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파업 종결 : 스트리밍 보너스 지급과 영향
5개월이 넘게 콘텐츠 제작 중단을 야기했던 미국의 작가 파업이 종결되었습니다. 1988년 154일의 파업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길었던 148일의 파업은 작가 조합(WGA)의 승리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협상 타결에 따라 대부분의 작가에 대한 최소 연간 급여는 5% 인상 되었습니다. 최소 작가의 투입 숫자와 작업 기간 보장 등 노동 조건도 개선되었습니다. (아래 상호 합의 조항 참고)
타결된 내용은 아래의 국내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AI에 관한 이슈는 이후에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Residuals (재상영 분배금)
필자가 상세하게 분석해보려는 이슈는 ‘데이터 합의’에 관한 내용입니다. 금번 파업에서 ‘재상영 분배금(residuals)’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스튜디오들은 스트리밍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작가나 출연자에 대한 급여 구조에 콘텐츠 성과에 대한 댓가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는 작가나 배우들에게 선불로 성과금을 포함하여 지급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WGA 는 데이터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고 스트리밍 시청의 성과에 대한 댓가를 요구하였습니다.
신작 오리지널 성과금 지급
그 결과 새로운 WGA 계약을 통해 작가들은 프로그램의 성과에 따라 보너스 성과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였습니다.
성과금 지급을 위한 기준도 통일하였는데요, 스트리밍 콘텐츠가 첫 상영된 이후 90일 이내에 해당 플랫폼 구독자의 20% 이상이 콘텐츠를 시청했다면 보너스를 받게 됩니다.
조회수의 기준은 넷플릭스의 측정 방법인 ‘총 시청 시간을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을 사용하여 결정키로 하였습니다.
아울러 SVOD 이외에도 FAST, AVOD 를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재사용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공개 합의
그리고 재상영분배금의 지급 결정을 평가하기 위해 OTT 플랫폼은 WGA에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합의 합니다.
월 가입자 2천만 이상인 스트리머들은 분기마다 WGA에 데이터를 공개해야 합니다. 다만 이 데이터는 고객들과 언론에 공개할 수 없으며 WGA 내의 지정된 6명만 데이터를 열람하고 해당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전달됩니다.
OTT플랫폼들과 작가 조합은 제 3자 데이터 분석 회사를 통해 데이터 정확도를 검증하기 위한 감사 활동도 전개키로 하였습니다.
투명성이 완전하게 달성되지 못하였지만 정기적으로 작가 노조에 데이터가 공급되게 되었습니다.
다만, 보너스 성과금 적용은 미국의 데이터만을 기준으로 하고, 국제적 조회수는 기준에서 제외됩니다.
OTT를 위해 제작된 오리지널 시리즈, 영화만 대상으로 합니다. 극장 개봉작, TV 용 시리즈로 제작된 콘텐츠가 스트리밍 되는 경우에는 제외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신작 오리지널 위주의 재상영 분배금에 합의한 모양새입니다. 이는 SVOD의 사업 모델이 가지는 한계를 인정한 결과로 보입니다.
기존의 TV시청률과 극장의 박스 오피스 데이터는 수익과 직결되는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SVOD는 시청 횟수에 관계없이 월별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개별 콘텐츠가 플랫폼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신작 오리지널의 고예산이 투입된 콘텐츠로 재상영 분배금의 대상을 선정한 것입니다. 다만, 재상영 분배금의 대상을 AVOD, FAST로 확대시킨 점은 WGA가 얻어낸 성과일 수 있습니다. OTT 경쟁의 판도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영리하게 챙긴것이라고 볼 수 있죠.
OTT 경쟁에 미칠 영향
파업 협상 타결로 인해 미디어 기업들의 추가적 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습니다. 파업 이전부터 OTT 사업자들은 수익성을 중심에 둔 경영 전략으로 선회했고 콘텐츠 투자도 줄고 있었습니다.
파업 타결의 결과는 향후 OTT 경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우선 콘텐츠 제작의 전체 볼륨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생산되는 시리즈 콘텐츠의 총량은 300-350편 정도인데 전문가들은 이 숫자가 30%~40% 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시리즈 제작 감소, 오락 및 구작 구매 증가
오리지널 시리즈는 신규 구독자를 유치하고 구독자들의 참여를 지속시키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 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오리지널 지출 장르에서 범죄/스릴러가 가장 높고, 공상과학, 판타지, 코미디가 뒤를 따릅니다.
분석회사 Ampere Analysis에 따르면, OTT들은 지출된 총 투자금액의 90%가 사용되었지만 2023년에는 리얼리티 쇼, 게임 쇼 등 대본 없는 콘텐츠의 투자 예산이 22%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2024년에도 이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는 기존 TV네트워크들의 구작 콘텐츠의 유통 및 구매가 높아질 것으로 에측합니다. 2024년에는 SVOD 플랫폼들의 구작 콘텐츠 구매는 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NBC Univeral의 슈츠, HBO의 insecure 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고 무엇보다 이 구작 콘텐츠들은 재상영 분배금을 나누지 않습니다.)
확장에서 효율의 시대로
향후 OTT 경쟁은 ‘확장’의 시대를 끝내고 ‘효율’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고비용 구조를 만회하기 위해 SVOD 가격은 인상되고 콘텐츠 수익을 다변화 하기 위해 광고 기반 OTT가 치열하게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만족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창작자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되고 이제 곧 현장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미국 시장의 파업 결과 이지만 작가들의 업무 환경, AI 활용 기준, 성과금 댓가 및 데이터 투명성 등 파업의 이슈들은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할 주제들입니다.
특히 넷플릭스등 해외 OTT를 상대하며 동일 조건의 성과금 요청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고 국내 OTT들의 전향적인 데이터 공개 노력도 촉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