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와 케이블 TV와 동일한 방식으로 유튜브 시청률을 측정한다면 어떨까요? 미디어 업계 관계자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 유튜브 시청률 발표
영국의 방송사 시청자 위원회인 BARB(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는 최근 유튜브 채널의 TV 시청률을 조사하여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세계 최초’로 시도된 Barb 유튜브 시청률 측정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영국 TV 점유 2위 유튜브
영국 방송통신위원회(Ofcom)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서 유튜브는 BBC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시청되는 미디어 서비스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유튜브의 시청 시간이 레거시 미디어와 넷플릭스를 제치고 ‘가장 많이 시청되는 TV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순위는 다를 수 있지만, 미국과 영국 모두 젊은 층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기존 TV 시청층은 고령화되는 추세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측정은 모두 TV 시청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와 유사한 방식의 조사 결과가 없으며, 모바일 앱을 대상으로 한 시청 시간 조사와 인식 조사만 존재합니다.
2025년 2분기에 BARB가 조사하여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률이 TV 시청률 43%를 넘어 스마트폰 시청률 32%를 앞섰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과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와 동일 기준 측정
그럼 BARB가 발표한 유튜브 시청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Barb는 미국의 닐슨과 유사하게 특정 가구에 설치된 ‘라우터 미터기’를 통해 유튜브 시청 채널(도달 범위 및 총 시청 시간)과 콘텐츠를 측정하여, 7월 말부터 상위 200개 채널을 주간 단위로 공개합니다.

키즈 채널이 상위권
이 표를 보면, 어린이 친화적인 채널이 상위 20개 중 15개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페퍼피그 공식 채널(구독자 4,110만 명)은 4세 이상 TV 시청자 758,000명에 도달했으며, 영국 TV에서 시청된 시간은 4,800만 분을 넘어 1위를 기록했습니다.

어린이 채널뿐만 아니라 스포츠 채널, 영국 및 국제 뉴스와 정치 분석, 닥터 후 등 엔터테인먼트 채널, 그리고 미국의 MrBeast 등 창작자 채널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Mr.Beast 채널의 낮은 도달율
전 세계적으로 4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MrBeast는 주간 약 31만 9천 명의 시청자에게만 도달하여 어린이 채널들에 비해 매우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를 보면, 영국 TV에서 유튜브 시청을 가장 많이 유도하는 주체는 어린이들입니다. 대부분의 키즈 채널은 1세에서 5세까지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키즈 집단이 유튜브 시청량을 견인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랍지 않습니다.
다만, 조사 결과만으로 유튜브를 어린이 채널 중심의 스트리밍 플랫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유튜브 특성 반영에 미흡
BARB의 유튜브 시청률 측정은 미디어 산업에 매우 중요한 시도이지만,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 또한 타당한 주장입니다.
롱테일 플랫폼
우선, 유튜브 시청률을 기준으로 발표된 200개 채널 목록은 전체 유튜브 시청의 3.5%에 불과합니다. 유튜브에는 140억 개의 동영상이 있으며, 상위 200개 채널은 유튜브 수익을 창출하는 채널의 0.5%에 불과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유튜브 조회수의 절반 이상이 1년 이상 된 동영상에서 발생합니다.
플랫폼 시청률의 대부분이 소위 롱테일(long-tail) 채널에서 발생하는 특성을 기존 TV 시청률 조사 방식에 반영할 수 있을까요?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TV 광고는 새로운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생산해내는 시청자 수, 시청 시간, 도달 범위에 큰 관심을 기울입니다. 미국 슈퍼볼이 광고주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비결도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입니다.
이 기준으로 유튜브를 평가한다면, 1세에서 5세 사이의 어린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채널에 광고주들이 몰려야 할 것입니다. TV 광고를 집행하는 광고주들에게 이러한 결과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통합 측정은 미디어 산업 변화에 기여
기존의 선형 미디어와 달리,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검색이 이루어지며, 그 결과로 제공되는 콘텐츠 피드는 개인화되어 있습니다. 초창기 유튜브와는 달리, 점차 장편 콘텐츠(방송 및 영화 업계의 유튜브 활용을 포함)와 탄탄한 창작자 경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기존 TV가 따라올 수 없는 ‘하이브리드 TV’ 형태로 진화하였습니다.
유튜브를 기존 선형 미디어와 동일한 시각과 잣대로 측정하려는 영국의 움직임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매우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레거시미디어 , OTT, 유튜브 까지 통합 측정하여 시청자들의 행태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이해 관계자들이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잇는 기준을 제공할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미디어 산업에서도 유사한 통합 시청률 데이터 측정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합니다.

jeremy79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