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 전쟁 종료 : 오리지널 투자 축소와 K-콘텐츠
디즈니, WBD, 파라마운트 등 대부분의 전통 미디어 기업들은 넷플릭스의 경쟁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넷플릭스의 마진이 2027년까지 3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한 전망이 아닙니다.

넷플릭스 독주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쟁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늘리거나 인수 합병을 시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2025년 콘텐츠 제작 및 구매에 약 186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스트리밍 사업자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입니다. 그러나 방송 채널 및 극장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통 미디어와 비교할 때, 이는 5위에 해당하는 투자 규모에 불과합니다.
방송채널, 극장 등 레거시 미디어를 유지해야 하는 기존 미디어 기업들은 스트리밍에만 전념하는 넷플릭스의 수익성과 가입자 규모를 따라잡기 불가능해졌습니다.
OTT 전쟁은 넷플릭스의 승리로 종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트리밍 경쟁에서 넷플릭스는 최상위에 위치하고, 디즈니의 디즈니+와 훌루, 아마존이 그 중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파라마운트, NBC 유니버설이 최하위로 분류됩니다. 당분간 이 구조는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리지널 감소 추세
그런데 넷플릭스를 정점으로 한 스트리밍 시장에서 콘텐츠의 지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3년 말부터 넷플릭스, 디즈니+, MAX, 아마존 등에서 출시된 오리지널 시리즈의 수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주요 지역에서 출시된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가 2022년 395개에서 2024년 279개로 줄어들었다고 Digital I의 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라이선스 콘텐츠 시청 시간 55%
아래 표를 보면, 2022년 4분기에 오리지널 제작이 정점을 찍습니다. 이 시점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는 전체 시청 시간의 60%를 차지하고, 라이선스 콘텐츠는 40% 수준입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오리지널 제작이 35%로 급감하면서 라이선스 콘텐츠의 시청 시간은 55%로 상승합니다. 반면,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청 시간은 45%에 이릅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오리지널 콘텐츠와 라이선스 콘텐츠의 지위 변화는 레거시 미디어들이 수익성을 고려하여 기존 콘텐츠를 다시 넷플릭스에 개방한 결과입니다.
오리지널 강세 : 넷플릭스
하지만 여전히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이 강한 스트리머는 '넷플릭스'입니다. 2024년 상위 25위 콘텐츠를 비교해보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14편과 라이선스 등 기존 IP 기반 콘텐츠 11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면, 나머지 레거시 미디어의 OTT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프랜차이즈 IP에 기반한 콘텐츠가 70%를 넘습니다.

향수 TV 추세
기존 IP에 기반한 라이선스 콘텐츠 시청이 증가함에 따라 스트리밍 콘텐츠에서 소위 '향수 TV(nostalgia TV)' 트렌드가 형성되었습니다.
미국,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지역을 포함하여 ABC의 '그레이 아나토미'는 총 20억 시간 동안 시청되었습니다. 이 중 20억 시간의 시청 시간은 디즈니+가 절반을 차지하고, 넷플릭스가 나머지를 차지합니다.

슈츠, 덱스터, 길모어 등 기존 미국 방송국의 라이선스 콘텐츠는 대부분 넷플릭스에서 시청되었습니다. ‘향수 TV’의 시청 행태 변화 또한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입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주요 OTT 플랫폼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콘텐츠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투자 위험이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줄여왔습니다.
모든 OTT 플랫폼들은 콘텐츠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검증된 인기 콘텐츠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광고형 상품이 경쟁의 중요한 축이 되면서, 오히려 검증된 라이선스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실시간 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함에 따라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스포츠 중계권 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스포츠 외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1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K-콘텐츠 영향
그렇다면 이러한 추세가 한국의 미디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오리지널 콘텐츠는 모든 OTT 플랫폼의 성공 공식입니다. 닐슨이 2024-2025년 TV 시즌 전체 시청자와 18세에서 49세의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35일 동안 집계한 멀티 플랫폼 순위를 공개했으며, 그 결과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100개의 TV 콘텐츠 중 32개가 넷플릭스 작품이며, 그 중 대부분이 오리지널입니다.
넷플릭스 콘텐츠의 4%
오리지널 투자가 줄어들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K-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아래 분석에서 보듯이 넷플릭스 작품의 4%를 차지합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이 5%로, 두 나라의 비율이 1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준 능가 하기 어려워
미국에 비해 제작 단가는 저렴하지만, IP 스토리가 다양하고 제작 품질이 뛰어난 K-콘텐츠의 위상은 여전히 높습니다. 그러나 현재 수준을 능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선, 한국 시장의 스트리밍 구조상 넷플릭스와 국내 OTT 서비스들의 순위가 고착화되었습니다. 또한, 지상파 및 케이블 등 레거시 미디어들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대거 판매함에 따라, 앞서 설명한 라이선스 콘텐츠의 영향력은 글로벌 추세와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 내 스트리밍 경쟁과 아시아 전역의 활용도, 그리고 글로벌 인기를 모두 고려해야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수 있지만, 여러 측면에서 이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이외에 다른 OTT 서비스들이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상황에서 K-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넷플릭스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글로벌 OTT 경쟁의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만 K-콘텐츠의 글로벌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