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LGU제휴 : 득과 실을 따져보니?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파트너는 통신사 LG유플러스로 결정되었다. LG 유플러스는 자사 IPTV와 자회사인 LG헬로비전이 제공하는 디지털케이블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는 엘지유플러스에게 ‘플러스’를 줄것인가? ‘마이너스 효과’는 없는 것일까?
OTT와 통신사의 제휴는 넷플릭스가 시장의 ‘룰’을 만들었다. 그 룰을 아래와 같다.
2019년 미국에서 디즈니플러스 런칭 당시, 통신회사 버라이즌은 무료 1년 무료프로모션 제휴를 시작했다. 이때 제휴는 통신 상품과 번들이 주력이었다. 버라이존은 4G LTE, 5G 무제한 무선 고객들에게 1년 동안 디즈니플러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독점 계약을 체결하였다.
Verizon 1년 프로모션 이미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등이 통신사 제휴 시 어떤 장점이 있을까?
특정 국가 진입시에 플랫폼 사업자가 보유한 가입자를 활용해 마케팅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모바일과 유료방송의 특정 요금제에 OTT를 번들(bundle) 상품으로 묶어 가입자 확산에 활용한다. 그리고 모바일 데이터 사용시 제로화(무과금) 혜택을 제공해 이용 장벽을 완화할 수 있다. 아울러 OTT의 이용 요금을 통신사가 대신 과금(carrier billing)함으로서 구독자의 지불 거부감을 낮출 수도 있다.
이들 OTT는 통신회사가 보유한 IPTV의 셋톱박스에 TV앱으로 제공된다. IPTV, 케이블의 TV 홈 화면에 좋은 위치에 앱을 제공하고, 리모컨에는 OTT 버튼이 설치된다.
OTT들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가장 쉽게 선택받을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들은 통신사들이 만일 고객 이용 데이터를 요구하더라도 이를 수긍하지 않는다.
IPTV 사업자들은 자사의 홈 화면에 글로벌 OTT가 설치되어 있어도 이용자들의 이용 행태를 알 수 없는 다소 불평등한 계약을 수용하고 있다.
이렇게 다소 불평등해보이는 조건을 수용하는 댓가로 통신사가 얻는 “플러스”는 무엇인가?
플러스 효과의 매력 : 마케팅
단연, 마케팅 효과를 얻는다. “오직 엘지유플러스에서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미지 선점은 IPTV나 통신상품을 돋보이게 한다.
한국에서 엘지유플러스는 지난 수년간 IPTV에 유투브, 구글TV, 넷플릭스, 키즈 포털 등 가 선도적인 서비스들을 유치 또는 독자 개발 해왔다. 시장의 지위는 3위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혁신성, 선도적 이미지는 통신회사 3사 중 가장 좋다.
이러한 선도적 마케팅 이미지로 엘지유플러스의 IPTV는 KT나 SK에 비해 5세~10세가 낮은 30~40대 계층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까지 포용한 엘지유플러스는 IPTV 가입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힐 수 있게 되었고 특히 장기간 고객의 이용을 유지하여 해지비율을 낮출 수 있다.
IPTV 순위 변동은 미지수
마케팅 효과는 인정할만 하더라도 일부 언론에서 평가하듯, 유료방송의 지각 변동, IPTV-케이블 합산하면 근소한 차이로 2위가 되는 LG유플러스가 1위 KT 와 격차를 좁힐 수 있을까?
지난 2018년 부터 넷플릭스와 제휴한 LG유플러스가 IPTV 가입자의 시장 지위가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아래표 참조). 제휴를 하지 않은 SK브로드밴드의 점유율 상승이 2018년 제휴 이후에도 지속 유지되고 있다.
IPTV 회사 간의 점유율 변화 까지 영향을 미치는데는 한계가 있는 이유가 있다. 통신회사가 운영하는 IPTV는 자사의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파워 안에서 경쟁하게 된다. 그리고 모바일 까지 포함된 결합상품 등 번들 할인 이나 사은품 제공 등이 가입자 유치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 효과가 마케팅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를 TV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오로지 LG유플러스 밖에 없다면 효과성은 더욱 크겠지만 스마트TV등 여러 방법이 가능하다.
마이너스 효과의 위험성
디즈니플러스와 LG유플러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IPTV! 가입자들에게는 이 보다 편리한 서비스는 없다. IPTV가 OTT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일종의 게이트웨이(gateway)로 변신한다.
OTT로 연결의 이용량이 늘어나면 IPTV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국내 IPTV는 기본료가 매우 저렴하다. 기본료의 진입 장벽이 낮추어 놓고, TV채널의 이용 시간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홈쇼핑 채널 입점 수익’을 얻는다. 보고싶을 때 영화나 드라마를 판매하는 주문형 비디오 (VOD)도 수익원이다.
OTT를 연결하는 IPTV는 이러한 수익모델의 균열을 일으킬 수 밖에 없다. OTT 시간 점유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실시간 채널이나 VOD 이용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드라마 1,500원, 신작 영화 15,000원 등 단건 판매방식이 주류인 VOD 사업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설명한바 같인 LG유플러스의 IPTV 고객 군이 타사에 비해 젊다. 미취약 아동이 속한 30~40대 가족단위 고객군들에게 디즈니플러스는 인기일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 고객 군들은 신작영화 VOD 판매의 중요한 ‘손님’ 이었다. VOD 사업과의 상충은 피할 수 없는 미래 이다.
가만히 놔두어도 TV시청 시간이 감소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손쉬운 OTT 이용은 LG유플러스의 ‘홈쇼핑 입점 수익’을 감소시킬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들 중에는 한국 방송국들의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이런 콘텐츠들은 IPTV의 TV채널이나 VOD에도 공급되어 있다. 넷플릭스 집중 효과가 커지더라도 IPTV도 선택받을 여지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디즈니가 IPTV에서 자사 콘텐츠들을 제거할 경우 디즈니플러스가 유일한 선택이 된다. LG유플러스의 고객들은 손쉽게 리모컨에 ‘디즈니플러스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게 된다.
IPTV에 제공중인 VOD가 한편 팔릴 때마다 콘텐츠 제공회사는 30~35% 수익을 IPTV 회사에 배분한다. 그런데 OTT는 10~15% 수익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IPTV를 통해서 가입될 경우에만 수익을 공유한다. (모바일에서 별도 가입 후에 ID를 연동해서 TV앱을 이용할 경우에는 IPTV에 돌아가는 수익은 없다)
한국의 IPTV가 제공중인 VOD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품질이 좋다. 콘텐츠의 다양성과 소위 홀드백 (방송이나 극장 방영 후에 VOD로 공급되는 기간)도 매우 빠르다. 이런 측면에서 OTT의 수익 배분 방식등은 향후 VOD 제공회사들과의 분쟁 요인이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IPTV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다.
IPTV 탄생의 '초심'은 지켜지는 것일까?
LG유플러스는 가만히 놔두어도 OTT 선택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면, 내 사업 영토 안에 들여놓고 관리(?) 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OTT와의 제휴는 IPTV의 회선을 장기간 유지시키고 초고속인터넷과 모바일 가입자로 이어지는 결합상품 라인 확대에 기여할것이라고 판단한다.
디즈니플러스가 제휴되면 고객 가치는 높아지는데 사업의 본질 가치는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 딜레마는 산업의 조정 과정에서 거칠 수 밖에 없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십여년전 IPTV가 한국에 태동할 당시 이런 표현이 있었다. “바보상자 TV의 본질을 바꾸겠다..” 그런 IPTV가 OTT연결 서비스로 변모해가는 것은 혹시 "또 다른 바보상자" 로 변질 되는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