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커머스 도전, 성공할까?
Netfilx and Chill? 넷플릭스 함께 보면서 놀다갈래?
한국어로 번역하면 "라면 먹고 갈래?" 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넷플릭스를 보면서 노는 것이 문화 코드가 될 만큼 넷플릭스는 일상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이런 넷플릭스가 최근 이커머스(e-Commerce) 서비스를 출시했다. 넷플릭스 샵(Neflix.shop) 은 미국에서 우선 시작되고 타국으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넷플릭스의 행보
넷플릭스의 이런 행보는 다소 뒤늦은 시도이다. 넷플릭스는 구독자 사업 모델 이외에 광고를 지원하지 않는다. OTT 경쟁자들 중에서 아마존이나 디즈니에 비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영상 콘텐츠의 인기와 성공이 더 많은 오리지널을 촉진시키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필자는 최근 출간한 저서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에서 디즈니와 넷플릭스의 사업모델을 비교해서 분석한 바 있다. 디즈니가 자사 콘텐츠를 뮤지컬과 스토어, 출판, 디즈니랜드 등 수직적 활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구독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데 중점적으로 콘텐츠를 활용하는 수평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넷플릭스가 커머스 영역으로 수익 모델을 확대하는 시도를 내놓은 것. 이는 경쟁자들을 ‘복제’ 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조금 더 들어가보자.
그렇다면, 넷플릭스 샵이 이 시점에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
넷플릭스 구독자의 상승세가 올 상반기 팬데믹 효과가 반감되면서 다소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즈니, NBC 등 '콘텐츠 재료 도매상'들이 자사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 제거했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기업 가치도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 결국 넷플릭스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 준비나 커머스 추진은 1등 OTT인 넷플릭스가 내놓은 수익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하는게 타당할 것이다.
'팬 커뮤니티' 관계구축이 커머스의 기반
콘텐츠의 본질은 ‘스토리’이다. 콘텐츠에 몰입하는 이용자들은 스스로 팬 커뮤니티를 만들고 공감대를 전파한다. 네트워크 효과의 승수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의 고착도가 높아진다. 넷플릭스는 팬과의 관계를 훌륭하게 구축해왔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구독자의 취향 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넷플릭스는 인구통계적 구분보다 취향집단(Taste Community)이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실제 시청기록을 중심으로 특정 소수만 즐길 수 있는 취향들을 가상으로 묶어 타겟의 기호를 구분한다. 그런 니치 타겟들이 좋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 작업이 오리지널 기획의 시작이다. 2,000개가 넘는 미시적인 취향 커뮤니티는 연령이나 인종 또는 거주 국가별로 회원을 그룹화하는 대신 시청 습관을 추적한다. 콘텐츠의 세계화는 곧 취향의 세계화를 의미한다.
취향 집단의 세분화가 ‘넷플릭스 샵’을 이끌어낸 동력이다. 넷플릭스 샵이 발표되기 이전 ‘N-Plus’를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N-Plus’는 넷플릭스의 구독자들이 자신들의 재생목록(playlist)들을 공유하도록 도구를 제공한다. 아울러 특정 콘텐츠의 고객 반응이나 새로 출시될 오리지널에 대한 사전 공개 등을 팟캐스트로 서비스하는 등 팬덤 커뮤니티 기능을 갖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N-Plus를 "당신이 좋아하는 넷플릭스 프로그램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미래의 온라인 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공간은 광고 수익이 없는 넷플릭스에게 새로운 수익 모델로 연결해 줄 통로인 셈이다.
사실 콘텐츠의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모든 미디어 사업자의 숙제다. 유튜브에 별도의 채널을 개설해 비하인드 영상과 배우 인터뷰를 올리거나 열성 팬들을 지원하여 후기 영상이나 트위터 계정(Netflix geeked와 같은)을 만들어 팬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N-Plus는 팬 커뮤니티의 동선을 넷플릭스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어낼 수 있다.
넷플릭스 샵은 아마존의 복제
넷플릭스는 이전까지 월마트, 아마존, H&M, Target, Sephora등과 오리지널 콘텐츠에 기반한 수백 개의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여 수익화하고 있었다. ‘Netflx.Shop’ 은 자사 생태계 안에서 커머스 사업을 직접 수행하겠다는 선언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과 관련된 고품질 의류 및 라이프스타일 제품(보석류, 각종 수집 아이템 등)의 독점 및 한정판을 판매한다. 이런 제품들은 모두 유명 디자이너들 손에서 제작된다. The Witcher 및 Stranger Things와 같은 인기 오리지널들을 소재로 한 제품들이 포함되었다. 루브르 박물관과 공동으로 프랑스 시리즈 ‘루팡’ 팬들을 위한 한정판 의류와 장식물들을 60~150달러에 판매한다.
콘텐츠 파생 상품의 연계가 용이한 장르는 애니메이션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Yasuke” 와 “Eden”과 연계한 액션 피규어, 스트리트웨어 등도 출시된다. 넷플릭스 샵은 올인원 커머스 플랫폼인 ‘Shopity’ 기반으로 온라인에 둥지를 틀었다. 다음 달에는 글로벌로 순차 확대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공식 블로그에서 넷플릭스 샵에 대해 “팬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오프라인 접면의 적극적 확장을 천명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도 차별화로 내세우고 있다.
필자는 2주 전 씨로켓을 통해 아마존의 MGM 인수가 ‘커머스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미디어 소비와 이와 연계한 상품 구매가 아마존의 프로세스 안에서 작동한다. 결국 넷플릭스의 스토어 전략은 ‘미디어를 소비하는 곳에서 쇼핑을 동시에 추진’ 하려는 시도이다.
국내에도 이미 '미디어 커머스' 시도 중
이런 시도는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있었다. ‘미디어 커머스’라는 이름으로 방송 콘텐츠와 쇼핑이 결합된 서비스 방식이 도입되었다. IPTV 사업자들은 자사 VOD 안에 등장하는 상품들을 TV 속 상품으로 판매했다. CJ E&M은 자사 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품을 홈쇼핑이나 자사 CJ몰 등에서 방송 후광 효과를 활용해 구매를 유도했다. 현재 티빙은 서비스 메뉴 안에 ‘티빙 몰’을 두고 운영중이다.
티빙몰은 넷플릭스 샵과 가장 유사한 모델로 콘텐츠와 연관된 다양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키즈 콘텐츠와 연관된 학용품들, JTBC 드라마 괴물 대본집, TVN 드라마 빈센조 티셔츠 등 상품도 다양하다.
넷플릭스 샵은 디즈니와 아마존의 사업 모델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다.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연계한 커머스 사업은 온라인, 오프라인 거점에서 디즈니와 아마존이 앞서 가는 영역이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블로그에서 “우리는 의류와 장난감에서 게임에 이르기까지 팬들을 위한 스토리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찾고 있다”라고 했다. 이는 결국 디즈니, 스타워즈, 마블과 같은 프랜차이즈 콘텐츠의 수익 확장 모델을 따라가겠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팬 커뮤니티의 충성 강도가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일부 오리지널 콘텐츠로 한정된 넷플릭스 샵의 시도는 점차 규모를 키워갈 것이다. "아마존, 디즈니,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