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만든 '스트리밍 박스'는 무엇이 다를까?
10년전 미국 가정의 86%는 컴캐스트와 차터커뮤니케이션즈가 제공하는 케이블 셋톱박스를 통해 TV를 시청했습니다. 부피도 크고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셋톱박스는 모든 방송 채널을 저장할 수 있는 DVR 기능으로 케이블 가입자들을 묶어두었습니다.
63% 이하로 하락한 유료TV 보급율
2023년 케이블TV를 포함한 유료TV의 보급은 64% 이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비디오 사업의 이윤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결국 이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은 초고속 인터넷 사업입니다. 두 회사가 보유한 광대역 인터넷 가입 가구는 대략 6,300만 입니다.
미국 1,2위 케이블TV 합작회사 : 스트리밍 박스 출시
2022년 5월 케이블TV 1위, 2위 회사가 ‘차세대 스트리밍 플랫폼 개발 및 전국 사업 전개’ 을 목표로 ’50:50’ 합작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 합작회사는 1년이 조금 지나, 케이블TV의 기반을 활용한 ‘스트리밍 박스’ 를 출시하였습니다. ‘XUMO Stream BOX’ 는 로쿠, 애플TV, 아마존 FIRE TV의 경쟁 대열에 합류한 것입니다.
XUMO 는 컴캐스트의 FAST OTT 서비스의 명칭이었지만 이제 ‘스트리밍 게이트웨이’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차별점 : 낮은 가격, 케이블TV 제공
이 제품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하드웨어 판매가격이 60불로 아래 표에서 처럼 경쟁 제품들 보다 저렴합니다.
XUMO Stream BOX는 컴캐스트, 차터의 인터넷 가입자들은 1년 무료, 2년차부터 월 5불의 할부 판매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컴캐스트가 보유한 TV OS 기술(이들 명칭으로는 ‘엔터테인먼트 OS)을 기반으로 구축된 이 제품은 로쿠, FIRE TV와 달리 케이블TV 채널들을 통합하였습니다.
예를들어 차터의 인터넷 가입자가 XUMO Stream BOX를 설치하고 TV를 켜면 차터의 케이블TV 서비스인 ‘Spectrum TV’ 가 펼쳐져 200여개의 실시간 방송 채널과 85,000편의 VOD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XUMO Play 앱으로 수백개의 무료 FAST 채널과 미국의 ‘거의 모든’ OTT 앱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케이블 빅 자이언트 두회사는 기존 케이블 가입자가 셋톱박스 교체를 희망하면 새로운 무기로 바꾸어 주고, 신규 가입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판매할 계획입니다.
기존 셋톱박스 폐기
이제 케이블TV의 기술 규격을 따라야하는 무거운 셋톱박스를 버릴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컴캐스트 보다 먼저 이 스트리밍 박스를 공식 런칭한 차터는 ‘Spectrum TV’ 가입자들에게 1년간 무료로 이 제품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Spectrum TV에 가입하려면 차터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이 필수라는 점에서 케이블TV의 규제와 채널 제공의 저작권 범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얼마전 차터커뮤니케이션즈는 디즈니의 방송채널을 송출 중단 시키는 초강수를 두며 갈등을 일으킨 결과로 디즈니+를 Specturm TV 과 번들 상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예고된 전략 : 채널패키지 + OTT 번들
XUMO Stream BOX 출시를 염두해둔 치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보입니다. 이제 케이블TV와 스트리밍 앱들을 동시에 통제하는 것이 차터의 비전인 것이죠.
컴캐스트, 차터의 전략은 투트랙입니다.
첫번째는 기존 케이블TV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스트리밍 앱을 직접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매월 10불 이상 케이블TV 셋톱박스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던 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도 희소식입니다.
두번째, 케이블TV 이탈자라도 초고속 인터넷 가입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저렴한 스트리밍 박스를 연결해 놓겠다는 것입니다.
스트리밍 게이트웨이 지향
이제 컴캐스트, 차터는 더 이상 케이블TV 회사가 아닙니다. ‘스트리밍 게이트웨이 사업자’ 를 지향하게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Hub Entertainment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구 4명 중 3명은 스마트 TV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5명 중 4명은 스마트 TV나 인터넷에 연결된 스트리밍 장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에서 XUMO Stream BOX는 자사의 가입자를 지키는데는 효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의 경쟁은 결국 로쿠 등 기존 강력한 경쟁자들입니다.
특히 케이블TV 패키지를 스트리밍 박스에 통합한 제품이 장점일 수도 있겠지만 서비스의 혼잡도를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합작회사의 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트리밍 사일로를 무너뜨리고 TV를 다시 쉽게 만드는 완전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 하겠다” 고 밝혔습니다.
스트리밍 박스의 성공 여부가 ‘고객 편의성’ 에 달렸다는 의미입니다. XUMO Stream BOX는 넷플릭스의 ‘다음 시청’ 기능 처럼, 인공 지능을 사용하여 시청 습관를 고려하여 다음에 이용할 영화, TV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하고 진일보한 음성 검색을 결합한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이런 기능들은 대부분 사업자들도 강조하는 단골 ‘립 서비스’ 입니다. 진정한 경쟁 엣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죠.
케이블TV 보급율이 63%로 떨어지는 시점에서 케이블TV 자이언트들의 대변신이 시작되었습니다. 성공 여부를 떠나 1위, 2위 사업자가 함께 ‘판을 펼쳤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이들의 전략 변화는 매우 진지합니다.
한국의 유료방송 플랫폼은?
한국에서도 케이블TV 사업자인 C&M, CJ헬로비전 (매각 이전), 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 등도 OTT 박스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유료방송 플랫폼들은 케이블, IPTV 를 유지하면서 OTT 박스로 신규 수요를 만들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습니다.
OTT 앱들도 모두 포함시키지 못했고 그렇다고 지상파, CJ ENM 채널들도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트리밍 박스를 기존 셋톱박스의 대체재로 결정한 미국 케이블TV의 전략은 레거시 미디어와 OTT플랫폼의 경쟁 강도에 따른 결정입니다.
한국의 유료방송 플랫폼들도 이런 고민을 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요?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