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의 스포츠 OTT <ESPN>의 미래
2025년 8월, 디즈니는 기존의 부가형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인 ESPN+에서 ‘+’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하나를 없앴을 뿐이지만, 미디어 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큽니다.
ESPN은 미국 유료 방송 가입자 수 감소와 함께 꾸준히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2013년 ESPN 시청 가구 수는 거의 1억 가구에 달했으나, 현재는 약 7천만 가구로 줄어들었습니다.
ESPN은 컴캐스트, 차터 등 케이블 TV 플랫폼으로부터 가구당 약 8~9달러의 제휴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ESPN D2C 모델
디즈니는 ESPN 독립형 OTT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이는 유료 TV 번들에 가입하지 않아도 모바일, TV 앱을 통해 ESPN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2019년에 출범한 부가형 스트리밍 서비스 ESPN+와 달리, ESPN의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NFL, NBA, NHL, MLB, WNBA, NCAA, 골프, 테니스, UFC, 탑 랭크 복싱, 크리켓, 포뮬러 1, 축구 등 다양한 종목을 포함하여 연간 2만 개 이상의 라이브 스포츠 이벤트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ESPN의 월 이용료는 29.99달러이며, 이 가격으로 가입한 이용자는 1년 동안 광고가 포함된 디즈니+와 훌루를 무료로 함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코드 네버' 가구 공략
현재 미국의 케이블 TV 가입자는 2025년 말까지 전체 가구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케이블 구독을 하지 않는 소위 ‘코드 네버(cord-nevers)’ 가구는 약 6,500만 가구에 이를 전망입니다.
29.99달러의 ESPN은 기존 유료 TV 가입자의 지속적인 이탈을 방지하는 동시에 ‘코드 네버’ 고객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독립형 스포츠 OTT 시장에서 입지를 확립해야 합니다.

29.99달러는 합리적인 가격일까요?
29.99불의 가치
아래 표를 보면 29.99달러는 스트리밍 스포츠 상품 중에서 높은 가격대에 속합니다.

그런데 디즈니가 ESPN을 출시하기 전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은 NFL과의 거래였습니다. 디즈니는 NFL에 ESPN 스포츠 네트워크 지분 10%를 넘겼습니다.

그 결과 NFL 하이라이트 방송권 확대, NFL 레드존 콘텐츠가 포함된 NFL+ 프리미엄 확보, 연간 28경기의 프리시즌 방영권, 드래프트 중계권 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NFL 콘텐츠 비용 증가
레거시 미디어와 빅테크 간의 스포츠 판권 경쟁으로 인해 콘텐츠 이용료가 급등했습니다. 10년 전보다 80% 이상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아래 표 참조)

디즈니와 NFL과의 독점 거래는 29.99불의 가치를 뒷받침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독점 WWE 이벤트 방영권도 확보한 점이 같은 전략의 일환입니다.

젊은 고객 공략
과거 케이블 채널이었던 ESPN은 주로 고령층을 타겟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OTT 플랫폼으로 전환한 ESPN은 젊은 고객층을 공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점적이고 차별화된 스포츠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담은 숏클립 영상을 수직 피드 형식으로 출시합니다. 또한, 라이브 방송을 놓친 시청자들을 위해, 시청자가 선호하는 팀, 리그, 스포츠 종목에 맞춘 맞춤형 방송을 매일 제공합니다. ‘Sports Center For YOU’

‘캐치업 투 라이브’는 진행 중인 실시간 생중계의 하이라이트를 AI를 활용해 즉시 요약하여 제공합니다.
베팅 서비스 강화
실시간 생중계 중 제공되는 경기 통계와 정보가 기존 기능보다 개선된 디자인으로 새롭게 선보입니다.
시청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점수와 다양한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기능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베팅’ 때문입니다.
스포츠 베팅이 합법인 지역에서는 ESPN BET 계정과 연동하여 실시간 베팅이나 예약 베팅이 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 디즈니는 ESPN 앱 내에서 작동하는 베팅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베팅 사업을 확장하려는 디즈니의 야망은 OTT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에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ESPN의 주요 수익원은 제휴 수수료, 구독료, 광고이지만, 아래 그림과 같이 스포츠 베팅 수익은 현재 전체 수익의 약 1%에 불과합니다. 스포츠 베팅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2023년 디즈니는 베팅 회사인 Penn Entertainment와 2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ESPN BET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ESPN 앱을 통해 시청자들이 선수 통계와 분석 정보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도록 사용성을 개선하고, ESPN BET과의 연동을 쉽게 하여 본격적인 베팅 사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 팬의 약 60%가 베팅을 하고 있으며, 그중 30%는 매주 베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팅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졌습니다.
디즈니 OTT 번들링
ESPN은 독립적인 사업 가치 외에도 디즈니+와 훌루(내년에 브랜드명이 사라질 예정이지만)와의 번들링을 주요 전략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번들링은 단순한 가격 전략이 아니라 고객 유지 메커니즘입니다.
아울러, 빅테크 기업들이 스포츠 경기를 활용해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가입자를 유인하는 경쟁 상황에서, 스포츠 OTT가 우위를 점함으로써 경쟁 방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는 ESPN 출시를 통해 OTT 전략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경쟁 상황을 어떻게 방어하고 디즈니 OTT 플랫폼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지 지켜보겠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