐만 아니라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는 물론 TNT, CNN, TBS, 카툰네트워크, 디스커버리등 케이블 채널들 모두 애플의 품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애플은 10년 전 30억불에 Beats를 인수한 이후 특별한 거래가 없었고 2016년 경 타임워너 인수를 타진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 당시 인수 타진이 거론된 이유는 ‘아이폰의 판매 부진’을 마련할 미디어 상품의 마련’ 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애플의 서비스 사업 (미디어, 음악 등) 매출은 50% 이상 성장했습니다. 아마존이 제임스본드 IP 등 MGM 을 인수했듯이 애플은 HBO와 워너 그리고 실시간 뉴스 네트워크인 CNN을 인수하여 애플TV+를 강화하고 애플 하드웨어 생태계 안에 미디어를 품을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Apple Vision Pro 를 부흥 시킬 생생한 콘텐츠를 직접 거느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예측은 월가의 기대일 수 있습니다. 애플은 디즈니 인수자로도 자주 언급되니 말이죠.
억만장자인 파라마운트의 새주인 처럼 애플이 쇠락하는 TV 네트워크를 모두 끌어안기는 쉽지 않습니다. 콘텐츠 IP만 쪼개서 분할 인수가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미디어 산업에서는 동종 산업 내에서 규모를 키우기 위한 워너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은 거의 실패로 인정되는 분위기입니다.
빅테크만이 유일한 구세주일지, 자생적 생존 전략을 찾아갈 수 있을지, 영리한 사모펀드들의 손으로 넘어갈지 WBD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놓여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