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플랫폼의 #Turn Off Russia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유럽의 20여개 미디어 그룹(위성, 케이블, OTT플랫폼들) 들과 유투브, 그리고 로쿠 등은 자사의 플랫폼에서 러시아의 국영채널인 RT(Russia Today의 약어) 와 스푸트니크(Sputnik) 채널들을 제거했다. 그 자리에 우크라이나 TV채널의 통합 방송인 “유타이티드 뉴스”를 광고 없는 보도채널로 송출을 개시했다.
러시아 방송 채널을 제거하는 미디어 플랫폼들
미국에서는 위성방송인 DirecTV에서 제공 중이던 ‘RT America’를 즉시 중지할 뿐 아니라 영구적으로 제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로쿠도 자신들의 채널 스토어에서 RT 채널 제거에 동참했다.
페이스북도 유럽 전역에 러시아 방송 채널의 접근을 제한하고, 트위터는 러시아 채널의 링크가 포함된 트윗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넷플릭스도 러시아채널 송출 거부
넷플릭스는 3월 1일 예정되어 있던 러시아의 20개 방송 채널 송출 추진을 중지했다. 넷플릭스에 ‘방송채널도 서비스되느냐’ 고 의문이 들 수 있다. 넷플릭스는 7년 전 러시아에 영어버전으로 진출했고 지난 2020년 러시아의 거대 미디어그룹인 NMG와 제휴하여 러시아 버전의 현지화 앱을 출시했다.
러시아는 외국 기업이 미디어 기업의 20% 지분만 소유할 수 있는 규제에 따라 불가피하게 NMG(National Media Group)와 제휴를 통해 러시아에 진출했다. NMG는 푸틴의 측근이자 러시아 억만장자인 Yury Kovalchuk 와 연결된 러시아 방송 그룹이다.
그런데 러시아 통신 규제 기관은 넷플릭스에 국영채널을 포함한 방송채널 서비스를 강제하도록 조치했다. 매일 10만명이 넘는 OTT 플랫폼은 자국의 방송채널을 의무 송출 하도록 규정하고 그 규제의 발효일이 3월 1일 이었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여러 OTT 중에서 넷플릭스가 먼저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넷플릭스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현재 러시아 넷플릭스는 100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상황이다.
20개 채널 중 국영 채널 ‘채널 원’은 푸틴의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채널이다. 비록 러시아 영토에만 송출되는 것이지만 넷플릭스에 푸틴의 왜곡된 전쟁 논리가 전달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는 사건이 될 뻔 했다.
2021년 러시아의 내무부는 넷플릭스의 LGBTQ 콘텐츠가 동성애 관련 러시아의 단속법을 어겼다며 넷플릭스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만큼 넷플릭스는 러시아의 각종 규제 사이에서 스트리머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속하고 있었다. 넷플릭스의 이번 결정 러시아에서 사업 철수 까지 감수하는 매우 위험한 대응이다.
넷플릭스 러시아 오리지널 중단
넷플릭스는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어 오리지널 시리즈의 제작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4편의 오리지널이 이에 해당한다.
누아르 탐정 시리즈인 ‘Zato’ , 러시아의 대 작가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라니나를 현대적으로 재 구성한 작품 ‘Anna K’ 그리고 2편의 드라마들이 대상이다.’
안나 K’는 12월에 촬영을 마쳤고 한국의 넷플릭스에도 검색되고 있어 원래 3월 이면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던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에는 NMG의 투자도 들어와 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는 전쟁의 정당성을 전달하는 선전 매체로 인식될 수 있는 우려를 막으려는 의지이다. 아울러 사업적 손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제외한 전세계 넷플릭스의 구독자들이 쏟아낼 넷플릭스에 대한 지적을 사전 차단하는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푸틴과 밀접하게 연계된 회사로 부터 자본을 유치하여 만든 오리지널이라는 멍에는 언젠가 넷플릭스에 칼이되어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디즈니, 워너 등 헐리우드의 동참
점점 많은 미디어 플랫폼들이 러시아의 선전 매체들을 디-플랫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러시아의 극장 개봉을 연기함으로써 러시아를 ‘문화적 고립’에 밀어 넣고 있다.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소니는 각각 “Turning Red,” “The Batman” “Morbius.” 등 극장 예정 작품들의 러시아 개봉을 연기 또는 취소했다.
디즈니가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에서 연간 박스 오피스 수입이 13억 달러로 증가하고 있는 수치를 상기한다면 이들의 결정 또한 재무적 희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미디어 플랫폼들의 러시아 대응은 선전매체로서의 방송 채널 차단, 러시아 자금이 투입된 콘텐츠 제작의 중지, 해외 콘텐츠의 러시아 상영 보이콧 등으로 정리된다. 비록 러시아 국민들이 겪을 ‘문화적 고립’은 애석한 일이지만 전쟁의 논리을 인정할 수 없다는 미디어 플랫폼의 대응은 매우 합당하다.
또 하나! 미디어 플랫폼의 중요한 역할은 좋은 콘텐츠를 소개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 넷플릭스를 무심코 열었더니 한편의 다큐멘터리가 소개되었다. ‘지유를 향한 우크라이나 투쟁’의 부제를 가진 ‘윈터 온 파이어’ 라는 작품이다.
2013년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항쟁을 다루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시민들이 지킨 민주주의를 침탈하는것이다. 전쟁을 반대하는 미디어플랫폼들의 대응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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