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TVOD의 가치는 부활할 수 있을까?
구독자 여러분. 최근 단건 VOD 영화를 시청하기 위해 돈을 지불하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미디어 업계에서는 영화가 극장을 떠나 각종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순서를 ‘윈도우(window)’라고 부릅니다.
아래 그림은 2015년 넷플릭스 등 SVOD가 서비스 되고 있을 당시, 윈도우가 정확하게 기간을 지켜 이동했던 그림 입니다.
영화 윈도우 붕괴
이 윈도우 질서가 팬데믹 시기에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2가지 이유입니다. 극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수익화가 필요했고, 원천 콘텐츠를 소유한 스튜디오들이 직접 OTT를 키워야 했기 때문에 윈도우 순서가 뒤죽박죽 되었던 것이죠.
45일~90일로 지켜졌던 극장의 상영 시기가 의미를 잃었고 HBO MAX는 OTT 독점 개봉 등 극장을 ‘패싱’ 했습니다. 디즈니는 OTT 동시 개봉으로 별도 과금을 통해 SVOD 서비스 안에서 프리미엄 VOD관을 오픈했습니다. 아래 그림은 201년 팬데믹 이후 윈도우 입니다.
사실 고객들은 이런 윈도우 순서를 잘 알지 못합니다. ‘저렴하고 빠르게’ 좋은 영화를 관람할 수 만 있으면 그만이죠. 팬데믹 시기의 이런 윈도우 해체로 SVOD 이용 경험은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단건으로 돈을 내야하는 TVOD (Transation VOD)는 손님을 잃어 갔습니다.
TVOD 의 가치 하락
TVOD 보다 빠른 홀드백으로 OTT 독점 상영이 가능해졌고, TVOD를 이용하지 않고 조금만 기다리면 SVOD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한국의 TVOD에 가장 영향력이 큰 플랫폼은 IPTV 이고 미국은 아이튠즈, 아마존, 구글플레이스토어 등 온라인 매체입니다.
한국은 특히 극장 동시 개봉 등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홀드백을 도입할 정도로 IPTV의 VOD 서비스가 정착되고 있었습니다.
팬데믹의 윈도우 해체와 SVOD 이용 경험의 증가로 TVOD의 가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도 유사합니다.
그리고 2022년 부터 전세계적으로 급 부상하고 있는 AVOD의 이용 증가는 TVOD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다리면 돈을 내지 않고 내가 가입한 OTT로 볼 수 있다’ 는 가치와, ‘신작 영화 말고 오래된 구작 영화라도 공짜로 봐도 좋다’ 는 대체 콘텐츠의 가치로 TVOD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입니다.
디즈니의 신작 영화를 1만원 이상 지불하고 IPTV의 VOD로 구매 (그것도 기간형 상품) 할지 몇개월 기다려 월정액으로 가입한 디즈니플러스로 시청할지 소비자들은 고민합니다. 시간의 가치와 경제성의 함수 관계!
TVOD 하락세 뚜렷
아래 수치를 보면 이런 예측을 증명해줍니다. 팬데믹 봉쇄가 전면적으로 시행하던 2020년은 TVOD 매출이 17% 증가했지만 2021년 영화 제작 수 급감, OTT 영화 증가로 코로나 19 이전 까지 떨어집니다. 2022년에는 5% 수준 더 하락하게 됩니다.
스튜디오들의 윈도우 복원
물론 TVOD가 윈도우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튜디오들의 ‘아직 가동할 수 있는 은행’ 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미국의 스튜디오들은 윈도우 전략을 다시 세팅 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미국 스튜디오들은 극장의 상영 기간을 최소 45일을 지킨다는 이전의 암묵적 질서에 다시 동의했고, 워너미디어는 70일 그리고 디즈니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의 극장 개봉 기간을 더 늘리겠다고 천명합니다. 이와 함께 일부 스튜디오들은 SVOD에 영화를 유통하기 이전에 TVOD의 독점 기간을 30일 정도 설정하기 위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들은 OTT 경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수익화 전략으로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AVOD 는 2배 증가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이런 수익화 전략에도 불구하고 Digital TV Research는 TVOD 시장의 향후 5년 성장률을 1.7% 수준으로 예측합니다. 반면 AVOD의 수익은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 예측이 맞다면 헐리우드가 점차 AVOD에 자신들의 콘텐츠 공급 시기를 당길 수도 있습니다. TVOD는 더욱 외면 받는 서비스가 되겠죠.
TVOD의 살길 찾기
TVOD 서비스는 운명적으로 스튜디오들의 공급 시기 결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TVOD 서비스가 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상황은 다소 다르지만, 영화 TVOD의 가격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극장 가격과 SVOD 모두 가격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TVOD는 가격을 올려야 할까요, 내려야 할까요? 매우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그리고 TVOD 아울렛들이 번들 프로모션들을 통해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을 강화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점은 아마존 프라임, 애플의 아이튠즈와 애플TV+ 연계 등에서 점차 확산되는 마케팅 수단입니다.
TVOD는 ‘보고 싶은 콘텐츠만 골라서 관람’ 하는 단건 시청의 가치를 가집니다. 매주 몇시간 씩 SVOD를 이용할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 딱 맞는 상품이죠. 완만하게 자리를 유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안심하지는 마세요. TVOD는 SVOD와도 경쟁해야하고 앞으로 AVOD와도 겨루어야 하니까요.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