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시크릿 인베이전’ AI 오프닝 영상이 던지는 고민
최근 디즈니+에서 공개된 마블 시리즈 ‘시크릿 인베이젼’은 드라마의 내용 보다 오프닝 영상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시크릿 인베이젼’ 은 닉 퓨리(사뮤엘 잭슨) 를 도와 지구를 수호하던 변신 외계 종족인 스컬들이 지구와 전쟁을 일으킨다는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시리즈 시작 직후 펼쳐지는 오프닝 영상은 변신 종족의 이미지를 형상화 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은 어벤저스 인피티니 워, 스파이더맨 : 파프롬 홈의 VFX 작업에도 참여헀던 Method Studio 가 AI 도구를 사용하여 제작 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AI 도구를 사용했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작품의 수준으로 볼때 생성형 AI의 디자인툴인 Midjouney 등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AI가 이미 영상 제작 과정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2분에 불과한 오프닝 영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AI도구를 사용한 이 오프닝 영상은 팬들에게서도 그리 좋은 평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인물로도 변신이 가능한 스컬들과 닉 퓨리를 변형한 AI 이미지들이 그야말로 ‘AI 스럽다’ 고 혹평을 받고 있는 것이죠.
시청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그 어떤 툴로 제작이 되었던 품질만 좋으면 그만입니다. 제작 과정을 알 필요도 없습니다. 기술 애호가들은 AI기술이 영상 제작의 작은 파트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점에 환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I 오프닝 영상은 미디어 산업과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여러가지 이슈들을 담고 있습니다.
#1 인간 제작자들의 역할 : 능동 or 수동
우선 짧은 분량이지만 AI 도구를 통한 영상의 제작 과정에서 아트디렉터, 2D, 3D 애니메이터 등 제작 인력이 전반적 과정을 기획하고 AI를 활용했는지, 아니면 GEN AI 툴로 만들어진 영상의 결과물을 단순히 감수하고 정돈하는 작업만 수행했는지 논쟁이 전개중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5월 2일 부터 현재 까지 작가협회의 창작자들이 파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 사항 중에 ‘AI 활용 금지’ 요청은 AI가 기존 제작 노동 인력들의 일자리를 파괴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AI 오프닝 영상은 이런 주장을 환기시켜 주었습니다.
시크릿 인베이전 시리즈의 후반 작업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마블 컨셉 아트스트인 Jeff Simpson은 “AI 가 아트스트의 경력을 없애고 있다” 고 폭로 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2 디즈니가 AI의 선봉
두번째 문제는 디즈니가 AI 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란 점입니다. 항상 새로운 기술의 채택에 민감했고 마블 만큼 VFX, AI 디에이징 등 AI 기술을 자체 스튜디오에 개발 센터를 두고 연구하고 외부의 기술 회사들과 협력하여 발전 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디즈니는 비용 감축을 위해 내부 인력을 줄이고 제작비를 긴축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AI 오프닝 작업이 결국 제작 인력들의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합니다.
기업들은 품질은 높이면서도 비용을 줄이는 기술을 찾는게 몰두합니다. AI는 특히 이런 기업의 요구에 매우 적합한 기술이지만 일자리 측면에서 보자면 비난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3 AI 제작은 ‘창작’ 인가?
세번째 문제는 ‘품질’과 ‘저작 권리’등의 문제입니다. 콘텐츠 창작자들 입장에서 보면 GEN AI는 허가나 보상 없이 자신들의 예술을 훔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크릿 인베이전의 영상 또한 원본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을 거쳐 생성해낸 2차 저작물의조합입니다. 물론 애니메이터가 실제 원본을 변형해도 만들어낼 결과물과 창작의 시간에 비해 Midjourney를 사용하면 몇초만에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몇번의 커맨더를 입력하여 수정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Gen AI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현실을 넘어선 영역 처럼 보이는 소위 ‘하이퍼 리얼리즘’ 처럼 변화하고 있고 이것에 대한 선호도는 제각각 일 정도로 품질이 평준화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AI 제작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크릿 인베이전 처럼 시리즈의 영상을 변형한 것들도 있지만 AI 개발자들에 의해 수억개의 기존 저작물을 조합해 만들어진 제작물들이 더 많습니다. 특히 창작자들은 AI가 비윤리적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습니다.
창작자들은 AI 제작이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생계를 위협할 것이라는걱정에 빠져있습니다.
닉 퓨리를 연기한 사뮤엘 잭슨은 ‘자신이 죽더라도 AI가 자신을 부활 시키는것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주장합니다. 만일 스튜디오가 배우의 이미지를 ‘영원히’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다면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일부 배우들은 자신들의 어린 모습을 재현하는 AI 기술을 찬양하기도 하지만 사뮤엘 잭슨 처럼 자신의 과거 이미지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AI 기술에 저항하는 목소리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4 AI 만으로 장편 영화 가능할까?
몇분에 불과한 AI 오프닝 영상에 업계가 모두 한마디 씩 쏟아내는 가장 큰 이유는 몇년안에 AI 영화 만으로 장편 영화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술 낙관론자들 그리고 기술에 능한 제작자들의 주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일자리의 축소는 불가피해지겠죠.)
실제로,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공동 감독이었던 Joe Russo는 올해 초 한 영화제 토론회에 참여하여‘AI가 2년안에 장편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히며 자신도 여러 AI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토론회 내용을 보면 더 급진적 AI 활용 기술을 예견합니다.
OTT 플랫폼이 AI로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스토리텔링을 바꾸어 ‘나만의 영화’를 만들어주는 상상! (내 아바타와 마릴린 먼로 아바타가 출연하는 로맨틱코미디 영화를 만들어서 보여조~)
가능한 상상일까요?
AI를 대하는 각기 다른 자세 : 어느 편에 설것인가?
어떤 관점에 서느냐에 따라 AI를 대하는 자세는 달라집니다. 새로운 기회의 측면과 기존 산업을 지키는 측면, 그리고 실제 내 일자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AI 는 긍정과 부정의 극단을 오갈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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