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BD와 디즈니의 OTT 전략은 어떻게 다른가?
최근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는 자사의 자산을 두 개의 회사로 분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지난 12월에 예측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었습니다.


WBD : OTT + 스튜디오 사업 분리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는 OTT 플랫폼인 HBO MAX와 HBO, DC 스튜디오 등 콘텐츠 제작의 일부 부문, 그리고 워너브라더스 텔레비전 및 워너 브라더스 모션 픽처 그룹을 포함합니다.
두 번째로 분사하는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입니다. 이 회사에는 CNN, 디스커버리, TNT 스포츠와 유럽 전역의 무료 지상파 채널들이 포함됩니다. 또한 OTT 플랫폼인 디스커버리+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회사의 부채 대부분을 인수하고, 스트리밍 및 스튜디오 사업의 지분 20%를 확보할 예정입니다.
WBD는 방송 네트워크 수익 감소와 회사의 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정했습니다. WBD CEO는 회사의 부채를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에 집중 시키고 스트리밍 & 스튜디오 사업 회사는 인수 합병에 대응하기 좋은 구조로 만든 것입니다.
인수 합병에 대비
WBD CEO 자슬라브는 두 회사의 분사 결정에 대해 '전략적 유연성'과 '잠재적인 인수합병 가능성'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결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력 OTT 서비스인 HBO MAX가 HBO 및 영화 스튜디오와 통합되었지만, 실시간 스포츠 콘텐츠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OTT에 집중하여 틈새 시장을 겨냥하거나 인수합병에 대응하려는 전략입니다. 이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이 추구하는 스포츠 스트리밍의 올인원 플랫폼 방향을 선택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변화는 2024년 말에 컴캐스트가 케이블 네트워크를 분사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HBO MAX 시청 시간 정체
WBD의 의사결정은 2022년 미국의 통신회사 AT&T로부터 워너미디어를 분할하여 디스커버리와 합병한 당시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3년간 스트리밍 가입자는 증가했지만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였고,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시장에서 시청 시간 점유율은 정체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번 분할은 스트리밍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포장되었지만, 결국 자산을 효율화하여 '팔기 좋은 회사'로 재편한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디즈니 : 선형TV와 스트리밍 통합 전략
흥미롭게도 디즈니는 WBD와는 다른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한때 케이블 TV 채널 매각을 언급했던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최근 WBD의 분할 결정에 대해 정반대의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밥 아이거는 “다른 미디어 기업들(WBD나 컴캐스트)이 방송 네트워크 사업을 떠나는 상황에서 디즈니는 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히려 스트리밍 사업과 결합된 선형 TV 사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훌루의 100% 지분 확보
이와 동시에 최근 디즈니는 미국의 OTT 서비스인 훌루의 컴캐스트 지분 33%를 인수하기 위한 최종 작업을 승인했습니다. 컴캐스트에 대한 지분 대가로 4억 3,9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훌루의 100% 주인이 된 디즈니는 훌루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완전한 자유도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OTT와 방송 네트워크의 전략적 통합을 신속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훌루와 디즈니+가 각각 운영하던 다른 기술 플랫폼을 통합하여 운영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훌루가 보유한 5천만 명의 가입자는 디즈니가 2026년 목표로 설정한 2억 4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미국 시장의 경쟁에서 넷플릭스는 가입자 정체 상태에 빠져 있는 반면, 훌루의 주인이 된 디즈니는 미국 시장을 번들 상품으로 다양하게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을 갖게 됩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 국한되어 있지만, 훌루는 광고 기반 OTT와 VMVPD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WBD, 디즈니의 방송 네트워크 수익력 차이
WBD는 '분할'을, 디즈니는 '통합'을 선택하며 각기 다른 전략을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두 기업이 보유한 레거시 미디어 사업이 맞이한 변화 때문입니다.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 기업 중 WBD와 디즈니는 아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OTT 사업이 모두 이익으로 전환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선형 TV 사업의 실적은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디즈니와 WBD는 TV 네트워크 사업의 수익이 전년 대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WBD의 감소폭이 디즈니보다 더 큽니다.

늘어나는 부채와 축소되는 이익 규모로 인해 WBD는 더 이상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며 스트리밍 사업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디즈니는 선형 TV와 스트리밍을 통합하는 전략을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를 융합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들 전략이 모두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이 광고 모델을 통해 기존 미디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높은 이탈률을 보이는 스트리밍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스트리밍 전쟁이 넷플릭스의 승리로 끝났다고 평가하는 입장에서, 레거시 미디어들의 전략은 기존 레거시 자산과 OTT를 어떻게 조정해 나가는지 지켜보아야 합니다.
또한, WBD의 결정으로 HBO MAX가 대규모 인수 합병에 활용되어 넷플릭스에 대응할 규모를 갖출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한국의 미디어 산업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움직임은 레거시 미디어와 OTT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OTT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사업 부문이나 독립 회사들은 지분 구조를 일원화고 콘텐츠 IP와 합체 시켜 유통과 콘텐츠를 한 회사의 기능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과 비교하면 티빙, 웨이브 등은 단순 유통 플랫폼으로서만 작동하고 레거시 미디어 본사의 자회사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주주 관계는 빠른 의사결정에 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트리밍은 TV를 지배하고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을 지배합니다. 괄호 안에 국내 OTT가 이름을 올리려면 전략적 자각이 필요합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