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 페이스북과 스타트업의 격돌, 그 주도자는?

메타버스 : 페이스북과 스타트업의 격돌, 그 주도자는?

Jer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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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는 단연 ‘메타버스(Metaverse)’이다. 정부의 지원 발표와 메타버스 협회도 발족했다. 은행, 쇼핑, 정치권 등이 제페토 안에 가상공간을 만들었다. 메타버스 테마는 주식시장에서 블루칩으로 한 달 넘도록 난리가 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메타버스의 범주에 있는 서비스 또는 하드웨어를 써 보았느냐고 묻는다면 10대를 제외하고는 80% 이상이 ‘NO’라고 답할 것이다. 사용도 안해본 기술과 서비스가 언론에서 대세로 포장되어 도배되고 있다. 공부를 해서라도 이해하고 아는 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혹시 회사의 경영진이 ‘우리도 메타버스 해야 하지 않느냐’라고 묻는다면 한마디라도 거들어야 하니 말이다.

메타버스 도대체 무엇인가?

메타버스! 독자 여러분들은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가상현실. 아바타. VR. AR... 쉽게 조각을 내어보면 이렇다.

“시공간을 초월한 현실감 있는 가상세계”.. 그럴듯하다. 필자의 정의이다. “우리가 일하고 놀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온라인 공간”.. 와닿는다. 로블록스 CEO인 Dave Baszucki가 말한 내용이다.

“수백만 개의 디지털 은하로 구성된 관측 가능한 디지털 우주”.. 와우! 너무 멋있는 정의 아닌가?

“미래는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아야 한다고 가정하는 대규모 망상”.. 생각보다 이런 주장도 많다.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 필자가 찾은 가장 현실적인 정의이다.

위의 내용은 국내와 해외의 여러 아티클에서 모아본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들이다. “공간, 가상, 소셜, 게임, 레디 플레이어 원, 3D” 등이 중복되는 언어들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불안한 마음을 안심시켜 보겠다.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를 경험했다. 1D(클럽하우스, 음), 2D(줌, 구글시트), 2.5D(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 3D(VR, AR)로 분류한다면 현실을 가상으로 옮긴 평면적 또는 입체적 서비스들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2.5D로 분류하는 제페토 이야기를 해보자. 10대들이 70%가 넘는다. 만일 제페토를 아직 써보지 않았다면 당장 모바일 앱을 설치하고 아바타를 만들어 제페토 월드를 누벼보자. 나와 닮은 생생한 아바타를 소위 ‘부캐’로 만들어 현실과 매우 비슷한 한강 공원등 여러 가상공간에서 통통 뛰어다니는 낯선 아바타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엔 최근 SK텔레콤이 만든 ‘이프랜드’도 설치해서 사용해 보자.

메타버스는 10대들의 전유물?

왜 10대만 사용할까? Z세대는 스마트폰 세대이다. 콘텐츠를 탐색하고 타인과 온라인 공간에서 네트워킹을 하는 방식이 이전 세대와 매우 다르다. 이전 세대는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되어 있는 비디오, 게임, 책, 영화들을 각기 해당 플랫폼에 방문해 이용하고 공유하는 것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10대들은 이러한 탐색의 경계가 다르다. 게임을 즐기며 채팅하고 동영상을 동일 서비스 안에서 즐기는 포트나이트, 로블록스의 융합적 서비스가 더 익숙하다. 메타버스의 우산 아래 콘텐츠를 연속적 또는 불연속적으로 모아놓고 10대들은 이를 즐긴다. 구찌 상품이 아바타 의류로 선뜻 팔리는 것도 백화점이라는 현실 공간에 대한 가상 투영이 먹혔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5년 후 미래

메타버스를 성장곡선으로 그려본다면 어느 상태일까? 메타버스를 플랫폼, 서비스 관점과 하드웨어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 안에 페이스북이 소셜 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탈바꿈 하겠다고 말했다. (링크)

최근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씨로켓과 Otter Letter의 작가 박상현님이 마크 저커버그의 이 선언과 관련된 인터뷰기사 번역본과 분석글을 게시했다. 같이 읽어보시기를 권장한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라고 표현한다. 사실 이 말에는 빅 테크 기업들의 세력 다툼이 숨어 있다. 현재의 페이스북은 애플, 구글이 깔아놓은 모바일 인터넷 판에서 노는 형국이다. 메타버스의 생태계에서 페이스북은 넥스트 애플, 넥스트 구글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Horizon (소셜 VR 앱)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이 표를 보자. 오큘러스 XR 단말이 전 세계 판매량 중 절반이 넘는다. 누적 판매량만 3천만 대가 넘는다. 애플도 XR단말 출시를 앞두고 있다. 빅 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지배력과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우위력을 위해 경쟁이 본격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빅 테크 기업들의 독점력에 대한 우려 때문에 메타버스 플랫폼이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 (walled-garden)이 되어갈 수 있고 중앙 집중화될 수 있다는 것이 지적받고 있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VR단말은 애플, 구글과 동일하게 앱스토어를 거쳐야 한다.)

왜 5년인가? 페이스북을 쫓아오는 로블록스

페이스북이 5년 내에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미래를 지금 시점에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느긋한 비전 선포 라기보다는 쫓기는 선두의 불안감이 엿보인다. 아래 표를 보자.

체류 시간으로 보면 로블록스가 10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넓은의미로 보면 로블록스도 메타버스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로블록스는 ‘2.5D 게임 포털’ 정도로 평가받는다. 그래서인지 로블록스도 올해 1월 ‘메타버스가 되겠다’ 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로블록스 CEO는 자신들이 그리는 메타버스에 대한 8가지 특징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정체성 : 실제 또는 상상의 자아를 반영하는 아바타
  • 친구 : 현실, 가상 세계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노는 능력
  • 몰입 : 일상에서 순식간에 대안 세계로의 이동
  • 다양성 : 깊고 광범위한 콘텐츠
  • 낮은 마찰 (low friction) : 아바타의 호환 및 쉬운 전환
  • 경제 : 창작자의 노력에 대한 대가 지불
  • 신뢰 : 공평하고 친절한 커뮤니티

이 말은 저커버그가 인터뷰한 메타버스와 거의 동일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0대들은 게임과 소셜의 경계가 없다. 이 점에서 로블록스가 확장하는 메타버스는 결국 ‘소셜’ 영역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로블록스는 자신들의 메타버스를 게임을 탈피할 것이라고 정의한다)

페이스북의 영토와 겹친다. 8가지 특징 중  ‘낮은 마찰(low friction)’은 상호 호환성 이슈이다.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모두 자기 아바타들을 만들면 유저는 수십 개의 ‘부캐’를 만들어야 한다. 공간과 장소의 이동, 아바타 간의 상호 연결이 핵심인 메타버스는 현재 서비스마다 각기 아바타를 만들어야 하고 서비스 간 이동이 불가능하다.

애플과 앱스토어 결제 이슈로 소송 중인 EPIC의 CEO는 “메타버스는 타이틀 카탈로그가 있는 앱 스토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은유적으로 페이스북을 비판하는 것 같다. 그리고 로블록스, 포트나이트와 앞으로 출시될 기타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터널을 만들어 가상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연결을 주장한다.

모바일 인터넷의 미래 경쟁

VR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장악한 늙은 소셜, 페이스북과 10대를 장악한 게임 기반의 미래 소셜을 갈망하는 신예 플랫폼들(신예라고 하기엔 로블록스도 10년 된 기업이다)의 주도권 경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한국의 제페토도 있다.

몇 주 전 씨로켓 뉴스레터로 보낸 페이스북의 반독점 이슈를 상기해보자. 페이스북은 반독점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3,4년은 족히 걸리는 이 소송 기간에 페이스북은 쉽게 M&A 카드를 꺼내기 어렵다. 그래서 저커버그가 선언한 5년 동안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XR의 주도력은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겠지만 플랫폼과 서비스에서 혁신적 기업들의 진화와 출현에 뒤쳐질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메타버스가 허상이든 아니든, 현재의 상황은 ‘모바일 인터넷’의 향후 패권을 염두에 둔 경쟁이라는 것이 메타버스 뒤에 숨어 있는 ‘직설’이다.

메타버스를 위한 정부 지원. 스타트업들에 관심을!

메타버스의 정부 지원 정책이 발표되었다. 디지털 뉴딜 2.0으로 명명된 정책에서 메타버스를 위한 ‘개방형 플랫폼(누구나 참여하여 메타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이 내용에 포함되었다. 적절한 시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각축장에서 기술과 서비스들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제2의 제페토를 탄생시키는 자양분이 되기를 희망한다.

현실적 이야기를 해보자.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는 아바타, 가상공간 디자인, 디지털 휴먼 등 가상공간 콘텐츠 제작, 네트워크 부담 등 기술 구축 과정이 매우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기업이 아니면 제페토만큼의 공간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아이디어 넘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성인층으로 메타버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아바타와 가상공간에 대한 사용성 개선도 필요하다. 콘텐츠, 커뮤니티, 커머스 소위 ‘3C’에 기반한 차별화된 메타버스 서비스들이 각축을 벌이면서 이용자의 환심을 얻어가야 한다.

누군가는 13년 전 ‘세컨드라이프’의 실패를 상기시키며 메타버스를 ‘새로울 것 없는 오래된 미래’라고 단정한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기술의 수준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아닐까? 제2의 제페토, 제2의 로블록스를 키우자!


메타버스와 관련된 씨로켓의 다른 글들입니다. 참고하세요!
1. 메타버스 관련 자료 모음 : 설명자료 및 강연 동영상 링크 등을 모은 글.
2. [PT자료] 메타버스, New Internet : 씨로켓 자료실에 게시된 PT 자료
3. 메타버스 관련 질문 몇가지... : 세컨드라이프는 왜 망했는지, 구글글래스는 왜 쑥 들어갔는지와 지금 현황은 어떤지, 메타버스로 인한 미디어의 미래는? 등에 대해 최형욱대표의 신간을 토대로 정리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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