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시청률 데이터 공개 의미와 한국 시장에 필요한 것?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 구독자 숫자 등이 전분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2분기에 154만명의 순증을 기록했다. 브리저튼, 타이거 킹이 가입자 모객에 영향을 미쳤으나 3분기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 1억 4,200만 시청 가구를 불러와 440만 순증에 크게 기여했다. 또 한번 오징어게임 출연 복장을 하고 나온 CEO를 보라!
시청 시간 기준 측정 데이터 발표
이번 분기 실적 발표 시 재미있는 결과를 공표했다. 페이스북이 10월 4일 장애로 인한 서비스 중단이 발생되었을 때 넷플릭스의 이용량이 14% 증가했다는 것!
이를 인용하며 결국 넷플릭스는 “기존 TV 시청, 책 읽기, 틱톡 탐색, 포트나인 게임 이용 등 소비자의 시간과 관심을 끌고 있는 모든것들과의 경쟁이라고 주장한다. 스트리밍 라이벌은 우리에게 ‘적’ 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넷플릭스는 새로운 측정 지표를 발표했다. 최근에 콘텐츠별 시청자 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적 발표 서한에서 넷플릭스는 특정 오리지널 시리즈가 공개 후 첫 28일 동안 프로그램을 본 총 시간으로 측정한 시청률 통계를 공개 지표로 활용 하겠다는 것이다.
이전 기준으로 공개 후 첫달 8,200만 가구가 시청한 ‘브리저튼’은 동일 기간 동안 6억 2,500시간 시청 시간을 기록하여 두 데이터 기준 모두 1위이다. (이번 발표에서 오징어 게임의 시청 시간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았다.)
변경된 시청 시간 데이터에 의하면 상위 10위 목록에 큰 변화가 있다. 프랑스 오리지널 ‘루팡’은 이전 데이터로는 2위 이지만 시청시간 데이터로는 10위권 밖이다. ‘종이의 집 파트4’ 가 시청 시간 기준 2위에 기록된다. 영화 오리지널은 1위 순위가 바뀌었다. 시간 기준으로 ‘버드박스’이 1위이다. 3시간이 넘는 영화 ‘아이리쉬맨’은 시간 기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측정 지표를 변경하고 이것을 외부로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독자들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지표
시청시간을 기준으로 한 지표는 서비스의 충성도를 상징한다. 시청 시간이 높다는 것은 특정 콘텐츠의 스토리에 몰입하여 영상의 100%를 시청하거나 또는 재시청 하는 등 고객의 만족도가 포함된 데이터 이다. 실적 발표문에서 넷플릭스는 새로운 지표에 대해 “우리 타이틀의 성공과 회원 만족도를 더 잘보여주는 지표” 라고 평가한다.
콘텐츠의 시청 시간을 지표로 활용한다는 것은 동영상을 오픈 하는 순간 부터의 고객의 체류 시간을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기존의 체류 시간 통제 방법은 기술과 UX(User Experience) 의 영역이었다. 앱을 여는 순간 부터 60초~90초 안에 특정 동영상을 선택 받기 위해 추천과 아트웍(art-work : 콘텐츠 이미지) 을 개인화 하고, 중간 까지 시청한 동영상 목록을 상단에 배치 하고 특정 영상이 끝나면 연관 영상을 추천 하는 등 서비스의 이용 동선을 촘촘하게 설계하였다.
아울러 시청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오리지널 시리즈 안의 “컨텍스트(Context)” 즉 스토리 맥락이나 표현 등 감정적 영역 등 콘텐츠 자체에 보다 적극 관여할 것이 예측된다.
넷플릭스 주도의 데이터 리더쉽?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한 콘텐츠 데이터는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시청 시간으로 지표가 전환되면 경쟁 스트리밍 플랫폼의 시청률과 더 쉽게 비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자신들의 주도에 의해 TV와 경쟁 스트리밍의 데이터 기준을 세우겠다고 선언한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시청률 데이터 조사회사 ‘닐슨’이 피플미터기를 샘플로 선정한 가구에 설치하여 지상파, 유료방송과 OTT 서비스 들에 대해 각각 그리고 통합으로 조사한다. 아래 데이터를 보면 TV와 스트리밍 서비스들에 대한 시간 기존의 점유율도 발표했다.
이 데이터를 보면 스트리밍 전체의 시간 점유가 28%로 매체로서의 영향력이 기존 TV매체와 유사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중 넷플릭스는 6% 수준으로 여전히 10% 미만이라고 자평 하며 성장 기회가 여전히 많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한 콘텐츠 목록과 구독자수를 공개함으로써 자신들의 플랫폼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콘텐츠 데이터는 제작자들에게 필요
또 한가지 짚을 부분이 있다. (미국의 경우) 피플미터기를 통한 데이터는 콘텐츠별로 측정이 가능하다. 닐슨은 이 데이터를 헐리우드 제작사들에게도 판매한다. 넷플릭스와 거래하는 제작사들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가구의 특성이나 콘텐츠 이용 시간등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와의 제작 조건에 대한 협상에 활용한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들이 데이터를 외부 파트너들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제3의 기관을 통해 우회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OTT 시청률 데이터는 크게 빈약
그런데 한국의 OTT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그런 데이터 셋트가 아예 없다. OTT와 IPTV 등 유료방송의 데이터들이 통합 분석될 구조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OTT의 데이터 분석은 코리안클릭, 앱애니, 닐슨 등이 별도 분석하는데 앱 방문자, 앱 결제자 숫자만 분석이 가능하다. 특히 TV로 시청하는 OTT앱의 데이터는 수집도 안되고 있다.
당연히 미국 처럼 OTT와 방송국 시청율을 비교할 기준도 시스템도 없다. OTT 구독자의 합이 1천만명을 넘어가고 있는데 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유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통합 데이터 시스템 도입에 대한 국내 사업자(방송국, 유료방송, OTT) 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
OTT 와 기존 방송사 등의 통합 데이터 까지는 아니더라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티빙 등 OTT의 이용 데이터 (모바일, PC, TV가 통합된) 는 이제 글로벌로 확장하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산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오징어게임의 성공 이후 제작사들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는 전혀 없다. 콘텐츠의 시청시간이나 이용 데이터가 제작사에게 공개된다면 제작 이후의 성과를 주장할 근거가 생긴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은 기초적 데이터만 공개할 뿐이다.
그리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객관적인 시청률 조사 기관을 통해서라도 OTT 분석 데이터를 한 통에 담고 데이터가 필요한 제작자 등 생태계 안에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 기관의 어느 부처는 이러한 고민을 절실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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