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가격 전쟁의 비밀(feat. N 100개국 가격인하)
필자는 지난 분석에서 해외 OTT들이 수익 극대화 전략의 하나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넷플릭스 100개국 가격 인하
그런데 이번주 넷플릭스는 일부 국가에서 가격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몇개 국가에서 가격 인하가 결정되었는지 넷플릭스가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한국 언론들은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미국 언론을 인용하며 아시아, 라틴아메라카,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의 30개국에 가격 인하가 단행되었다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가장 최근 Ampere Research의 조사에 의하면 해당 국가는 무려 ‘100개국’ 에 적용됩니다. 가격 할인폭도 20%~60% 이고 기존 및 신규 가입자들에게 적용됩니다.
할인 방식도 다양합니다. 기본,스탠다드 요금제, 모바일 요금제 할인, 심지어 상품 무료 업그레이드, UHD 화질을 표준 요금제 적용 등 그야말로 국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할인이 적용됩니다.
미국, 서유럽, 한국 등 넷플릭스의 가격이 높은 국가들은 이번 가격 인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소식이후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가입자당 단가 하락으로 이익율 저하를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넷플릭스의 계산법은 다릅니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여 글로벌 가입자의 양적 확대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가격 인하는 후발 추격자들이 수익성 이슈 해결로 주춤하는 사이 글로벌 가입자의 빈구석을 노리고 있는 것이죠.
넷플릭스는 해당 국가의 구독자 수, 인터넷 보급 수준, 불법 다운로드 콘텐츠 소비 수준, 로컬 OTT들과의 경쟁 강도등을 모두 고려했을 것입니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는 인도 지역에 가격 인하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인도에서 넷플릭스의 위치는 5위 수준으로 로컬 OTT와 디즈니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격 인하 이후에 성공적인 가입자 기반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최근 이들은 캐나다, 뉴질랜드, 포르투칼, 스페인에서 계정 단속 및 ‘추가 회원 구매’ 옵션을 시작했습니다. 당근(가격 인하)와 채칙 (계정단속) 을 모두 사용하는 넷플릭스의 가격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가격 인상 : 콘텐츠 수요의 함수
OTT 상품의 가격은 가입자들에게 제공는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고객들이 수용합니다. 그리고 해당 국가의 전체 이용자의 스트리밍 수요도 가격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기본적으로 선두 회사인 넷플릭스의 가격을 기준으로 경쟁 회사들도 움직여 왔습니다.
아래 넷플릭스의 표를 보면 2017년 이후 4차례의 가격 인상이 있습니다.
가격 인상 명분 : 콘텐츠 품질
미국에서의 가격 인상 명분은 ‘콘텐츠의 품질’ 입니다. 미국에서 넷플릭스는 다른 곳에서 시청할 수 있는 독점 오리지널 시리즈 및 영화를 꾸준히 제작한다는 것을 호소합니다.
한국에서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말 한국 상륙 이후 5년 만에 첫 가격 인상을 단행합니다. 미국에서 4차례 이상 인상했던 시기에 한국에서는 왜 1번만 인상 했을까요?
한국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콘텐츠 독점력은 약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즐겨보는 한국 콘텐츠들이 티빙이나 웨이브에서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래 표를 보죠. 콘텐츠 수요와 가격의 함수 관계 입니다. 이 표를 보면 분명해집니다. 콘텐츠 수요의 크기와 가격은 비례합니다.
OTT들의 가격 전략은 단순합니다. ‘콘텐츠 투자가 늘면 가격도 인상한다’
작년과 2023년 상반기 까지 미국의 모든 OTT들이 가격을 인상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지난 분석에서 왜 티빙 등 국내 OTT들은 콘텐츠 품질이 높이면서도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하냐는 지적을 한 것입니다.
번들의 가치 : 가격 인하 효과
저 표에서 주목할 부분은 ‘통합’과 ‘번들’의 가격 포지션입니다. HBO MAX + Discovery+ 와 파라마운트+ with 쇼타임은 플랫폼을 합치고 가격도 인상합니다. 반면 디즈니는 3개의 OTT를 번들로 묶고 번들 상품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폭을 적게 만듭니다. 이런 의사결정들은 번들 할인율을 강조해서 가격 인하 효과로 구독자를 유인하려는 전략입니다.
미국의 OTT들이 콘텐츠나 채널 브랜드를 번들링의 가치로 만들고 있는 반면, 한국의 OTT들은 통신사, 인터넷 포털 등 제휴 번들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도 파라마운트와 월마트 번들 처럼 유사 사례는 많습니다)
이런 제휴 번들의 함정은 가격 인상의 결정 기회를 독자적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는데 있습니다.
소비자 : 언제나 낮은가격과 좋은 품질 선호
가격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소비자 입니다. 시청자들은 언제나 ‘낮은 가격에 좋은 품질’을 원합니다. 그 타협점을 위해 OTT들은 콘텐츠와 화질로 상품 등급을 나누고, 광고 포함 상품도 만듭니다. 이런 전략들은 구독자들의 충성 수준 (특히 이용 시간, 계정 공유 여부 등) 에 따른 상품 선택 기회를 넓혀주는 것입니다.
결국 OTT들이 가입자들을 분류(segmentation) 하고 타겟팅 해서 이를 장악할 수 있는 데이터 파워, UX, 마케팅 역량을 갖추었다면 상품의 다양화와 가격 인상 카드를 배합해갈 수 있습니다.
2가지의 흥미로운 표를 보죠. 먼저 미국 OTT 가입자들의 OTT 가격 수용 수준에 대한 분석입니다. Morning Consult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지출할 수 있는 가격 저항대는 변하지 않고 넷플릭스는 그 임계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도 가입자를 잃지 않았습니다. (거의 유지~) 그 힘은 무엇입니까?
콘텐츠 독점력 x 상품 선택 다양성 x 기능 차별화 x 마케팅
광고OTT로 향하는 고객들
그렇지만 가격 인상 경쟁을 위협하는 요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광고OTT는 상품 다양성과 수익성을 위해 추진하는 전략이지만 가입자들의 이동을 막기 어렵습니다. 아래표를 보죠.
아무도 광고를 좋아하지 않지만 OTT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면 소비자들은 광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입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OTT들이 광고 상품(AVOD, FAST)를 필수옵션을 가져갈 수 밖에 없습니다. 가격 전략에 다양한 옵션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다음분기 넷플릭스는 100개국 가격 인하와 일부 국가의 계정 단속으로 어떤 사업 성과를 얻게 될까요? 반대로 미국 지역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디즈니, 파라마운트 등 후발 OTT들의 성적표는?
가격을 둘러싼 치열한 수학 게임에서 넷플릭스가 펼치는 '패'가 매우 다양합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