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 와 itvx 의 콘텐츠 교환 제휴 : 유럽 방송국의 파격 파트너쉽
[디즈니+와 itv 제휴] 유럽 방송국들의 파격적 파트너쉽
최근 넷플릭스와 프랑스 지상파 방송국 TF1 간의 실시간 채널 제공 관련 제휴 소식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디즈니+와 itvX 제휴
영국 미디어 시장에서 유사한 제휴가 이루어졌습니다. 디즈니와 영국 방송국 ITV가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했습니다.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와 ITV의 OTT 서비스인 ITVX는 파트너십의 이름을 ‘최초의 이니셔티브(“first-of-its-kind initiative”)’로 정했습니다.

디즈니+의 홈 화면에는 "Taste of ITVX" 배너가 표시되며, ITVX의 홈 화면에는 "Taste of Disney+"가 보여집니다.

콘텐츠 상호 교환
디즈니+ 고객은 이 배너를 클릭하여 엄선된 ITVX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ITVX 가입자는 디즈니+의 작품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와 ITV는 70~100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제휴를 맺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디즈니+가 방송국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지만, 동일한 이름의 메뉴를 만들어 같은 시간 분량만큼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은 영국 사례가 최초입니다.
아울러 OTT 시장에서 경쟁자들끼리 콘텐츠를 교환하여 제공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러한 제휴의 배경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깔려 있습니다.
중,하위권 OTT들의 연합
영국의 OTT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으며, 디즈니는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방송국들은 미국 스트리밍 업체들에 시장을 내어주고 있으며, 상업 지상파 방송국인 ITV의 OTT 서비스는 여전히 하위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객층 흡수 전략
수익을 유지하면서 가입자 경쟁을 벌여야 하는 디즈니+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로컬 방송국의 콘텐츠를 구매하는 대신, 콘텐츠를 교환하는 방식을 선택하여 비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특히 ITV의 고령층 고객들에게 디즈니+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디즈니+의 마케팅 접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디즈니+와 ITVX의 가입자 중복률은 약 5%에 불과합니다. 가입자 층이 크게 겹치지 않기 때문에, 양사는 과감하게 콘텐츠를 교환하며 서로의 플랫폼에서 마케팅을 전개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OTT들 사이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하위 그룹에 머물고 있는 ITVX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도 방송국과 제휴
넷플릭스와 2026년부터 TF1의 실시간 채널을 방송할 수 있는 제휴가 발표된 직후, 아마존도 새로운 거래 소식을 알린 바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고객들은 프라임 비디오에서 france.tv의 실시간 채널(France 2, France 3, France 4, France 5, France Info)과 VOD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TF1의 제휴는 2026년부터 발효되지만, 아마존은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유럽 방송국들의 고민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이어 디즈니+까지 합류한 OTT와 방송사 간의 제휴를 살펴보면, 방송국들이 OTT를 바라보는 태도가 변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여전히 유럽 방송사들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래 데이터를 보면,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기존 레거시 TV가 스트리밍과 유튜브보다 비디오 콘텐츠 시청의 주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서는 전체 비디오 소비의 약 60%를 차지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최대 70%에 달했습니다. 반면, 영국의 선형 TV 시청 비율은 55%로 가장 낮은 편입니다.

OTT는 TV의 고령층, 방송국은 OTT의 젊은층 공략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TV 시청 시간이 여전히 유지되는 시장에서 OTT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독특한 제휴가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히 디즈니와 ITV의 제휴는 ‘돈’ 때문이 아닙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0세 미만 인구의 41%가 생방송 TV를 시청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비슷한 기준으로 영국의 젊은 세대 중 50%가 생방송 TV를 시청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OTT는 여전히 TV에 고착된 고령층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으며, 기존 TV는 OTT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를 공략할 수 있습니다.
두 세력 모두 각자의 목표에 따라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독특한 제휴를 체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실시간 방송 채널을 확보하면 생방송 채널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OTT 시청자들의 체류 시간이 증가하여 광고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OTT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경쟁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레거시 미디어들이 점차 OTT를 포용하는 다양한 전략이 나타날 것입니다.
한국의 방송국들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