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글로벌 OTT vs 토종 OTT 경쟁, 해법은?
2021년 한국 스트리밍 전쟁 승자예측 4부
1부 : 팬데믹과 OTT 경쟁 현황
2부 : 디즈니플러스 vs 넷플릭스 차이는 무엇인가?
3부 : 한국인에게 디즈니란? 그리고 2021년 시장 예측
4부 : 글로벌 OTT vs 토종 OTT 경쟁의 해법은?
한국 : 1,000만 명 방문자 도달한 넷플릭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21년 2월 주요 OTT의 월평균 순 이용자 수 (UV : Unique Visitor)에서 넷플릭스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 1월(470만 명) 대비 113% 증가한 수치이다. 웨이브는 394만 명, 티빙 264만 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국내 OTT 앱 사용자의 넷플릭스 중복 사용비율은 40% 이상이다.
국내 넷플릭스 유료 결제자 수도 지난달 기준 501만 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2월 168만 명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3월 17일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 앱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의 넷플릭스 결제액은 725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용 고객들의 연령층도 확대되고 있다. 2020년 2월 기준 결제자 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대가 43.6%, 30대가 24.2%, 40대 15.5%, 50대 16.7% 였다. 1년이 지난 시점으로 보면 40대 21.4%, 50대 19.1%로 고연령층의 비중이 높아졌다. 두 기관의 데이터를 묶어보면, 500만 구독자가 계정당 2명의 이용자들을 통해 월 1,000만 방문자가 넷플릭스로 몰려든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성공한 이유! 바로 한국 콘텐츠 때문
필자는 씨로켓 뉴스레터 1월 13일 기고글 <넷플릭스와 TV의 재발견>에서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성공한 원인 중 하나로 ‘넷플릭스의 TV 이용 확산’을 꼽았다. 넷플릭스는 LG 유플러스, KT 올레 TV 등 IPTV 제휴로 TV 앱을 통한 동영상 시청 빈도를 높였다. TV를 통한 시청이 늘어나면 두 가지 측면에서 서비스의 충성도가 높아진다. 큰 화면으로 즐기면서 콘텐츠 몰입감이 높아지고, 가족단위 시청으로 서비스 고착도도 따라서 증가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콘텐츠’ 임에 틀림없다.
질문을 던져보자.
콘텐츠의 어떤 영역이 성공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을까?
1.넷플릭스가 글로벌로 유통하는 미국 냄새가 물씬 나는 오리지널 또는 라이센싱 콘텐츠 때문
2.한국에서 라이센싱 하거나, 한국인의 스토리와 한국인 제작자들에게 자본을 들여 만든 오리지널 때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20년 2월에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아래 데이터처럼 국내 서비스 중인 넷플릭스 콘텐츠에는 미국 콘텐츠의 비중이 가장 높다. 넷플릭스가 미국에 제공하는 오리지널의 비중이 72%인 반면 한국의 오리지널 비중은 10% 이하로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가입자 및 이용량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국 콘텐츠에 비해 매우 크다. 오리지널 비중은 10%이지만 tvN, jtbc, 지상파 등 방송국에서 방송 직후 (당일 또는 익일) 넷플릭스로 넘어오는 콘텐츠가 오리지널 수 보다 많고 인기 구작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콘텐츠의 70%는 드라마들이다. 방영 직후 1시간 이내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한 <시지프스 Myth(jtbc)>와 같은 인기 드라마들은 넷플릭스 입장에서 오리지널과 동일한 마케팅 효과를 보이고 있다.
위의 분석을 보자. 2020년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인기 시리즈 또는 영화들이 방영될 시점의 이용량 변화를 보면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타국의 콘텐츠 들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의 성공을 키운 일등공신이다.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큰 것은 국내 방영 직후 제공되는 드라마들의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에서 인기 있는 것만 잘 골라서 서비스하는 ‘콘텐츠 종합 백화점’이 되어 버렸다. 다만 한 가지가 허전하다. 한국 콘텐츠들 중 절반 이상은 티빙이나 웨이브에서도 제공 중이다. 콘텐츠의 중복성의 피해는 고스란히 토종 OTT에게 돌아갔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싸우면 결국 디즈니가 이긴다
이러한 경쟁국면에서 디즈니플러스도 한국에 진출한다. 2억 명 vs 1억 명! 지금의 두 글로벌 OTT 경쟁에서 최후에는 어떤 사업자가 승리할까? 이 문제를 고민해보고 다시 한국의 OTT 이슈로 돌아가자.
여러 분석 기관들은 2025년까지 전 세계 TV 가구의 3분의 1이 스트리밍 구독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구독자가 전체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한다. 2018년~2024년의 OTT 비디오 구독자에 대한 이마케터(eMarketer)의 예측을 보면 2018년에는 넷플릭스가 전체 스트리밍 가입자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에는 디즈니플러스가 자사의 훌루와 ESPN플러스 구독자를 합치면 넷플릭스를 넘어서는 것을 볼 수 있다. 디즈니가 글로벌 구독자를 어떻게 장악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기준으로 넷플릭스의 턱밑까지 따라가거나 추월이 가능하다.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 플러스를 위해 새로운 영화와 쇼에 투자하고 있지만 시장에 큰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부진의 이유로는 라이브러리 콘텐츠가 현저히 작다는 점을 들 수 있다. TV쇼와 시리즈를 합쳐 오리지널도 55개 정도에 불과하다. 애플 디바이스 중심으로 유통되는 서비스라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을 구매하면 애플TV플러스를 6개월~1년 무료로 제공하는데, 이런 무료 가입자가 전체의 30%가 넘어 구독자의 충성도도 매우 낮다. 애플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애플TV 플러스는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파친코 (이민우, 윤여정, 정웅인 출연) 8부작과 김지운 감독이 맡은 닥터브레인 (이선균 주연)을 준비 중이다. 한국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아마존 프라임 구독자는 견고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아마존을 통한 쇼핑 소비의 증가와 비례한다. 글로벌 가입자도 1억 5천만 명이 넘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비디오 상품만 8.99달러이고, 프라임 멤버십(무료배송, 음악 스트리밍 무료, 홀푸드 세일 혜택 등 제공)을 포함할 경우 12.99달러로 판매된다.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NHL(내셔널 하키 리그)등 스포츠 중계도 제공하고 있으며, 극장 개봉작 영화는 19.99달러에 판매도 한다. 다만 서비스가 복잡하다는 점은 고객 불만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 가구의 스트리밍 서비스 보급률은 2020년 말 기준 77% 수준으로 2019년 대비 5% 증가했다. 평균적으로 유료 TV 가입자의 스트리밍 구독은 3.3개 수준이고 비유료 TV 이용자는 평균 2개 정도를 이용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총 지불의향 가격이 45달러 수준이라고 평가하는데, 고객들의 선택에 들기 위한 양과 질의 콘텐츠 경쟁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스트리밍 전쟁에 임하는 기업들의 전략은 모두 다르다.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구독자가 사업의 전부인 테크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이다. 넷플릭스의 기업가치는 지상파 네트워크 CBS보다 5배 높다. 반면 디즈니, 아마존, 애플은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전체 비즈니스와 시너지를 도모할 때 더 큰 기업가치를 만들어 낸다.
지난 씨로켓 뉴스레터 기고에서 다룬 바와 같이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구독자 충성도를 획득한 후 그 힘을 오프라인의 테마파크, 캐릭터 스토어, VR, 게임 등으로 전이시킨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미국 쇼핑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아마존 커머스 분야 중에서 구매력이 가장 높은 프라임 멤버십 고객들의 충성도를 유지하는데 그 역할이 크다. 애플은 애플 단말기 생태계의 유지와 확장에 애플 TV 플러스를 활용하고 있다.
결국 스트리밍 전쟁에 임하는 미디어 기업의 모습은 해당 기업의 전체 가치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디즈니 입장에서의 본격적인 전쟁은 코로나 19 종식 이후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디즈니는 현재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스트리밍 구독자를 보다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오리지널 IP들을 지속 생산해내며 테마파크의 오픈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스트리밍 전쟁의 최종 승자는 디즈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 당 매출을 지금보다 더 높일 수만 있다면 스트리밍 사업 자체만으로도 넷플릭스에 견줄만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전체 생태계에 시너지를 제공하여 넷플릭스를 능가하는 기업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승자는 디즈니가 될 수 있다.
토종OTT와의 경쟁 전선은 다양화 : 쿠팡플레이의 ‘왓챠’ 인수?
현재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자 크기는 2배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따라잡는 디즈니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2021년 중반 이후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하면 그 후로 1년 이내에 한국의 글로벌 OTT 월 방문자 수는 1,500만 명을 훌쩍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규제 당국이 통제할(?) 수준의 임계치를 넘어설 것이다. 이는 고객의 관심과 소비 중독이 그만큼 강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3/10 씨로켓 기고에서 이커머스의 서비스 공간에 미디어가 결합됨으로서 경쟁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커머스 안에서 미디어 생활이 펼쳐진다는 것은 동영상 소비와 쇼핑의 구매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모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후 쿠팡을 둘러싼 고객의 호응과 관심 그리고 기대가 넘쳐난다. 커머스 기반 위에 성을 쌓은 쿠팡이 핀테크, OTT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주길 기대하는 의견이 많다. 앞서 인용한 아이지에이웍스의 분석에 의하면 쿠팡 플레이는 일 단위 방문자가 7만 명 수준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커머스 사업 영역에서 공룡의 위치로 향하고 있는 쿠팡의 업력으로 본다면 OTT 영역에서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문법으로 보자면 커머스보다 이익 구조가 높은 OTT로의 사업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별도 회사로 분사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오리지널을 제작하는 아마존 스튜디오, HBO, Starz 등 유료 채널의 판매를 매개하는 아마존 채널, 그리고 실시간 채널 중심의 아마존 스포츠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특히 넷플릭스와 달리 유료채널과 프리미엄 VOD 단건 판매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구독료 중 일부만을 OTT의 비용으로 수혈받기 때문에 구독자 대상의 동영상 판매 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쿠팡이 아마존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현재 쿠팡 플레이의 기본적 OTT로서의 콘텐츠 품질을 높이면서 추가적인 수익 사업으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쿠팡 플레이가 ‘왓챠 플레이’를 인수하는 것도 의미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사실 아마존이 유료채널이나 단건 VOD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이전부터 아마존의 본체 사이트를 통해 영화 DVD 목록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8년 영화 평점 사이트 IMDB를 인수하여 고객들의 영화 검색 욕구를 비디오 판매 사업과 연계시켜 놓았다.
쿠팡과 쿠팡 플레이의 결합 수준은 느슨한 편이다. 앞으로 아마존만큼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콘텐츠 전략을 펼치기 위한 추가적 자금 투입 이 가능해진다면, 쿠팡 플레이는 아마존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변화를 지켜보자.
토종 OTT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씨로켓 연재글 4회차의 마무리를 지을 차례가 왔다.
한국의 토종 OTT들은 월정액 구독 모델을 갖추어 글로벌 OTT들과 경쟁할 기초 질서를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비스와 기술의 경쟁력, 콘텐츠 차별화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고객의 눈높이로 서비스와 기술을 바라봐야 한다. 현재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비교할 때, 가격과 콘텐츠만 다를 뿐 이용 방법은 동일하다. 왜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와 거의 유사한 사용성을 카피했을까?
그리고 콘텐츠 문제는 OTT가 경쟁하고 있는 산업지형에 대한 종합적 시각에서 고민해야 한다. 디즈니와 워너 미디어 등이 넷플릭스에서 콘텐츠를 왜 제거하고 있는지 등 경쟁구도 관점에서 분석해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 2배 이상 벌어진 글로벌 OTT와의 격차를 따라갈 수 있을까? 토종 OTT들은 어떻게 글로벌 OTT와의 경쟁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가야 할까?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토종OTT의 사용성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거의 유사한 방식의 사용성을 가진다. 미국 이용자들은 온라인 스트리밍을 선택할 때 2가지만 고려하면 된다. 첫째는 가격, 둘째는 콘텐츠! 그 다음 사용성은 유사하다. 계정당 5개의 프로필을 제공하고, 모바일, 태블릿, 각종 TV, 가전과 제휴된 IPTV 셋톱박스에서 앱이 제공된다.
이런 점에서 국내 OTT들은 글로벌 OTT와 다르다. 우선 상품 구조에서 TV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별도 구매해야 한다. 스마트 TV를 통해 앱을 설치하거나 크롬캐스트로 연결하는 방법 이외에 IPTV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웨이브나 티빙을 가입했는데, TV로 보고 싶으면 또 돈을 내야 하고, 스마트 TV 도 사야 한다면 고객 설득이 쉽게 될까? 그리고 국내의 OTT들은 N개의 프로필을 제공하는 기능도 글로벌 OTT에 비해 사용 방법이 어렵거나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가능하다.
이외에도 토종 OTT에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다중 다국어 자막 기능이 없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심지어 넷플릭스를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로 자막을 설치하여 이용할 정도로 다국어 자막 기능이 필수적이다. 국내 OTT들이 다국어 자막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고도화(자동 자막 삽입 기술 도입 등)해야 하고 다국어 자막을 운영해야 하는 비용도 추가된다.
이 다국어 자막 설정 기능은 초기엔 ‘있으면 좋은’ 기능이었지만 점차 넷플릭스에 중독되면서 ‘없으면 안되는’ 기능이 되었다. 토종 OTT들은 위의 기능들에 대한 서비스 개선에 돌입해야 한다.
오리지널에 앞선 콘텐츠 유통 질서를 재확립해야 한다.
티빙은 독립법인 출범 이후 오리지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2021년 1월 첫 오리지널 시리즈로 <여고 추리반>을 출시했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 주연 영화 <서복>을 4월 중순 티빙 오리지널로 극장과 동시에 개봉한다. 이는 디즈니플러스의 ‘프리미어 액세스’ 전략과 유사하다. 2023년 500만 구독자를 달성하여 넷플릭스 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웨이브도 MBC와 협력하여 1월 공개한 오리지널 드라마 <러브씬 넘버>의 인기 이후 2021년 안에 웨이브 독자 오리지널 드라마를 내놓기 위해 제작 중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리지널 전략으로 글로벌 OTT의 경쟁을 따돌릴 수 있을까?
필자는 오리지널 전략에 앞서 전략적 행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토종 OTT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들은 넷플릭스에서도 동일하게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지난 5년간 CJ E&M, jtbc, 지상파, 종편 채널들이 자사 콘텐츠의 인기 작품들을 넷플릭스로 보냈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떨까?
2007년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후 2010년부터 할리우드와 미디어 기업들은 넷플릭스를 통해 수익화를 시도했다. 한국과 동일하다. 하지만 2017년 본체의 사업 영토가 넷플릭스 때문에 가입자 하락 등 영향을 받자 독자 스트리밍 진출을 결정한다. 그리고 디즈니는 2017년 OTT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넷플릭스와 거래 중단을 선포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콘텐츠의 배타적 경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국내 OTT들은 철저히 콘텐츠를 분점해서 제공하고 있고 넷플릭스는 방송국을 각개격파하여 인기 작품들을 모두 모았다. 이 상태로는 토종 OTT가 오리지널의 양적 확대를 시도하더라도 경쟁하기 어렵다.
특히 방송국의 방영 직후에 넷플릭스에 제공되는 드라마들은 오리지널 드라마와 동일 효과를 제공한다. 최근 넷플릭스에도 제공되어 매주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jtbc 드라마 <시지프스 : Myth>를 넷플릭스 구독자들은 넷플릭스 드라마라고 인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유통 전략으로는 방송국의 충성도마저도 위협받게 된다.
아래 표를 보자. ‘넷플릭스에서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콘텐츠가 제거된다면 해지할 것인가’에 대한 미국의 고객 조사 결과다. 디즈니의 마블 영화 시리즈가 제거되는 것만으로 18~29세 고객들은 35% 가 해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왔다. 이외에도 기존 영화사의 콘텐츠들이 모두 제거되면 무려 49%가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콘텐츠 이동에 따른 고객 변화가 역동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의미다.
콘텐츠는 기술과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생물이다. 하지만 콘텐츠 스스로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콘텐츠는 자신이 만든 플랫폼에 배타적으로 묶여있어야 한다. 도매로 팔아서 돈을 벌면서 소매로도 팔아서 돈을 또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점에서 2022년~2023년쯤 도래하는 국내 방송국들과 넷플릭스 간의 콘텐츠 제공 재계약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그런데 국내의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은 OTT 성장이 미디어 질서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기고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낮은 유료방송 수신료 덕분에 플랫폼 가입자는 성장폭이 줄기는 했어도 지속적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방송국들은 넷플릭스와 제휴하여 한해 몇백억 원씩의 수익이 추가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를 포함하여 전체 레거시 미디어의 드라마 제작 편수는 줄고 있고 고객의 시청 시간도 감소하면서 광고 수익 또한 하락하고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 수혜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게 귀속될 뿐이며 중소형 제작사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영화 수입사, 영화 번역가 등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글로벌 OTT의 약진은 'OTT 경제의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디어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윗단이 무너지는 충격을 겪고 있는 미국에 비해 아랫단이 붕괴되는 현상이 강한 한국의 미디어 산업면에서는 전략적 착시가 올 수 있다. 자율등급심의제, OTT 콘텐츠 쿼터제와 같은 지엽적인 이슈들이 규제와 진흥의 어젠다로 올라올 상황이 아니다. OTT가 미디어산업 전체를 어떻게 조정(붕괴로 가는 길에서)해 갈지에 대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이대로 두면 승자독식
4회에 걸친 기고를 마치고자 한다. 플랫폼이 고객 그룹을 획득해 가면서 스노우볼처럼 고객을 끌어당기는 선순환의 힘이 승자독식을 만든다. 먼저 들어온 플랫폼의 선도적 노력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기술적 선도와 편리성, 콘텐츠 차별화 등이 종합된 결과이다.
현재 기준으로 한국에서 1~2년 뒤에는 OTT 구독자의 70% 이상이 글로벌 OTT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 서비스도 승자독식으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자본의 국적이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이 국내 기업이 맞는 건가? 역설적이지만 '글로벌 OTT가 장악하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문해볼 수 있다.
영혼 없는 데이터를 모아 돈을 버는 구글과 달리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한국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를 글로벌로 전파까지 시켜주는 존재 아닌가? 하지만 자본과 데이터의 힘으로 만들어진 국내의 스토리들은 시간이 가면서 글로벌 OTT의 입맛에 맞게 글로벌 공통 언어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OTT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경쟁이기 때문에 AI와 메타버스 등 미래기술을 만나 어떻게 진화해 갈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유한 영역이다.
글로벌 OTT로 의존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나아갈 상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네트워크에 의해 귀속받는 레거시 미디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승자독식을 허용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