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시청률은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들을 대상으로 측정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채널과 OTT를 동일한 TV를 통해 시청하거나 모바일 등 다양한 단말을 활용하죠.
그런데 (한국에는) 방송채널들의 시청률은 일반 시청자들도 검색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지만 OTT 시청률은 공표된 데이터가 없습니다.
‘오징어게임이 세계 1위’ 라는 데이터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공개 데이터를 분석하여 누구든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오픈한 유럽의 스타트업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을 통해 확인할 수 있죠.
이 데이터들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이 앱에 표시하는 랭킹 데이터의 합산 수준으로 2차 가공 데이터 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수준의 데이터도 없습니다. OTT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이용자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죠.
한국은 OTT의 성숙 단계로 보면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콘텐츠의 품질도 전세계를 호령할 만큼 압도적이지만 데이터 영역 만큼은 매우 뒤집니다. 그럼 다른 국가들은 어떨까요?
넷플릭스가 추진하는 3가지 데이터 공개
얼마전 넷플릭스가 광고 상품 출시를 발표하면서 동시에 데이터 관련 발표가 있었습니다.
2) 미국의 조사회사 닐슨과 DAR (Digital AD Rating) 제휴 (2023년 초 시행)
3) Double Verify / Intergral AD Science와 제휴 (2022년 말 시행)
==> 광고가 실행될 위치와 조회수를 확인하여 광고주에게 리포팅
3가지 발표가 의하는 바는 ‘데이터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가 착한 기업이어서가 아니라 광고 사업으로 뒤늦게 뛰어든 후발 사업자로서 데이터를 공개해야만 광고주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죠.
3가지 선언 중에 1번 영국의 시청률 조사 기관과의 데이터 공개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해보겠습니다.
영국은 한국과 달리 TV 시청률 조사를 담당하는 단체가 일반 기업이 아니라 정부 산하의 기관입니다.
영국의 BARB와 넷플릭스 제휴
이 기관의 이름은 “BARB (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 인데 전국 7천 가구의 패널을 운영 중입니다. 이 기관은 수년전부터 지상파, 케이블 채널 (BBC, ITV 등)들과 OTT의 TV 시청률을 통합 조사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넷플릭스 제휴는 통합 조사 결과에 넷플릭스 데이터도 상세하게 공개해도 좋다는 허락을 한 것입니다.
300개 이상의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 그리고 영국의 OTT 및 AVOD, VOD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BARB는 주간, 월간 단위로 아래와 같은 데이터들을 일반인도 볼 수 있도록 공개합니다.
- 방송국 및 OTT 시청시간 비교 순위
- 시청시간 기준의 상위 50개 프로그램 공개
- 야간 시청률을 별도 집계 하여 공개
TV와 OTT 통합 데이터는 산업 활성화에 기여
이렇게 방송국과 OTT가 동일한 기준으로 통합 조사 되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예를들어, BARB가 발표한 아래 9월 자료를 보면, 1일 시청시간을 기준으로 BBC 56.8분, ITV 32.8분, 넷플릭스 19.2분, 디즈니+ 7.1분 입니다.
영국 시장은 기존 리니어TV 시청 시간이 SVOD 보다 높다, 낮다를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월별, 년별로 추적하면 방송국과 SVOD의 이용자 점유 변화를 추적할 수 있죠.
그리고 50개의 상위 프로그램 공표 데이터를 통해 방송국과 SVOD의 콘텐츠 종합 랭킹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방송국과 SVOD들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통합 데이터는 기존 방송국들과 OTT를 동일 산업으로 놓고 평가함으로써 향후 미디어 정책의 방향성에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그리고 제작 산업의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제작할 콘텐츠의 유사 장르 데이터를 쉽게 찾아 참고할 수 있어 데이터에 기반한 창의적 제작이 가능해 집니다.
미국 : 기업의 이해관계로 데이터 공개
정부의 지원으로 통합 조사가 실시되는 영국과 달리 미국은 기업간의 이해 관계로 OTT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닐슨이 매월 발표하는 The Gauge는 패널 대상의 분석을 통해 지상파, 케이블, OTT의 시청시간과 프로그램 순위들을 공표합니다.
컴캐스트, 스마트TV 진영은 셋톱박스나, ACR (음성인식 기술) 기술등을 활용하여 통합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신들의 분석툴로 데이터를 발표합니다.
미국은 OTT 및 CTV가 광고매체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레거시 플랫폼과 OTT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죠.
특히, 삼성, LG 등 스마트TV 데이터들은 SambaTV 등 데이터 분석 third party 등과 제휴 하여 광고주, 제작사 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가공, 판매 되고 있기도 합니다.
OTT 데이터 생태계가 매우 열악한 한국
한국은 어떨까요? 미국과 영국과 비교하여 걸음마도 떼지 못한 상태입니다. TV 시청률과 OTT 데이터의 통합은 논의 조차 안되고 있습니다.
TV 시청율은 닐슨 등 제3자 공인 회사들을 통해 공표지만 OTT 데이터는 모바일 앱의 추적 코드를 삽입하거나, 광고 DMP를 활용하여 OTT들의 접속 상태 등을 확인하는 수준의 데이터만 존재하고 프로그램 단위의 비교 분석은 어렵습니다.
특히 기존 방송국과 OTT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존 미디어 진영은 데이터의 공개를 다소 꺼려합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시청률은 결국 ‘등급과 순위’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성적표나 다름없죠. 등급을 공개해서 얻는 이득이 아직은 없다고 보는것입니다.
OTT 산업의 성숙 수준에 맞게 OTT 데이터 공개를 논의할때
해외 사례로 보면, 데이터 공개는 산업적 요구에 의해 단계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OTT 지형은기존의 미디어 플랫폼 간의 경쟁에서 광고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도 통합 시청률, OTT 비교 데이터들의 요구가 점차 커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데이터 공개는 미디어 정책, 데이터에 기반한 콘텐츠 평가 및 K콘텐츠의 제작 활용 등 산업의 발전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 만큼 데이터 공개 수준과 시스템을 만들려면 여러 단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TV와 OTT 시청률 통합은 가장 어려운 마지막 단계입니다. 제 3자 수집 계획, 모바일 위주 데이터 분석틀을 TV 단말로 확대할 방안들을 단계별로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미디어 산업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OTT 데이터를 공개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입니다. 공론의 장을 만들면 어떨까요?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