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성공의 일등 공신 : 매시업 전략

‘케데헌’ 성공의 일등 공신 : 매시업 전략

Jeremy
Jeremy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한 ‘K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넷플릭스의 ‘겨울왕국’이 되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최고 시청률 갱신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작품 중 최초로 개봉 6주 차에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습니다. 2,630만 뷰를 기록했으며, 이 수치는 ‘역대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에 해당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1주차 이후 시청량이 급격히 증가하여 2주차부터 모든 국가에서 꾸준히 10위권 내에 랭크되었습니다.

디즈니를 압도할까?

2021년 당시 넷플릭스 CEO였던 리드 헤이스팅스는 “가족용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디즈니를 이기고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4년 후, 넷플릭스의 꿈은 실현된 것일까요?

최근 필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애니메이션 시청률이 3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OTT 핵심 장르가 된 애니메이션의 반란
애니메이션은 한때 하드코어 팬들만의 틈새 장르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애니메이션은 OTT의 핵심 장르로 부상하며 그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3배 증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애니메이션 엑스포에서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시청률이 지난 5년 동안 3배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중 50% 이상인 1억 5천만 명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고

‘케데헌’은 디즈니가 장악하고 있던 가족용 애니메이션 시장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공략하여 글로벌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가족 애니메이션 부상

OTT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면서 가입자 유지를 위해 가족 친화적인 콘텐츠가 필요해졌습니다. 기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박스오피스 부활을 위해 가족용 영화와 애니메이션 출시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Ampere Analysis의 분석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 미국 스튜디오들이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영화 장르를 분석한 결과, 가족용 영화(children & family) 장르가 33%로 2021년의 9%에서 3.5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스트리밍이 대부분의 장르를 흡수하면서, 극장에서 가족 영화가 핵심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가족 단위의 극장 방문은 영화 관람 습관을 재구축하는 계기가 되며, 레거시 미디어 진영의 자금 확보에도 도움이 됩니다.

2023년 이후 할리우드는 가족 애니메이션을 극장 개봉에 집중해왔습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쿵푸 팬더 4》(전 세계 흥행 수익 5억 4,800만 달러), 소니의 《가필드 무비》(2억 5,500만 달러), 일루미네이션의 《슈퍼배드 4》(8억 8,700만 달러), 그리고 올해 가장 흥행한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2》(16억 7,000만 달러) 등 올해 큰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기존 애니메이션과 다른 문법

스튜디오들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프랜차이즈 IP와 스핀오프 콘텐츠로 채우는 동안, 이러한 작품들이 모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2025년 6월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오』는 픽사 30년 역사상 최악의 작품으로 꼽힐 만큼 흥행에 참패했습니다.

소비자들의 프랜차이즈 피로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선보인 ‘케데헌’은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거듭한 넷플릭스의 행운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시청량이 5배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자체 제작 애니메이션 작품 중 실패 사례가 더 많습니다.

또한, ‘코코멜론’, ‘슈퍼배드’ 등 인기 작품들은 외부에서 구매한 콘텐츠입니다. ‘케데헌’은 소피 픽처스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투자와 유통을 담당하며, IP의 모든 권리를 확보한 사례입니다.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 소니가 IP를 넘긴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고 합니다.)

케데헌 성공 비결 : 매시업

‘케데헌’의 성공 비결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매시업’을 꼽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아이돌 스타인 주인공 루미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악령이라는 자신의 결점과 맞서 싸우는 단순한 영웅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K팝과 악령 사냥꾼의 스토리 라인을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액션을 결합하여 만든 이 작품의 힘은 ‘장르 혼합’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은 악령 사냥꾼으로서의 초능력을 부여하는 힘이자,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원동력입니다.

IP 확장

‘케데헌’의 시청자들은 유튜브나 틱톡에 사자보이즈와 루미의 노래를 활용한 챌린지를 게시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K팝의 성공 전략과 동일합니다.

IP의 모든 권리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이후 실사 영화, 공연, 뮤지컬 등 ‘케데헌’의 세계관을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이어갈 것입니다.

스포티파이 제휴

최근 넷플릭스가 스포티파이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3억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2억 6천만 명의 이용자를 가진 스포티파이가 음악 시상식, 라이브 콘서트 시리즈, 뮤지션 인터뷰, 음악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계획입니다.

‘케데헌’을 활용해 음악 콘텐츠로 확장하고 수익화하는 과정에서 스포티파이는 확실한 우군입니다. NFL 시즌이 끝난 후에도 다큐멘터리를 수년간 제작하며 NFL 팬층을 넷플릭스에 묶어두고, NFL의 크리스마스 라이브 경기를 생중계하는 등 콘텐츠와 팬층을 결합하는 능력은 ‘케데헌’에도 분명히 적용될 것입니다.

K 컬쳐 확산에 기여(?)

모든 가족이 함께 싱어롱할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 ‘케데헌’의 인기가 한국에서 더욱 특별한 이유는 애니메이션의 배경과 소재가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애니메이션의 성공이 한국의 이미지와 관광 산업에 일부 기여할 수는 있으나, 미디어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K컬처’ 자체를 글로벌하게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은 일면 타당합니다.

그러나 ‘케데헌’이 한류 열풍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주장과, 콘텐츠의 생산 장소나 제작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다소 과장되고 모호합니다.

아울러 ‘케데헌’의 완성도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자는 의견은 단순한 희망에 그치지 않습니다.

‘케데헌’은 악령을 퇴치하는 이야기를 한국 문화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장르의 표현력과 음악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음악이 ‘종’이 아닌 ‘주’가 되었다는 점에서 산업 간 융합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영역간 융합

‘케데헌’의 완성도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국 콘텐츠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악이 각자의 생태계에만 머무르는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한국의 콘텐츠 생태계는 산업 자체와 정부의 진흥 조직들이 각각 사일로처럼 분리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기술력과 창의력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산업 생태계의 규모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OTT 산업 생태계 내에서의 지원과 진흥 정책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케데헌’의 성공 이면에 숨겨진 생태계의 움직임과 콘텐츠 융합의 내면을 면밀히 분석하여 정책 수립에 나서주기를 제안 드립니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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