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페북/아마존, 기업분할 당할까? - 반독점 이슈!
최근 미국의 의회는 반독점 관련 법안 5건을 전격 통과시켰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소위 GAFA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불공정 독점 규제가 본격화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국회에서는 구글의 인앱 결제에 대한 일방적 수수료 정책 변경등을 막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른바,인앱결제 방지법) 마련을 준비중이다. 이 문제의 본질도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대한 대응이다.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빅 테크 기업들에 대한 독점 이슈가 불거진 것일까?
#1 테크 기업의 독점이 ‘절대 선’이 되었던 시절
독자 여러분들은 2014년에 출간한 <제로 투 원(Zero to one)>이라는 책을 기억하시는지? 인터넷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집필한 이 책에서 테크기업의 독점화에 대한 찬사가 표현된다.
“위대한 기업은 경쟁하지 않는 기업” “독점 하는 기업이 위대한 기업”
당시 이 책은 스타트업이나 신사업을 조직하는 기업의 종사자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저자가 말하는 독점은 “그 분야에서 월등히 뛰어나서 다른 회사들이 감히 그 비슷한 제품 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대표적 사례로 구글을 꼽았다. 구글은 독점 기업이면서 그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데, 공정거래와 관련된 의혹이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쓰고 있다.
이 책은 경쟁 하지 않는 영역을 찾아 끊임 없이 혁신 하라는 주문이 핵심 메시지 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참으로 위험한 주장이다.
#2 넷플릭스<거대한 해킹>이 전달하는 메시지
201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발표되고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인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은 2016년 미국선거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조정하기 위해 페이스북 데이터를 어떻게 오용하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작품이다. 영국의 정치 컨설팅 회사인 ‘케임브릿지애널리티카’ 라는 회사가 수천만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가입자 정보를 확보하여 2016년 미국 대선(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 탈퇴에 어떻게 활용했는지를폭로했다.
이 회사는 페이스북 유저가 올리는 사진,댓글,좋아요 표시를 분석하여 정치적 성향을 분류했다. 재미삼아 눌러보는 성격 검색 앱을 유포하여 이용자들의 취향 정보를 보강하고 이 과정에서 정보 활용 동의를 얻어내어 지인들의 정보 까지 확보했다. 실제 데이터가 수집된 사용자수는 8,700만명에 달했다. 이 빅데이터를 근거로 개인화된 정치 메시지가 포함한 정치 캠페인 광고를 해당 고객에게 전달하여 투표 행위를 유도했다. 이 메시지에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들이 포함되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선거 캠프는 이 정치 컨설팅 회사와 손잡고 하루에 100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페이스북 광고 비용으로 사용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 정치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인종차별, 국제 분쟁 등과 관련된 가짜뉴스들을 특정 집단들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어떻게 유포하는지 폭로한다.
결국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2018년 4월 미국의회에 출석해 "페이스북이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2019년 페이스북에 50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은 도덕적’이라는 착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 맞춤형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사용자로 부터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추출하려 한다. 이들이 누리고 있는 독점 구조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없다. 결국 페이스북의 막대한 경쟁 우위를 분산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한 주장은 ‘빅 테크 기업들의 해체’ 로 연결된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이 주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3 '팀 우'와 '리나 칸' 그리고 반독점 패러독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특별 보좌관 (국가 경제위원회 기술.경쟁정책담당)으로 콜럼비아 법대 교수인 ‘팀 우’를 임명했다. 그리고 최근 ‘아마존 킬러’로 평가되는 리나 칸이 연방통상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선정되었다.
2018년 집필된 팀 우의 저서 <빅니스 : The Curse of Bigness>를 보면 미국의 반독점 정책이 국가 탄생 이후 경제 철학으로 탄생한 배경 등이 소개된다. 미국의 반독점 정책은 1800년대 후반에 설계되었다. 미국의 경제 철학은 ‘공정한 경쟁’을 중시했다. 1890년 미국 의회는 셔먼(Sherman) 독점 금지법을 통과 시켰고 1911년 대법원은 당시 석유 사업을 지배하고 있던 스탠다드 오일의 기업 해체를 명령했다. 70년 뒤 AT&T의 거대 통신회사는 7개의 지역 회사로 분할 되었다.
1970~80년대에는 IBM,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소송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1심 소송에서 기업 해체를 결정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항소 과정에서 기업과 타협했다. 그 후 반독점 이슈는 깊은 동면에 빠졌다. 그 사이 거대한 자이언트 테크 기업들이 탄생했다.
팀우는 ‘빅니스’에서 IBM의 반독점 소송의 결과로 당시 소프트웨어 회사의 스타트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발굴되었고, 다시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반독점 소송은 구글의 탄생으로 연계되었다고 평가한다. 반독점 이슈의 제기만으로 경쟁이 촉진되었다는 주장이다.
독점 기술 기업의 탄생은 두가지 전략을 기반으로 지배력이 달성되었다. 페이스북의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인수, 구글의 더블클릭 인수 등 합병을 통한 경쟁 제한이 첫번째이다. 두번째는 독점 시장을 활용한 경쟁 제한 전략이다. 아마존 마켓 플레이스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복제하여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여 중소기업을 성장 억제 시킨다. 구글은 자사의 검색 알고리즘에서 Yelp와 같은 상점 랭킹 앱들의 정보를 배제시킴으로써 소규모 앱들을 배척한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규제 당국은 이러한 독점 행위들을 묵과해 왔다는 것이 팀우의 주장이다. 결국 독점의 강화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과 혁신을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반독점 역설은 무엇인가?리나 칸은 2017년 그녀를 이 자리 까지 오게 한 논문 <아마존 반독점 역설(amazon antitrust paradox)>을 발표했다.
70~80년대 독점 금지법은 주로 소비자의 단기 이익 즉, 가격 인상 등에촛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빅 테크 기업들은 무료를 기반으로 하거나 아마존이 소비자 가격을 시장 가격 이하로 낮추어 오히려 고객의 호응을 얻었다. 독점이 오히려 편익을 낳는 역설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약탈적 가격 책정 및 인수 등을 통해 경쟁자를 사업에서 몰아내고 소비자는 단기적 가격 잇점은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선택권과 경쟁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철학을 가진 리나 칸이 FTC의 수장이 되었다. 그녀의 첫 임무는 아마존의 MGM 인수를 검토하는 것이다.
‘반독점’은 미래 혁신을 위한 건강한 담론
미국 하원을 통과한 반독점 5법은 빅 테크 기업들의 기업 인수 과정을 감시하고 종국에는 독점 기업의 분할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 내용들을 담고 있다.아마존은 아마존 마켓에서 자체 개발 상품을 팔지 못할 수 있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의 우선 노출 정책을 변경해야 하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분할시켜야 한다. 애플은 앱스토어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반독점 소송과 논란은 수년간의 법정 다툼이 필요하다. 과거의 독점 기업은 가격 인상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당연히 독점기업의 규제에 다수의 소비자들이 찬성했다. 하지만 기술 기업들은 무료이용, 저가 상품, 빠른 배송 등 소비자들에게 환심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시장 조사 업체 조사 결과 빅 테크 규제 법안에 53%가 지지 하지만 만일 구글 주요 검색 결과 구글맵을 보지 못하는 등의 규제 결과를 설명한 후에는 39%로 지지 입장이 낮아졌다. 국민들의 여론 향배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오바마,트럼프 등 양 정치 진영 모두 선거에서 페이스북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 정치인들에게 ‘테크’ 란 언제나 요술 램프로 여겨질 유혹이 큰 영역이다. 현재의 날카로운 칼날이 언제 무뎌질지 모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빅 자이언트들은 거물 로비스트들을 대거 동원하여 반격에 나섰다.
6월 29일, 미국의 연방 법원은 연방통상위원회와 48개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페이스북 반독점 소송(인스타그램,왓츠앱 해체)을 기각해 달라는 페이스북의 요청을 수용했다.
법원은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 시장의 60% 이상을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FTC의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물론 주장을 보강하여 다시 소송 제기를 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었다. 이렇듯 반독점 소송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의 반독점 논쟁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기술 주도권 재편 과정에서 벌어지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이미 미국 보다 빠르게 유럽이 각종 규제 카드로 애플, 페이스북, 구글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네이버와 쿠팡 등 유사한 독점성을 가진 한국의 테크기업들로 인한 사회적 문제들, 그리고 글로벌 테크 기업들로 인한 국내 IT 생태계의 교란 등 산적한 문제들이 쌓여있다. ‘반독점’ 이라는 경제 철학을 다양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독자 여러분들께 위에서 소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과 팀 우의 책 <빅니스>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