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OTT 대연합] 탄생의 의미
메가 스포츠 스트리밍 탄생
2024년 들어 미국의 미디어 산업을 뒤흔들 수 있는 ‘연합’ 이 탄생했습니다. 디즈니, FOX, Warner Bros. Discover (이하 WBD) 등 3사는 1/3 씩 동등 지분을 투입하여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새로운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키로 결정하였습니다.
제2의 훌루
새로운 합작회사는 마치 2007년 당시 미국 지상파와 인터넷 회사들의 연합으로 출범한 ‘훌루(hulu)’ 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제 2의 훌루!
2024년 가을에 새로운 스포츠 OTT 출범을 약속한 획기적 파트너쉽은 3개회사가 보유한 스포츠 전용 방송 채널과 모든 스포츠 종목의 스트리밍 권리를 통합합니다.
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면 ESPN, ESPN2, ESPNU, SECN, ACCN, ESPNEWS, ABC, FOX, FS1, FS2, BTN, TNT, TBS, truTV 및 ESPN+ 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 스포츠 종목 55% 점유
아래표를 보면 이들이 생중계 및 스포츠 콘텐츠로 제작하는 종목은 NFL, NBA, MLB, NHL, 대학 스포츠, PGA TOUR, 그랜드 슬램 테니스, FIFA 월드컵등이며 미국의 전체 스포츠 경기 중 무려 55%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디즈니, FOX, WBD 3개 회사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와 OTT 산업 안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경쟁자들입니다.
FOX는 디즈니에 영화 부문을 팔고 지상파 뉴스채널 및 스포츠 채널을 지키고 있으면서 FAST와 AVOD의 선두주자인 tubi 를 육성중입니다. 최근 FOX는 tubi에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을 준비중이었습니다.
WBD은 MAX로 자신들의 스트리밍을 통합했고 최근에는 NBA등 스포츠 생중계 콘텐츠를 MAX에 제공하며 OTT 차별화를 차근차근 준비해왔습니다. 디즈니 역시 디즈니+와 hulu를 통합하려는 시도와 함께 ESPN+를 독립형 스트리밍 서비스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자신들이 수립한 로드맵의 계획대로 스포츠 콘텐츠를 강화하던 이들이 전격적인 연합에 동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넷플릭스와 빅테크
최근 넷플릭스는 유례없는 가입자 증가를 이루고 WWE의 스포츠 생중계 권리를 확보한 바 있습니다. NFL, NBA 등에 견주어 판권 가격이 높지는 않지만 ‘라이브 스포츠’로 진출한 것이죠.
구글, 아마존, 애플 빅테크 회사들은 앞 다투어 NFL, MLB , MLS 등 인기 종목들의 독점 생중계 권리를 확보하면서 스포츠 생중계 판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3개 회사는 개별적 대응으로 외부의 거센 경쟁 압력을 이결낼 수 없다는 공감대에 도달했습니다. 아울러 수십억 달러 이상 증가하고 있는 ‘스포츠 머니’를 함께 분담하자는 현실적 거래 관계에 도달한 것입니다.
레거시 미디어 위축 우려
그렇지만 3개 회사의 연합은 그리 쉬운 의사결정이 아닙니다. 스포츠 생중계는 이들의 캐시카우인 레거시 미디어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입니다.
위의 표를 보시죠. TV의 100개 프로그램 시청률의 93개가 NFL 생중계 입니다. 실시간 스포츠는 미국 시청자들이 케이블TV를 계속 구독하는 주요 이유입니다.
스포츠 전용 스트리밍이 강화되면 레거시 방송 네트워크들의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디즈니, WBD,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OTT들이 스포츠 생중계를 동시 또는 독점 생중계 하면서 점점 스트리밍 영역의 스포츠 시청자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래표)
3개 회사의 ‘스포츠 연합’은 스포츠 스트리밍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손으로 레거시 미디어 영역의 위축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스포츠는 물론 OTT 전체 시장과 레거시 미디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전략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번들 전략
3개 회사가 공통적인 이해관계 중 확실하게 합의할 수 있는 분야는 ‘번들’ 전략입니다. 합작회사가 만들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가 40~50불 수준의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가지 측면의 번들 제휴가 가능해집니다. 우선 3개사가 보유한 스포츠 채널 전체의 번들 상품이 컴캐스트, 차터커뮤니케이션즈 등 케이블 플랫폼과의 협상으로 제공될 수 있습니다.
수십개의 유,무료 스포츠 채널의 번들 상품은 마치 ‘스키니번들(skinny bundle : 필수적 채널만 모은 저렴한 채널 상품)’ 처럼 보입니다.
2번째 번들은 3개사의 OTT와의 번들링 입니다. 디즈니+와 통합 스포츠 OTT 번들, MAX와 번들 등을 말합니다. 스포츠 스트리밍을 위해 가입한 구독자들은 일반 스트리밍 구독자들 보다 충성도가 높습니다.
합작회사의 스포츠 스트리밍은 3개사의 일반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차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2 자사 스포츠 OTT 와의 관계
다만 합작회사의 성공을 위해 풀어야 하는 숙제들도 있습니다. 당초 합작회사의 스포츠 OTT가 탄생함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2025년 8월 독립형 ESPN+ 를 출시키로 결정합니다.
WBD는 스포츠 콘텐츠를 보강하며 별도의 ‘스포츠 스트리밍 상품’을 출시키로 결정했지만 이를 잠정 보류합니다.
이런 혼돈스러움은 교통 정리 되어야할 것들입니다.
#3 미디어 합병에 미치는 영향
미국의 3위, 4위 OTT를 보유한 디즈니, WBD가 스포츠 스트리밍 제휴를 성사시킴으로써 미국 미디어 기업들의 인수 합병은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파라마운트의 확실한 인수자로 거론되는 WBD는 당분간 합작회사의 성공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리고 훌루의 진화 과정을 살펴본다면 이 합작 회사에 NBCU, CBS 등 타사의 합류도 가능할까요? 당분간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은 합작회사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4 스포츠 판권 시장의 변화
이 합작회사는 모회사의 스포츠 라이선스 권리를 이양 받아 통합 협상에 나서게 됩니다. 당장 2025년 으로 다가온 NBA의 판권 협상에서 3개사는 한 목소리로 단일가를 주장하게 됩니다. 입찰자가 줄면 그만큼 판권 가격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스포츠 리그를 보유한 판권자들에게는 좋지 않는 소식입니다.
합작회사 발표 이후 스포츠 콘텐츠에 강점이 있는 FAST OTT인 FUBO와 일부 통신 협회 (ACA Connect)는 3개사의 합작이 반경쟁적 행위 라는 점을 들어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스포츠 판권의 55% 점유가 경쟁 지형에 큰 파급을 가져오고 있음을 반증하는 움직임입니다.
빅테크와 넷플릭스로 이동하고 있던 스포츠 스트리밍 주도권이 레거시 미디어를 이끌고 있는 3개회사로 넘어올 수 있을까요?
라이브 스포츠는 기존 미디어와 OTT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저울질 하는 핵심적 콘텐츠입니다. 3개사가 연합할 정도로 이들의 위기 의식은 높고 기회에 대한 계산기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의 어정쩡한 지위 안에서 OTT를 계륵 처럼 다루고 있는 한국의 미디어 기업들은 미국의 ‘스포츠 대 연합’ 에서 배울점을 찾아야 합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