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애플TV+'의 OTT 생존기와 메시효과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TV+는 기존 미디어 기업들의 OTT 전략과는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이용 순위로는 꼴찌 그룹에 놓여있고 가입자와 시청률의 성장도 매우 더디게 진행됩니다.
애플 생태계의 부가 서비스
애플TV+는 독자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독립 사업 보다는 애플의 번들 상품 생태계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역할로 활용됩니다.
넷플릭스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의 영토가 축소되어 ‘죽기 살기’로 시장을 수성해야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OTT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애플TV+는 독창적인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나 TV 시리즈를 구매하거나 오리지널로 제작 투자 합니다. 2023년 5월 기존 130개 미만의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고 영화, 다큐멘터리등도 40여편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애플TV+는 애플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 이외에도 디즈니+, MAX 등 다른 스트리밍들의 콘텐츠들도 시청토록 유도합니다.
가입자 점유 6%, 시청 점유 1%
애플이 스스로 애플TV+의 가입자나 매출을 발표하지 않지만 대략 2,500만~4,000만 가입자로 추정합니다. 미국에서의 점유율은 6% 수준입니다. 전체 스트리밍 시청률 중에 1%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OTT 중에서는 무료 이용자가 가장 많고 (2022년 중반 기준 65%가 무료 이용자로 추산할 정도) 무료 이용 후 이탈율도 높습니다.
최근 실적 : 애플 서비스 매출 상승 기여
그런데 최근 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저조한 아이폰 판매로 매출이 1.4% 감소했지만 애플TV+가 포함된 서비스 매출(미디어, 음악, 게임, 뉴스 등 구독료 총계)은 8.2% 증가한 212억을 기록했습니다. 애플의 모든 앱과 서비스를 통틀어 10억 건이상의 유료 구독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 합니다.
애플TV+도 분기별로 최고의 실적을 보였다고만 발표하면서 2023년 에미상 후보로 5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애플TV+의 콘텐츠 년간 투자 규모는 65억~75억 달러 수준으로 170억 달러 규모의 넷플릭스와 90~100억 규모의 아마존 보다 뒤져있습니다. 이 정도 투자 규모이지만 애플TV+의 손실 규모는 년간 10억불 이상이 넘습니다. 애플의 OTT는 서비스 매출을 촉진시키는 수익성 없는 로스리더 (loss leader : 유인상품) 의 성격이 강합니다.
높아지는 서비스 충성도
애플TV+가 이런 전략적 특성을 가진 서비스 이지만 서비스 충성도는 점차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Just watch의 데이터에 의하면 넷플릭스의 글로벌 점유율이 46%에서 33%로 하락 한 반면, 애플TV+는 4%에서 6% 로 증가하였습니다.
아마존, 훌루, 피콕 등의 점유율이 정체 또는 소폭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애플TV+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콘텐츠 투자 성공
애플TV+의 성장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래 Reelgood의 데이터를 보면 분명해집니다. 지난 1년간 애플은 Ted Lasso 시즌3 및 라이브러리 콘텐츠를 50% 이상 늘려왔고 이로 인해 시청률이 2배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애플TV+는 경쟁사에 비해 작은 규모의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뚝심 있게 인기 시리즈의 제작을 이어가고 있고 오리지널 영화에 연간 1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전략을 변경하여 극장 개봉 후 애플TV+ 상영을 결정하였습니다. 팬데믹 이후 극장 수익과 애플TV+의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극장 우선 개봉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대표적 투자 작품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마틴스콜세이지 감독 작품인 ‘Killers of the flower moon’ 이 있습니다.
효자 콘텐츠 '스포츠'
두번째로 성장을 돕고 있는 콘텐츠는 ‘스포츠’입니다. 애플TV가 2023년 봄 시즌 부터 다시 개막한 메이저 리그 금요일 야구 경기와 MLS 독점 경기가 애플TV+의 효자로 떠올랐습니다.
애플은 작년 MLS(Major League Soccer) 의 모든 경기를 10년간 25억 달러 규모로 독점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독점의 범위로는 모든 지역 경기와 리그컵 등의 전경기를 애플TV에서만 시청할 수 있습니다.
애플TV는 2월 경 MLS 시즌 패스를 월 14.99불 (시즌당 99불) 의 별도 구독 서비스로 판매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100만명 넘는 구독자를 확보하였습니다.
메시 효과
이 성공은 바로 ‘메시’ 때문입니다. 메시의 등장 이후 2배 이상 판매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독점 계약 당시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 이적을 미리 알 수는 없었겠죠. 메시가 애플TV에게 새로운 메시아가 되었습니다.
애플은 생중계 현장의 광고판을 통제하고 아이폰 등 자사의 제품 광고로 채우고 애플뮤직에 구단들의 응원가를 배치하여 애플의 서비스 매출로 연결시킵니다.
MLS 독점 : 애플 생태계에 긍정적
미국에서 축구 시청 연령은 37.4세로 NFL 등 프로리그 중 가장 젊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고 메시로 인해 30대 이사의 팬들이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애플TV+ 의 독점 효과는 결국 애플의 제품 판매로 연계될 수 있다는 희소식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애플은 MLS 리그의 생중계에 광고 네트워크를 결합할 계획을 세우고 이후 애플TV+의 광고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2024년 코파 아메리카 토너먼트, 2026년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공동 개최드는 월드컵 등 미국의 축구 열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애플이 앞으로 더 많은 축구 중계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지 지켜봐야겠죠.
아울러 이런 스포츠 판권 구매가 성공을 하면서 디즈니의 ESPN 투자 또는 인수가 계속 거론 되고 있는 것입니다.
애플의 OTT 빅베팅 시작될까?
애플의 스트리밍 전략은 철저하게 애플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연계될 수 있고 애플 제품을 구매할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에만 베팅을 거는 방향입니다.
액션 위주의 블록버스터들 보다 작품성이 강한 영화, 젊은 타겟의 시청량이 높은 스포츠나 다큐멘터리 등에 집중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애플TV+는 애플이 쌓아올린 명성에 부합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소유자의 20% 도 안되는 유저들이 사용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돌다리를 두들겨 가며 천천히 OTT의 충성도를 높여가다가 디즈니 또는 빅 스튜디오들을 인수하며 독립 사업으로 급 부상해갈지 아직 모릅니다. 그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운도 따르고 있는 꼴찌 애플TV+의 뚝심에 배울 점이 많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