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여러분.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사업과 일상, 그리고 건강 모든 영역에서 뜻한 바를 이루시길 기대합니다.
로컬 OTT를 인수한 WBD
새해 첫 소식은 미국 미디어 기업의 합병 이슈 입니다. 2023년 프랑스의 방송국이 아시아의 스트리머를 인수한 소식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미국의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이하 WBD)가 유럽 터키의 OTT를 구매한 뉴스입니다.
WBD와 파라마운트글로벌의 합병 예측이 미디어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동안 WBD는 전체 8천만 구독자 시장의 터키 로컬 OTT인 BluTV를 인수했습니다.
두 회사 간의 통합은 2021년 디스커버리가 터키 BluTV의 지분 35%를 투자하면서 시작되었고 2년 뒤인 2023년 12월 WBD가 새주인이 되었습니다.
인도 시장에서 디즈니가 로컬 방송국 지분을 매각하려는 시도와는 정반대의 움직임입니다. 단순한 콘텐츠 제휴 수준을 넘어 로컬 OTT 회사 자체를 인수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들은 왜 유럽의 변방 ‘터키’의 OTT 기업을 인수했을까요?
우선 WBD가 인수한 BluTV의 위치를 분석해보겠습니다.
#1 터키 시장 1위
터키의 로컬 미디어 플레이어인 BluTV는 넷플릭스를 앞질러 1위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비교적 유럽 시장에서는 뒤늦게 2016년에 터키에 진출하였습니다. BluTV도 이 시기에 출범하였습니다.
(2016년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시기 였고 이 당시 한국 시장에는 방송국, 통신회사들의 OTT가 가입자를 나누어 가지고 있던 때 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보면 대략 6천5백만명~7천만명 수준의 구독자 시장에서 38%의 가입자를 확보하여 넷플릭스를 앞질러 있습니다.
로컬 OTT가 넷플릭스의 점유율을 10% 차이로 앞서는 소수의 사례입니다.
2022년 터키에 런칭한 디즈니+의 점유율이 10%에서 지속 하락 (아래 표) 하는 양상을 보면 로컬 OTT가 굳건하게 시장을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엄격한 규제
터키 시장은 아랍권 문화와 언어가 사용되는 국가입니다. 2018년 터키는 인터넷 방송을 통제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 시켰습니다.
2019년 부터 넷플릭스와 로컬 OTT들은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서비스가 가능하고 터키의 라디오-텔레비전 위원회 (RTÜK) 는 ‘사회적 문화적 가치와 터키 가족 문화에 위배되는 콘텐츠’를 제공한 미디어 사업자들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중에서 동성애, 게이 캐릭터의 표현은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되었고 넷플릭스는 이런 환경에서도 터키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넷플릭스는 2020년 이 규제 법안 때문에 터리 오리지널 시리즈 ‘If 의 출시를 중단키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규제가 넷플릭스의 성장만 억제했을리는 없습니다. 다만 터키 문화를 더 많이 이해하는 로컬 미디어 플레이어들의 우회적 지원 역할은 가능했을 것입니다.
#3 로컬 콘텐츠의 강점
터키 미디어 시장은 이런 콘텐츠의 내용 규제 때문에 전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불법 다운로드가 비율이 높은 국가입니다. 물론 넷플릭스의 원본 콘텐츠의 불법적 이용이 높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습니다.
터키는 터키의 영화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이 60%가 넘는 전세계의 자국 콘텐츠가 매우 강세인 나라입니다.
현지 제작 콘텐츠에 중점을 둔 2개의 로컬 OTT로 돈을 받는 SVOD 사업자인 BluTV와 광고를 시청하면 무료인 AVOD로 PuhuTV 가 있습니다.
BluTV는 터키의 영화 제작 생태계를 움직이는 작가들을 확보하여 터키 영화들의 핵심 플랫폼이 되었고 인기 로컬 드라마로 오리지널 26편의 드라마를 제작하여 가입자 확보에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BluTV에는 넷플릭스에 없는 실시간 방송 채널도 제공 중입니다.
(BluTV는 특이하게 터키 방송국의 하위 서비스가 아닌 독립 스트리머입니다. 하지만 창업자는 터키의 22개 방송 채널을 보유한 미디어 재벌의 손자로 터키 레거시 미디어의 지원이 충분했었겠죠.)
물론 넷플릭스가 2016년 이후 7배가 넘게 콘텐츠 수를 늘리고 터키의 오리지널 시리즈 투자를 계속 늘려 왔음에도 로컬 OTT를 이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넷플릭스를 물리친 6백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로컬 OTT는 외형적 측면에서 인수할 가치가 있습니다.
#4 터키 로컬 OTT의 확장성
WBD는 2022년 부터 HBO의 시리즈들인 The Last of Us , The Handmaid's Tale 및 Friends 들은 BluTV에 공급 중입니다. BluTV는 터키 이외에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중동 및 북 아프리카 지역에 플랫폼이 진출해 있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에 뒤쳐져있는 WBD가 터키의 로컬 OTT로 활용하여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BluTV를 통해 아랍권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터키 콘텐츠’의 수요에 대응하여 미국 시장의 가입자 확장에도 유리해집니다. (아래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터키 시리즈의 미국 내 수요는 매우 견조합니다. )
로컬 OTT 인수 케이스 확대
WBD는 국제적 확장을 위해 로컬의 OTT플랫폼을 인수했습니다. BluTV의 가입자와 중동 등 타 지역의 플랫폼 진출 가능성, 아랍어 콘텐츠의 미국과 타 국가의 활용 가능성등이 고려되었습니다.
넷플릭스를 추격하는 미디어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통합을 시도하는 ‘슈퍼 합병’ 과 별도로 글로벌 진출 및 다국어의 콘텐츠 생태계를 확보하기 위한 로컬 OTT의 제휴와 인수 타진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습니다.
2024년 OTT 글로벌 시장의 복잡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로컬에 묶여 있는 국내 OTT들이 고민해야할 과제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