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ABC와 ESPN 매각 시나리오과 넥스트 빅딜
미국 오하이오주의 썬밸리에서 개최되는 Allen & Co. 컨퍼런스에는 미국의 레거시 미디어 기업들의 CEO 들이 모두 참석합니다. 전통적으로 이 행사에서 만난 CEO들은 인수 합병에 관한 은밀한 대화를 주고 받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난주 열린 컨퍼런스에서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ABC, 지역 방송국, ESPN , 디즈니 채널 등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더 이상 핵심자산이 아니다
“리니어TV는 더 이상 회사 (디즈니)의 핵심 사업이 아닐 수 없다” 고 행사 중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인터뷰는 밥 아이거가 2026년 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다음날 열렸습니다.
1995년 190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디즈니가 미디어 제국을 펼치는 신호탄을 알린 거래가 바로 ABC와 ESPN 구매였습니다. 극장에서 방송 네트워크로 유통을 확장하여 디즈니의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킨 빅딜이었습니다. 28년 만에 지금의 디즈니 왕국을 만들어준 방송 네트워크를 핵심 자산’이 아니라고 매물 목록으로 시장에 던진 것이죠.
1995년 ABC를 인수하면서 디즈니를 장악했던 밥 아이거는 2026년 까지 임기를 보장받았습니다. 그의 손에 디즈니의 변신이 달려있습니다. (거의 40년 동안 디즈니의 CEO를 맡다니! 개인적 역량도 대단하지만 디즈니의 기업 문화는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방송채널 매각의 적기
2022년 기준으로 보면 디즈니의 방송 채널은 전체 수익의 35%와 총 영업이익의 3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디즈니의 돈줄이지만 미국의 케이블TV 가입자가 미국 가구의 50% 이하로 곤두박질 치고 있기 때문에 사양길로 접어든 셈입니다.
결국 지금 시점이 방송 채널 매각에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죠.
하락하는 기업 가치
미국 레거시 미디어들의 주가 현황을 비교한 표를 보면 디즈니의 하락율이 가장 큽니다. 방송네트워크와 디즈니 공원의 수익이 지탱해주고 있지만 스트리밍 사업은 아직 손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디어 기업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비교해놓은 표를 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콘텐츠를 거두어 드린 디즈니와 OTT플랫폼을 출시하지 않고 중립적인 콘텐츠 유통 (arms dealer) 사업에 치중한 소니의 현재 기업가치가 유사합니다.
향후 M&A는 OTT 플랫폼?
물론 디즈니의 전략이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소니와 비교할 수 없는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디즈니가 OTT플랫폼을 추진할 수 밖에 없죠.
아래 표에서 보면 2018년~2022년 까지의 인수 합병은 기존 산업 내에서의 수직, 수평 확장입니다.
디즈니가 방송 네트워크를 매각 한다면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처럼 레거시 미디어간의 빅딜은 선택할 카드가 아니겠죠.
디즈니는 향후 Linear Network를 버리고 넷플릭스가 지향하고 있는 OTT 플랫폼 전략에 올인해야 할까요?
미국의 OTT 시장은 AVOD, FAST 등 CTV를 기반으로 한 광고 OTT가 SVOD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디즈니의 ABC 매각 후 인수 시나리오는 OTT와 CTV플랫폼 전체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로블록스 인수 등 도 언급 된 바 있었죠.
아울러 OTT 경쟁에서 스포츠 콘텐츠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ESPN의 독자적 OTT 전략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훌루의 컴캐스트 지분 인수와 디즈니+와 훌루의 통합 과제 등 OTT 포트폴리오 편재등도 디즈니가 풀어가야할 과제입니다.
“방송채널은 더 이상 핵심 자산이 아니다” 라는 폭탄 발언에 미디어기업들의 미래 전략은 요동치고 있습니다. 넥스트 빅딜은 무엇일까요?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