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텐츠 투자에 담긴 미디어 경쟁 지도
미디어 산업의 공급망은 ‘콘텐츠 제작’ 투자가 기반입니다. 주요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새로운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입니다.
전세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투자를 분석한 Ampere Analysis의 데이터를 보면 미디어 기업들의 경쟁 지형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6대 미디어기업 51% 투자
2024년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이 1,260억 달러(173조)를 지출할 것이고 미국의 6대 미디어 기업(디즈니, WBD, 구글, 넷플릭스, 컴캐스트, 파라마운트)이 전체의 51%를 차지합니다.
이는 6개 회사가 합쳐 전세계 콘텐츠 제작의 47%를 차지했던 2020년 수치를 넘어선 결과입니다. 회사별로 상세하게 들여다볼까요.
1위 디즈니
디즈니는 케이블TV 채널, 3개 OTT, 극장 등을 통해 제작되는 TV 및 영화 콘텐츠 투자는 전체 글로벌 지출의 14.4%를 차지하였습니다. 총 지출은 358억 달러 입니다.
훌루를 컴캐스트로 부터 지분을 인수하여 총 지출에 90억 달러가 추가되었습니다. 그 뒤를 컴캐스트가 245억 달러로 총 지출의 9.9%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3위 유투브
NFL 등 스포츠 생중계와 유투브 콘텐츠 제작자와 수익 배분 계약을 통해 콘텐츠에 투자하는 구글은 총 지출의 7.1%인 176억 달러를 지출하여 세번째 순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투브는 현재 미국의 전체 TV 시청 시간 중 10.6%를 차지 (9월 기준) 하여 넷플릭스 보다 앞서 있습니다.
WBD는 168억 달러로 6.8%, 넷플릭스는 160억 달러로, 총 콘텐츠 지출의 6.4%를 차지합니다. 6번째는 파라마운트로 151억 달러, 6.1% 입니다.
5위 넷플릭스, 그러나 시가 총액 1위
이 데이터에 따르면 디즈니, 컴캐스트, WBD 등 기존 레거시미디어 진영은 넷플릭스 보다 콘텐츠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합니다. 그러나 이 그룹들이 케이블TV 채널, 스트리밍, 극장등에 콘텐츠 투자를 분산하는 반면 넷플릭스는 오로지 OTT에 집중합니다.
그 결과는 아래 표에 보는 바와 같이 시가총액 (market cap) 비교에서 넷플릭스는 전통적 미디어기업들 제치고 가 맨 선두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22년 디즈니, 컴캐스트에 이어 3위 였던 넷플릭스의 지위와 비교하면 당연스러운 결과는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팬데믹 이후 오리지널 및 라이브러리 콘텐츠에 연간 평균 145억 달러로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OTT를 위해 쏟아 붓고 있습니다.
앞서 집계한 6개 기업들의 총 1,260억 달러 중 400억 달러가 스트리밍 투자에 사용됩니다. 그리고 오리지널 콘텐츠는 2022년 이후 총 지출의 45%인 56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차지했습니다.
오로지 OTT에 집중하는 콘텐츠 지출을 하는 넷플릭스를 레거시 미디어 자산을 보유한 디즈니 등 전통 기업들이 따라잡기 역부족일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케이블TV 등 무너져 가는 기존 사업이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2위 컴캐스트 : 케이블TV 채널 분사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컴캐스트의 CEO는 컴캐스트가 보유한 케이블TV 채널(CNBC, MSNBC, BRAVO, USA Network) 들의 분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합니다.
외부로 분사하여 자본을 유치하고 본사는 컴캐스트의 주력 사업은 브로드밴드 사업과 OTT인 피콕(peacock) 에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존 미디어기업들이 스트리밍 경쟁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움직임입니다.
2024년 말 스트리밍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고 선언한 디즈니를 제외하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들이 통합, 재편하는 시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5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상위 회사들에 집중되는 콘텐츠 공급망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6개 기업들 보다 아래에 있는 중소규모의 미디어 회사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넷플릭스 독주 : 오리지널 감소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가 굳어지면서 흥미롭게도 오리지널 제작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Parrot Analytics가 분석한 아래 표를 보죠.
2024년 2분기 3,9%, 3분기 3.%로 오리지널 제작의 최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3년 4분기 이후 지속 하락 추세입니다. 미국의 헐리우드 파업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제작을 늘리지 않는 것인데요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을까요?
미국의 WBD, NBCU 등 기존 미디어 진영이 넷플릭스에 다시 과거 콘텐츠들을 라이선스 하면서 오리지널 투자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위험도가 낮은 라이브러리 콘텐츠 계약을 늘려도 넷플릭스 가입자가 증가하는 게임이 지속되는것은 전세계 모든 레거시 미디어들에게 위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디어 지형 변화 예측
글로벌 콘텐츠 투자의 영향도를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 미국의 6개 미디어기업들이 전세계 콘텐츠 투자의 51%를 차지하고 그 안에서 넷플릭스와 유투브 정도만 스트리밍 수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는 점
- 과도한 스트리밍 투자와 레거시 미디어 자산의 위축으로 이중고를 맞이한 기존 미디어 기업들의 통합과 퇴출이 예상된다는 점
- 로컬의 미디어 기업들도 글로벌 미디어 우산 아래 재편되면서 로컬 OTT 플랫폼 사업은 더이상 성장 하기 어렵다는 점
3번째 예측은 다소 과격한가요?
예를들면, 한국의 로컬 OTT인 티빙, 웨이브가 합병을 하더라도 모회사인 CJ ENM, 지상파, JTBC 등 기존 미디어 기업들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팔아 챙기는 수익을 계속 이어간다면 'OTT 합병 효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콘텐츠와 플랫폼 사이에서 '선택' 을 해야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