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SK텔레콤] 좋은 번들 or 이상한 번들?

[넷플릭스-SK텔레콤] 좋은 번들 or 이상한 번들?

Jeremy
Jeremy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가 8년만에 1위 통신회사인 SK텔레콤과 번들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넷플릭스-SK텔레콤 제휴

넷플릭스는 2위, 3위 통신회사들과 먼저 제휴를 하며 국가별로 진출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쳐 왔습니다. 한국도 예의는 아니었는데요, 8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망사용료로 법적 분쟁을 지루하게 이어갔지만 두 회사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였고 소송을 취하하고 통신과 IPTV 번들 상품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의 현재 한국 내 위치는 부동의 1위 입니다. 사용자 기준으로는 2024년 1월 기존 39%(1,237만) 을 차지하였고 사용 시간 기준 점유는 54.3% 로 압도적 1위입니다.

국내의 토종 스트리머들이 60%의 사용자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이용자 확대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는 1위 통신회사와의 제휴가 절실합니다.

퇴로 없는 OTT 전략

그렇다면 SK텔레콤의 이해관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유무선 통신과 IPTV 플랫폼을 보유한 SK텔레콤은 자신들이 보유했던 스트리밍 플랫폼 ‘옥수수’를 지상파에 합병 시켜 웨이브를 탄생시켰습니다. 당초 수년 안에 기업가치를 수조원으로 끌어올려 상장을 계획했던 재무 플레이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고 티빙과의 합병하지 않으면 퇴로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사용자 기준과 사용시간 기준 모두 10% 미치지 못하고 쿠팡 플레이에도 밀리는 형국입니다.

자사의 미디어 플랫폼을 국내 1위로 만들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OTT 플랫폼을 꿈꾸었던 이들의 야망은 초라한 성적표 앞에 무색해졌습니다.

그리고 IPTV의 위상도 이렇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why? 넷플릭스-웨이브 번들

유무선 통신 가입자들도 넷플릭스를 연결하지 않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1위 통신회사 입장에서 넷플릭스 제휴는 필수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번 제휴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통신 요금과의 번들은 없고 별도의 구독 상품인 ‘T-우주’ 와 번들 상품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우주패스 넷플릭스’ 는 넷플릭스의 △광고형 스탠다드 △스탠다드 △프리미엄 요금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으며 이를 웨이브의 '콘텐츠 팩'과 결합해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넷플릭스를 단독으로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웨이브와 통합 번들로 구매해야 합니다.

좋은 번들, 이상한 번들

이 상품은 고객에게 ‘좋은 번들’ 일까요? 아니면 선택을 하기에 어정쩡한 ‘이상한 번들’ 일까요?

우선 국내 OTT들의 데이터가 부족하여 분석을 기반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보자면 넷플릭스와 웨이브가 서로 보완적 서비스라면 ‘넷플릭스-웨이브’ 번들은 합리적입니다.

콘텐츠 측면에서 보자면 웨이브는 실시간 채널도 제공하고 각종 TV 오락 프로그램도 강점이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서로 보완 관계에 있는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웨이브가 시청 시간 점유 기준으로 너무 큰 체급 차이를 보이고 있고 ‘반드시 시청해야할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냐의 관점에서 보자면 다소 물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미 5G 통신 요금제와 웨이브는 무료로 번들링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매월 무료 이용) 되어 있어서 넷플릭스와 묶어 할인 판매 하더라도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SK텔레콤 가입자라면 티빙이나 쿠팡플레이를 묶음 판매하는것을 더 원하겠죠.

이 부분은 주관적 평가일 수 있고 데이터 없는 판단은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다소 유보하기로 하죠.

다음으로 글로벌 트렌드와 비교해보겠습니다.

한 분석회사의 연구에 의하면 2023년 기준 모든 OTT 구독의 20%가 통신회사의 번들링 파트너쉽을 통해 판매됩니다. 2028년 가지는 25%에 도달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트리머들도 디즈니, MAX 제휴 처럼 서비스를 통합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번들 상품을 구성하거나 통신회사, 쇼핑 회사들의 번들링 제휴 요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통신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크게 2가지의 번들 유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번들 트렌드 : 슈퍼번들링

OTT 플랫폼의 대부분을 할인 프로그램에 포함 시킨 ‘슈퍼 번들링’ 입니다. 미국 버라이즌의 +play 와 호주의 Optus SubHub 들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들은 통신회사 계정으로 OTT를 매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할인율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약정을 구속하는 등의 계약 기간도 없습니다.

이 유형은 ‘플랫폼 중립’적 관점의 번들 상품입니다.

슈퍼번들은 통신회사가 OTT들의 이동 경로를 통제하여 ‘게이트웨이’가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복수개의 스트리밍을 이용하고 수시로 OTT들을 갈아타는 고객들의 움직임을 쉽게 만들어주고 수익을 도모하는 방법이죠.

두번째 유형은 번들링 상품과 자사의 통신 요금을 묶은 유형입니다. 최근 버라이즌은 자사의 홈 인터넷 상품 가입자들에게 35불 + 10불을 지불하면 넷플릭스, MAX 번들, 디즈니-훌루 번들, 유투브 프리미엄 번들, 파라마운트+ 월마트 번들 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상품은 통신회사의 인터넷 상품 등 자사의 통신 상품 번들로 약정 기간 동안 고객들을 묶어 두겠다는 전략입니다.

다양한 번들 옵션 필요

2가지 번들 유형 모두 다양한 번들 상품을 제공하여 고객의 가치를 극대화 하고 있습니다. 이것과 비교하면 SK텔레콤은 웨이브를 보호 또는 육성해야 하는 모호한 위치 때문에 고객 보다는 자사의 관점에서 넷플릭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상한 번들’ 로 평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고객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번들 상품은 무엇일까요? Hub Resharch 의 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번들 상품에 포함된 항목을 보면 초고속 인터넷 번들 71%, 넷플릭스가 포함된 번들 65%, 등입니다.

이상적인 번들 상품 비교 / Hub Research

스트리밍이 유료TV를 압도하는 미국 시장의 특성이기는 하지만 넷플릭스는 번들 상품의 필수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유사한 추세라고 보면 SK텔레콤은 8년 만에 구색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와 웨이브 번들만 선택할 수 있는 상품 구조는 반쪽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들이 원하는 OTT 번들을 위해 SK텔레콤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jeremy7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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