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OTT 번들의 해
스트리밍 번들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동종 또는 이종 상품들을 묶어서 할인 또는 무료로 제공되는 번들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서비스입니다.
OTT 번들 상품은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의 수가 증가합니다.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할수록 번들링은 더욱 활발해집니다.
번들 활성화의 조건
고객 측면에서 보자면 플랫폼이 증가하면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 수가 늘어나서 시청자들도 즐거워 합니다. 하지만 ‘스트리밍 피로도’도 따라서 증가하는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고객들은 보고싶은 콘텐츠를 찾아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여 OTT 이탈율이 증가하게 됩니다. 아래표를 보면 지난 10월 미국의 평균 OTT 이탈률은 5.7% 수준입니다. 특히 지속적인 가격 인상은 이탈율을 부추기게 됩니다.
그리고 SVOD 이외에 FAST, AVOD 등 OTT 유형이 증가하면서 ‘가구당 사용하는 OTT 갯수’도 감소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2023년 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고객들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이 ‘번들링’ 입니다.
번들링은 우선 가격 할인 효과로 가입자들이 취소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통신회사에 묶인 번들 상품은 통신 요금 자체가 약정으로 묶여 있어 가장 강력한 유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리고 티빙, 파라마운트+ 번들 처럼 2개의 OTT가 번들로 묶이면 콘텐츠수가 증가해서 고객의 체감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다양해지는 번들링 상품
Variety 가 분석한 번들의 유형을 보겠습니다.
미국의 번들링은 화려합니다. Video Only, 어그리게이터 번들은 한국에는 없는 유형입니다. 티빙과 파라마운트+ 번들링은 크로스-플랫폼 간 제휴에 기반한 ‘소프트 번들’ 이겠군요.
이러한 번들링의 유형에서 3가지의 특이한 변화들이 감지됩니다.
#1 강력해지는 통신 번들링
대부분의 국가에서 번들링에 가장 적극적인 세력은 ‘통신회사’ 들입니다. 넷플릭스가 국가별로 진출할 때 가장 공을 들여 제휴 대상자를 물색하는 곳이 ‘통신회사’ 입니다. 통산 1위 보다 2위 통신회사를 선택하여 할인 번들 상품을 만들어 기간 독점을 허용하고 이후에는 다른 통신화시들로 확장합니다.
한국 통신회사들의 번들링은 다소 미국과 다릅니다. 1위 통신회사인 SK텔레콤은 독자적인 OTT 전략을 가지고 ‘wavve’ 만을 번들 스트리머로 활용합니다. 2위 KT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투자한 티빙을 상대합니다. 특히 SK텔레콤은 넷플릭스, 디즈니+ 번들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플랫폼 중립도를 유지하는 미국의 통신회사들은 특정 OTT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Verizon은 <+PLAY> 라는 어그레이션 서비스를 출시하여 통신 회사의 가장 큰 강점인 ‘빌링 인프라’를 활용하여 OTT들을 통합 결제 시스템으로 묶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들은 넷플릭스와 WBD의 MAX를 10달러로 할인 판매하는 번들 상품을 특정 요금제 고객들에게 제공합니다. 고객들은 4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번들의 주력 상품은 ‘광고 티어’
넷플릭스가 버라이즌이 제시한 MAX와 할인 번들에 왜 동의했을까? 1등 플랫폼이?
그 답은 ‘광고 상품’에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광고 상품만 할인 번들에 포함시킵니다. 전체 가입자 수는 1위 이지만 광고 상품 가입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광고 상품은 할인을 하더라도 가입 이후 광고 매출 견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통신회사의 번들링 요청에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이죠.
#3 유료방송플랫폼과 OTT 번들
디즈니와 차터커뮤니케이션즈의 Spectrum (케이블TV 브랜드) 간의 번들링이 최근 합의 되었습니다. 아울러 이 번들링에도 광고 상품만 포함됩니다.
점차 위력이 약화되는 미국의 케이블TV가 시청자들의 OTT 시청 흐름을 케이블TV와 묶어 두려는 시도 이고 이런 경향성은 2024년에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지난 11월 초 파라마운트는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차터 번들과 유사하게 파라마운트 스트리밍의 ‘하드번들’ 을 위해 유료TV들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스트리밍-케이블TV 번들은 더욱 확대되어 가겠는데요.
# 경쟁자 간 번들링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의하면 애플TV+ 와 파라마운트+의 번들 제휴가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이 번들이 성사된다면 인수 합병 없이 통합효과를 검증해볼 수 있는 시도입니다.
드라마와 라이브스포츠가 강점인 애플TV+와 영화 카달로그와 검증된 시리즈 IP가 즐비한 파라마운트+ 가 번들링으로 묶인다면 콘텐츠 목록의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에 비해 이들은 하위권 스트리머들입니다. 이들의 번들은 자신들이 부족한 콘텐츠 부족을 채워 구독자의 만족을 높이는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4 쇼핑 번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번들링은 아마존프라임 입니다. 이들은 소위 ‘라이프스타일 번들’로 음악, 스트리밍, 게임, 배송 혜택 등 패키지 혜택이 가장 강력합니다. (네이버, 쿠팡도 물론..)
2022년 8월 아마존 프라임에 도전하기 위해 월마트+에 파라마운트+ 를 포함시키는 제휴가 성사되었죠.
최근 11월말 미국의 식료품 배송 회사인 Instacart 는 자신들의 멤버쉽 회원들에게 NBCU 의 OTT인 피콕(peacock) 프리미엄을 무료로 제공하는 번들 제휴를 발표합니다.
Instacart는 NBCU, 피콕 등 컴캐스트 보유 미디어 자산에 광고주 였습니다. The Office 등 NBCU의 인기 드라마들을 활용 제작한 번들 상품 광고를 피콕에서 방영중입니다.
집에서 편안하게 Instacart로 배송 받고 피콕을 보며 즐기라! 는 메시지. (그리 인상적이진 않죠)
번들링의 유형 중에서 무엇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국가 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이나 미국 모두 쇼핑 (retail) 멤버쉽 번들이 가장 강력합니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와 쿠팡 플레이!
그리고 어떤 OTT도 제휴가 가능한 제휴의 중립 지대에 위치한 미국 통신회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다소 다릅니다.)
후발 사업자들의 자생적인 번들은 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요?
번들링은 필수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성인의 66%가 개별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 보다 번들 거래의 일부로 제공되는 OTT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번들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전략입니다.
넷플릭스가 적극적으로 번들 제휴에 뛰어든 이유는 ‘광고 상품’의 확대 때문입니다. 상품이 다양하면 번들에 유리합니다. 이 점은 한국의 OTT들이 아직 개척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2024년은 번들 경쟁의 한해가 될 것입니다. 번들링된 OTT의 콘텐츠 가치와 번들에 활용되는 제휴사의 고객 접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업자들이 유리합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논의 되고 있지만 무산 가능성도 여전히 높습니다. 콘텐츠가 겹치지 않는 이들의 번들링은 불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