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DVD로 OTT 야망을 키우는 “레드박스”
비즈니스는 참 묘합니다. 한편에서는 사업을 접는데 또 한편에서는 여전히 이 사업을 키우려 합니다.
넷플릭스가 2023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DVD 대여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죠. 그런데 DVD.com 도메인을 통한 디스크 배송 사업을 인수하고 싶다는 기업이 있습니다.
넷플릭스 DVD 인수를 희망
Redbox와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Chicken Soup for the Soul’ 가 장본인입니다. 회사이름 참 독특하죠.
레드박스는 DVD를 무인 렌탈할 수 있는 키오스크(kiosk)로 출발했습니다. 이 사업은 원래 2003년 맥도날드의 신사업으로 시작되었고 맥도날드 임원이 미국 덴버에서 독립 사업으로 런칭했습니다.
레드박스의 키오스크는 서비스 상징인 빨간색을 심볼로 편의점, 패스트푸드, 식료품점, 약국 등 기존 상점들과의 제휴를 통해 설치합니다. 레드박스는 영화와 게임콘솔의 디스크들을 대여합니다.
2012년 정점을 찍고 하향세
2012년 까지 10억 건의 렌탈과 150개 미국 소매 파트너와 4만3천개 이상의 키오스크를 운영하면서 사업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 시점에 20세기 폭스, 워너 브라더스, 유니버설 등은 레드박스가 영화 부가 매출 감소를 유발한다며 DVD 판매 후 28일 이전 까지 DVD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할 정도 였습니다. (레드박스는 이들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깁니다.)
그러나 레드박스의 운명은 스트리밍의 전국화로 서서히 위축되어 2022년 3분기에 950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기록 합니다.
레드박스 인수한 '치킨수프 더 소울'
레드박스는 여러번의 인수 합병을 겪으며 2022년 5월 치킨 수프 더 소울(Chicken Soup for the Soul) 에 3억 7,500만 달러에 인수됩니다. 2022년 말 34,000개의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고 2023년에 1,000개의 키오스크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레드박스는 과거 자료들을 살펴보면, 2023년을 정점으로 DVD 렌탈 자체가 감소하여 수익과 키오스크의 설치 수가 점차 감소합니다. 이런 회사를 ‘치킨 수프’ 를 인수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치킨수프’는 인수 당시 발표에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미국인의 90% 가 5분 이내에 살고 있고 레드박스 DVD 사업은 개봉 영화가 극장으로 돌아옴에 따라 향후 1~2년 내에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래 인수 시점 자료를 보면, 레드박스의 가치는 4천만 이용자, 5분 이내 레드박스 이용 가능 미국인 90%, 넷플릭스와 달리 신작 영화 보유 등이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DVD = slow death
그런데 레드박스의 핵심 사업인 DVD 렌탈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엄혹한 팬데믹 시기를 망하지 않고 버텼고 그들의 말대로 신작 영화의 제작량이 늘어나고 있고 헐리우드가 OTT 중심 전략에서 극장 우선 개봉을 지키면 그 다음 홀드백(holdback) 으로 DVD 출시와 함께 렌탈 사업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DVD는 ‘slow death’ 상태라는 점에서 속도를 지연시키는 수준이지 갑자기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죠.
FAST OTT 진출
레드박스는 2017년 ‘Redbox on Demand’ 라는 이름으로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합니다. 구독형 모델이 아닌 VOD 모델로 6천편의 영화, TV시리즈들을 판매하는데 당시에 디즈니와 Liongate를 계약합니다.
아울러 2020년에는 ‘Redbox Free Live TV’ 라는 이름으로 광고 지원 무료 채널인 FAST를 런칭합니다. 당시 30개의 채널로 시작했는데 liongate 등과의 파트너쉽을 통해 영화 중심의 무료 채널을 시작합니다.
치킨수프가 주목한 부분은 레드박스가 시작한 AVOD와 FAST OTT 사업입니다. 특히, 서서히 죽어가는 사업이기는 하지만 DVD 키오스크의 회원수는 4천만명에 이릅니다. 이 고객 기반은 새롭게 펼칠 AVOD와 FAST 사업에 중요한 고객 기반입니다.
인수 시너지는 광고 기반 OTT
'치킨수프'는 소니로 부터 인수한 스트리밍 서비스 Crackle과 팝콘플릭스(popcornflix) 등을 보유하고 있고 4천만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레드박스의 DVD 키오스크의 오프라인 접점과 4천만명 고객, 라이브TV 채널(FAST) 130개를 합친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죠.
양적으로만 합쳐보면 8천만 고객 접점이 발생합니다.
치킨수프가 넷플릭스의 DVD.com과 이용 고객을 인수하려는 시도는 DVD 배송을 여전히 이용하는 고객들 때문입니다.
DVD 렌탈이 급속도로 감소하던 2013년 시점, “5년 뒤, 10년 뒤면 DVD는 사라질것이다” 라고 예측했던 것과는 달리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건재합니다. 레드박스를 주로 이용하는 지역과 고객들은 중소형 도시 지역, 네트워크가 열악한 지역들입니다.
헐리우드가 DVD 매체에 여전히 판매 기간을 할당해준다면 이 시장은 오랜 기간 시장에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레드박스는 DVD 의 고객 접점을 AVOD와 FAST OTT 의 기반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DVD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경제성 중시 욕구는 AVOD, FAST 사업과 맞아 떨어집니다.
넷플릭스는 DVD.COM 사업을 레드박스에 팔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구지 작은 불씨를 남겨 두고 싶지 않아서 일까요.
꺼져가는 DVD 의 고객 접점이 AVOD, FAST 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어낼지 궁금합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