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와 스포츠 - 쿠팡은 왜 올림픽중계를 포기했을까
역동! 질주! 도약! 스포츠를 칭송하는 언어다. 스포츠는 사람들의 감정을 빠르게 연결하는 힘이 있다. 국가 대항인 올림픽은 스포츠의 꽃이다.
최근 도쿄 올림픽의 스트리밍 독점권이 쿠팡플레이와 계약되었다가 다시 번복되는 해프닝이 미디어 업계에서 뉴스로 회자되었다. 당초 쿠팡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배제하고 도쿄올림픽의 전 경기 및 하이라이트 영상을 쿠팡플레이에 서비스하려고 했다.
쿠팡 플레이가 올림픽 독점을 포기한 이유
당초 올림픽 중계권 독점 계약이 이야기 되고 있을 때, 쿠팡이 유료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의 멤버십 회원들에게만 올림픽 콘텐츠를 제공할지, 쿠팡플레이 자체를 올림픽 기간 동안 무료로 풀어 멤버십 저변 확대에 활용할지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쿠팡은 화재 사건과 보편적 서비스로 여겨지는 올림픽 중계에 대한 유무료 시비가 부담이었을 것이다.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올림픽은 시차가 역전되기 때문에 TV 보다 출근 시점 네이버, 유튜브 등을 통한 하이라이트 스트리밍 시청량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은 한국과의 시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상파 TV 채널들과 웨이브에게 유리하다. 올림픽 경기에 광고를 붙여 수익화가 가능한 네이버와 달리 쿠팡플레이는 별도의 수익 방안도 부족하다. 마케팅 효과 이외에 얻어낼 가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400~500억원의 독점 비용은 부담이 제법 크게 느껴졌을 듯 하다.
유로 2020, 코파 아메리카 등 OTT로 향하는 해외 스포츠
현재 유럽에서 열리는 EURO 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은 CJENM 계열 미디어를 통해 중계방송이 되고 있다. tvN과 X tvN, Tving을 통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총 51개 경기를 독점 중계 중인 것. 동일한 시기에 남미에서 개최 중인 코파 아메리카 2020은 쿠팡플레이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유럽과 남미 대륙에서 개최되는 인기 축구 경기가 티빙, 쿠팡플레이 그리고 이들의 구독자를 밀어주는 쇼핑 (네이버, 쿠팡)의 거리를 빛내고 있는 셈이다.
이들 축구 경기 모두 유튜브에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 중이다. 평소 프리미어리그를 즐겨보던 필자에게 어느 날 유튜브를 열자 유로 2020 예선 하이라이트 한편이 추천되었다. 모든 경기의 20여분 엑기스 골 모음 영상을 볼 수 있어 오랫동안 유료 2020이 티빙 독점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런 서비스 전략 때문에 티빙, 쿠팡플레이어의 플랫폼 강화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오래전부터 스포츠가 OTT 경쟁에 활용되어 왔다. 프로야구는 거의 모든 OTT들이 무료로 제공 중인데 오래전부터 통신사 경쟁이 만든 산물이다. 그 외의 해외 스포츠 리그들이나 올림픽, 월드컵 예선 경기들은 특정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입해야만 시청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광고 시청 기반 무료 OTT들이 공존했던 과거에는 시청자의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각종 스포츠 리그들을 무료로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독 모델은 스포츠 콘텐츠를 무료화 하기 힘든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전체 콘텐츠 패키지 안에 스포츠가 포함되었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경제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 콘텐츠 분절(fragmentation)’이라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수많은 스포츠 종목들을 시청하기 위해 각기 다른 OTT들을 선택해야 한다. ‘멀티 구독 시대’의 단면이다. 고객에게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콘텐츠를 알아서 탐색하고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준다.
유료 구독 중심의 미국 스포츠 OTT
미국의 스포츠 스트리밍 경쟁은 어떨까? 구독형 OTT가 대세인 미국에서도 스포츠는 유료 구독에 포함되어있다. 다만 한국과 달리 광고 기반 무료 (또는 저가 구독) 스트리밍이 공존하기 때문에 무료 옵션도 제공 중이다. 도쿄 올림픽의 경우 지상파 방송국인 NBC가 보유한 피콕을 통해 올림픽 시청이 가능하다. 피콕은 광고 기반 무료 버전과 프리미엄 구독을 제공 중인데 올림픽의 일부 중계가 무료 버전을 통해 제공된다. (인기 종목, 예를 들면 농구 경기 중계는 프리미엄 구독을 해야 시청이 가능하다) 피콕 외에도 유투브TV와 훌루TV Live, 슬링TV 등을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이들도 대부분 유료 구독 서비스들이다.
스포츠 콘텐츠 스트리밍 활용의 끝판왕은 디즈니의 ESPN+이다. 유료채널인 ESPN의 멀티 디바이스 버전이자 ESPN+ 용 독점 UFC 경기 및 스포츠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제공하며 ESPN의 하락하는 유료 가입자를 OTT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키고 있다.
Post Cable TV를 꿈꾸는 아마존
ESPN+의 강력한 도전자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인데 지난 5월 NFL 미식축구 리그의 목요일 경기(Thursday Night Football)의 10년 독점 중계를 발표한 바 있다. 총 계약 금액은 1,000억 달러(연간 10억 달러) 이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마존은 2017년부터 NFL의 일부 경기를 생중계해 왔는데 일부 패키지 전체를 독점 중계하는 최초 OTT가 되었다. ESPN+도 ABC 지상파 채널, ESPN 등과 주말 경기, 월요일 경기 등을 나누어 제공해 왔다.
아마존의 발표 이후 CBS는 자사 OTT인 파라마운트+에 CBS가 보유한 중계권을 제공키로 했으며 일요일 경기 패스(Sunday Night Football)를 획득한 컴캐스트가 피콕을 통해서 일부 경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NFL이 OTT 경쟁의 중심에 서 있는 셈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NFL의 스트리밍 계약에 대해 ‘포스트 케이블 (post cable) 시대’의 도래로 평가한다. NFL은 슈퍼볼 경기가 1억2천만 명의 TV 시청자를 기록할 만큼 TV의 영향력을 지탱해준 콘텐츠이다. 하지만 NFL 시청자 수도 해가 갈수록 5~7% 씩 감소하고 있다. 케이블 TV 영향력 감소의 결과이다. 아울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피콕이나 파라마운트+와 달리 TV와 연결된 커넥티드 TV 이용량이 높다. 목요일에 열리는 NFL 경기를 보기 위해 쇼핑 멤버십에 유료 가입 후 ROKU 셋톱박스, 스마트TV, 아마존의 FIRE TV 등을 통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4K 영상으로 기존의 케이블 TV처럼 즐길 수 있다. 아마존이 NFL 독점을 통해 노리는 것은 케이블 TV를 통해 송출되던 TV 광고 시장이다. 아마존의 디지털 광고 수익이 매해 증가하고 있는데 스포츠 생중계는 TV 시장의 새로운 광고 저장고를 제공해준다.
한국도 미국의 경쟁 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전략의 중심축은 매우 다르다. 미국 OTT 시장에서 스포츠의 활용은 기존 레거시 TV 시장을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한국의 OTT들은 커넥티드 TV 와 TV 앱의 확대가 미약해 모바일 중심의 스포츠 활용에 그치고 있다.
스포츠 생중계는 OTT 경쟁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인가?
스포츠 활용 전략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의 경쟁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올림픽, 월드컵을 제외하면 대다수 스포츠는 각각의 팬층이 분산되어 있다. 독점으로 스포츠 리그를 나누어 가지면 그만큼 구독자도 갈라져 마케팅 효과는 적어진다. 그리고 지금처럼 하이라이트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병행 유통한다면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떨어진다. 결국 일시적 이벤트로 스포츠를 활용하는 것은 제한적 성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에는 스포츠 생중계는 없지만 스포츠 오리지널 다큐나 영화들이 즐비하다. 작년에 개봉된 NBA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더 라스트 댄스>는 시카고 불스의 화려했던 시절을 10편의 영상에 등장시켜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모았다. 스포츠 테마 오리지널은 꾸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스포츠 생중계가 없더라도 아쉬울 게 없다.
미국 언론 버라이어티에서 “넷플릭스는 왜 스포츠 생중계를 제공하지 않느냐”라고 2018년에 물은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해 넷플릭스 고위 임원은 “라이브 스포츠 측면에서 우리가 텔레비전 방송국과 다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절대 안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에 진입할 계획은 없다” 고 답했다. 즉 기존의 TV와 다른 차별화를 실시간 생중계에서 만들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스포츠 콘텐츠는 국가별로 판권을 획득해야 하는데 글로벌 OTT로서 넷플릭스가 지불한 돈이 너무 비싸다. 같은 돈이라면 오리지널에 힘을 쏟는 게 경제적이다. 스포츠의 가치는 실시간 방송 후 급격히 떨어진다. 이 점 또한 매력적이지 않다.
팬데믹으로 도쿄 올림픽의 분위기가 뜨겁지 않다. 하지만 예정대로 7월 20일부터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미디어를 통해 감동의 현장이 전달되는 순간, 연대감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다. 무관중이더라도 올림픽은 미디어의 힘으로 확산될 것이다.
역동! 질주! 도약! 에 흥분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